희망을 꿈꾸다│통일을 여는 사람들

문화예술공연으로 통일공감대 확산하는 함태선 대한전통문화예술협회장

밥 잘 먹고 떡 잘 먹고 / 고기 잘 먹고 술 잘 먹고 / 양식 주고 술 받아다 저 혼자 실컷 먹고... / 코 큰 총각 유인하야 밤낮 거시기하고~ 얼쑤~!

6.25때 헤어진 가족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품바가, 아내의 행상을 묘사한 대목이다. 사람들은 품바의 익살스럽고 코믹한 몸짓에 연신 웃음을 터뜨렸다. 이산가족의 슬픔과 분단의 아픔을 전통극과 현대극으로 접목해 그려낸 ‘통일 아리랑 품바 해학극’을 보며 관객들은 한바탕 신명나게 웃고 눈물을 훔치기도 하며 자연스럽게 통일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사)대한전통문화예술협회 함태선 회장(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곡성군협의회 문화예술분과위원장)은 지난해 지역 축제 현장에서 이 공연을 선보여 많은 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매년 '통일'을 주제로 새로운 창작극 선보여

대한전통문화예술협회 함태선 회장은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나가기 위해 매년 ‘통일’을 주제로 새로운 창작 공연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2010년에는 ‘해학창극 통일마당놀이’를 창작해 분단의 아픔과 이산가족의 상처를 달래고 젊은 세대들에게는 통일의 필요성을 공감토록 했다. 이듬해에는 ‘우리는 하나 통일판타지’를 선보였다. 학생을 비롯한 군민들에게 힙합, 마술, 팝핀댄스, 가요 등 즐거운 공연을 선사한 뒤 학생들에게는 통일교육과 체험을 통해 통일의식을 고취시켰다.

가장 화제가 됐던 것은 지난해 공연한 ‘우리는 하나 통일아리랑’이었다. 1부 ‘통일 아리랑 품바 해학극’은 6.25때 헤어진 부부가 남자는 품바가 되어, 부인은 노래하는 사람이 되어 서로를 찾아다니다가 축제장에서 아들과 다 같이 조우한다는 내용이다. 2부는 평양예술단의 공연으로 꾸며졌다. 특히 ‘삼천리의 사계절’, ‘남남북녀’, ‘아! 대한민국, 우리의 소원’ 등 노래의 인기가 높았다. 북한예술단과 협회 소속의 예술단이 한 무대에 올랐던 이 공연은 ‘북한’에 대한 낯선 시선을 거두고 통일을 주제로 함께 공감을 나누는 시간이 되었다.
연간 2천~3천명이 다녀가는 장미축제 주무대 이 공연의 성공으로 올해 6월 열릴 곡성군 장미축제에서 오픈 공연을 맡았다. 축제 홍보 리플릿에도 소개될 예정이다.
“아트홀에서 공연을 하면 무대 따로 객석 따로인데다 사람 모으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축제장에는 2천~3천 명이 다녀갑니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지만 아무 어색함 없이 신명나게 어우러질 수 있어요.”

또한 겨울만 빼고 봄 여름 가을 내내 관광객이 장미축제장을 찾기 때문에, 그 옆에 새로 건립된 로즈홀에서 통일콘서트를 상설로 공연할 계획이다. 사실 ‘통일’이라는 딱딱한 주제를 매년 새로운 창작극으로 재미있게 무대에 올리는 일이 쉽지는 않다. 함태선 대한전통문화예술협회 회장은 40여 년간 문화예술계에 몸담으면서 기획연출을 전문으로 해왔고, 현재 자체 예술단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보고 즐기고 손뼉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왜 통일이 필요한가를 창극으로 만들어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일반 창극은 아무래도 수준이 높아서 품바를 선택했어요. 순수한 난장에서 품바의 입으로 이야기 하니까 통일문제에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한라산에서 백두까지 통일순회공연 하고파

얼마 전 함태선 회장은 남과 북이 어우러지는 신명나는 공연 한 판을 치러냈다. 제주에서 목포로 돌아오는 카페리호 안, 즉 즉석에서 이뤄진 선상 공연을 통해서였다. 탑승객들은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하고 ‘앵콜’을 외치는 등 즐거운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 행사의 시작은 민주평통 곡성군협의회 후원으로 민주평통 제주시협의회, 국민행복실천 제주특별자치도협의회와 함께 지난해 12월 30일 제주에서 개최한 ‘통일 희망콘서트’였다. 조선대학교 홍금우 명예교수의 통일안보강의에 이어 남북한예술단이 공연을 선보였고 제주시민을 비롯한 민주평통 자문위원, 다문화가족 및 관광객 등 500여 명이 관람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호응을 얻어낸 건 31일 목포행 카페리호에서 열린 선상 공연이었다. 함 회장은 한 해를 마무리하며 모두의 무사안녕을 축원하는 해넘이 통일 희망콘서트를 열었다.
난리가 났어요. 5시간 정도 오는 동안 열광적인 반응이 계속됐지요. 너무 행복했습니다.

(상)통일아리랑공연,(하)제주 통일희망콘서트-북한예술단공연 ‘통일아리랑’과 ‘통일희망콘서트’가 의미 있었던 것은 바로 북한예술단과 같이 치러냈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에는 북한이탈주민으로 구성된 예술단이 10여 개가 있고 이 가운데 3개 정도가 활발한 활동을 하는데, ‘이질감’ 때문에 무대와 관객이 따로 노는 경우가 많았다. 함 회장은 무대에서 그 벽을 허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북한예술단을 마치 서커스단 바라보듯 구경하곤 했는데, 통일 희망콘서트에서는 남한과 북한의 공연단, 그리고 관객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었습니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의 공연은 마당에서 펼쳐졌잖아요. 다시 한 번 마당으로 내려가 막걸리에 파전도 주고받으며 공연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축제장이나 선상처럼 우연히 만난 사람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행사가 반응도 더 좋고 통일 메시지를 전달하기에도 효과적인 것 같습니다.”

함 회장은 설 연휴 이후에는 전국을 순회하며 통일 희망콘서트 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한다. ‘한라에서 백두까지 8천만이 행복한 통일시대’라는 슬로건으로 공연단을 데리고 전국을 누비다가 나중에는 북한에도 가서 공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 예술체육교류를 통해서 국민이 합심해서 통일을 열망할 때 결과적으로 가장 빨리 통일이 올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예술적 재능 가진 북한이탈주민들의 등용문 만들 것

함태선 회장이 계획하고 있는 또 다른 일은 ‘통일예술전국경연대회(가칭)’다. 북한이탈주민 예술단원은 자격기준이 없다보니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할 때가 많은데, 이 대회에 북한이탈주민들도 참여시켜 수상 기회를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상)카페리호 해넘이 통일희망콘서트-씨스타크루즈호, (하)카페리호 해넘이 통일희망콘서트 “진도아리랑 있듯이 평양아리랑도 있습니다. 북한 예술도 동등하게 인정받는 계기를 만들고 싶어요. 북한은 무용이 많이 발달돼 있지만 검무 하나만 봐도 남한과는 많이 달라 기준에 맞지 않기 때문에 대회에 나갈 수 없습니다. 앞으로는 그 부분도 학문적으로 연구해서 문화재로 지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함 회장은 예술성을 가진 북한이탈주민들의 등용문이 될 대회를 올해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역시 예산 문제는 항상 걸림돌이 된다.
“지난해 통일 희망콘서트의 경우도 대한전통문화예술협회에서 한 번 추진해보자고 제안 했지만 왜 순수한 문화예술이 통일을 이야기해야 하느냐는 생각을 가진 회원들이 있었어요.”

함 회장은 결국 사비를 들여 통일콘서트를 열었고, 다행히 통일안보강연을 맡은 홍금우 교수도 아무 대가 없이 사비를 들여 제주로 와서 강연을 해주었다.

그렇다면 함태선 회장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해 왔을까? 그는 20여 년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곡성전통문화예절학교를 운영하면서 얻은 수익금을 전부를 환원하고 있다. 또한 관공서를 지속적으로 출입하면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예술인들을 돕고 무대를 만들어냈다.

문화예술공로 인정받아 대통령상 수상

민주평통의장(대통령)표창 함태선 회장은 작년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대통령(의장) 상을 수상했다. 14기부터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통일창작극을 만들어내고 소외계층을 위해 공연활동을 하는 등 지역사회 통일운동과 문화예술관련 공적, 봉사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받았다. 재미있는 것은 지금까지 미술대회와 피아노콩쿨, 서예대전, 국악대회 등을 100회 이상 개최하면서 학생들에게 전달한 상장만 60~70만 장 가까이 되는데 정작 본인은 상을 받아본 적이 많지 않다는 것.

“상을 많이 주다보니 받을 때도 있다, 생각했지요. 하하하”
지난해에는 환경부에서도 대통령상을 수여하기로 했으나 한 번 상을 수상하면 2년 이내에 수상할 수 없게 돼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함태선 회장은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지만 국악에도 관심이 많아 1987년부터 6년간 울림창악연구회에서 판소리와 고법을 사사받았다. 국악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2012년에는 사비를 들여 장판개·김명환 선생의 추모공연을 열었고 지난해에는 이날치·박동실 선생 추모특별공연을 개최하는 등 지역의 문화자원을 적극 발굴하고 있다. 담양에 환경소리축제를 만든 것도 그의 작품. 4년째가 될 때까지 사비를 상당부분 써야 했지만 올해로 5회째를 맞는 축제는 국악인만 350여 명이 참여하는 성공적인 축제가 됐다.

뿐만 아니라 현재 협회에서는 한국명인·명장선정위원회를 만들어 문화재가 될 수 있는 사람을 발굴하고 명인으로 위촉한다. 명인들이 제대로 인정받고 정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이렇게 선정된 명인 가운데 2013년에 3명이 실제로 문화재가 됐다.

“저는 문화재가 되신 분들께 ‘국가에 기여해야 한다,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한다’고 늘 강조해요. 아직 국악인들은 재능기부가 일반화돼있지 않다보니 처음에는 왜 그러나 하시다가도 나중에는 ‘우리도 이제는 그렇게 할라네’라고 말씀하세요. 제가 하는 통일운동도 많이 도와달라고 부탁도 하구요.”
(좌)통일마당놀이-빵파전,(우)통일판타지아공연 문화예술을 하려면 ‘미쳐야 한다’고 강조하는 함태선 회장. 통일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한다. “통일도 미쳐야 돼요. 반드시 통일이 될 거야 하면 되거든요. 실이 많을까 득이 많을까 계산이 앞서면 절대 못해요. 죽어도 난 해야 된다고 맘먹으면 어떻게든 이루어집니다.”

그는 ‘왜 통일을 해야 하느냐’고 되묻던 아이들이 통일공연을 보고 통일학습 체험을 하면서 ‘빨리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기쁘다며, 축제현장에서 국민들과 같이 호흡하고 통일의 필요성을 신명나게 알리겠다고 말했다.

<글. 기자희 / 사진. 기자희, 대한전통문화예술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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