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4일에 열렸던 남북 고위급 2차 접촉을 통해 예정되었던 이산가족 상봉을 재확인하고 남북이 상대방에 대한 비방과 중상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은 남북한 신뢰 구축의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바탕으로 남북 양측이 상호 관심사를 계속 협의하며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향후 상호 편리한 날짜에 고위급 접촉을 갖기로 한 것은 새로운 남북관계 정립의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 개선의 ‘첫 단추’라는 의미를 부여한 이산가족상봉 행사가 예정대로 마무리됨으로써 오랜 기간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고위 접촉에서 북측이 한·미군사훈련을 문제 삼지 않고 예정대로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한 것은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북측의 진전된 입장을 보여 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산가족상봉은 순수한 인도적 사안으로 정치, 군사적 사안과 연계할 수 없다는 점을 북측이 이해한 것은 추후 인도적 사안에 있어 남북협력이 진전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특히 이번 접촉에 나선 고위급 대표단이 남북의 최고 결정권을 대표한다는 점에서도 이번 합의의 의미는 크다. 이처럼 남북 고위급 접촉이 사실상 남북 최고 지도자의 위임 하에 진행되었고 3가지 합의까지 도출함으로써 남북 최고 지도자간에 소통의 창구가 마련된 것은 향후 남북대화의 끈을 재개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남북 고위급 접촉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지난해 6월에 무산되었던 남북장관급 회담이나 금강산 관광사업 문제에 대한 남북대화, 대북 인도적 지원 등을 둘러싼 남북 간 협의가 앞으로 빈번해지고 구체화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번 고위급 접촉을 통해 예정대로 이산가족상봉이 잘 진행된 것은 상봉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산가족들에게는 가장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상봉 일정까지 정해 놓고도 마음이 조마조마했던 이산가족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상봉을 준비하고 만날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었다. 이처럼 이산가족상봉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에 나타난 것처럼 남북 상호 관심사가 마음을 열고 진행된다면 그동안 풀지 못했던 많은 문제들도 충분히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남북 고위급 합의와 이산가족상봉을 바탕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한층 탄력을 받게 되었다. 특히, 애초 북측이 고위급 접촉을 제안했을 때는 비공개로 하자고 했는데 남측이 공개적으로 진행시키고 합의까지 이루어낸 것은 높이 평가할 수 있다. 공개적이고 투명한 접촉을 통해 남북 간 오해의 소지를 없애고 합의에 대한 실천의 신뢰도를 높인 것은 적절한 접근으로 볼 수 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로 표현되는 대북정책의 기본 방향은 남북 간의 교류협력을 높이기 위해 기존에 남북이 합의한 약속을 점검해서 실천하고 그 과정에서 형성된 신뢰를 바탕으로 남북한 교류, 협력을 증진시켜 나가자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늘리고 이산가족문제를 비롯한 인도적 사안은 정치·안보상황과는 무관하게 진행시키자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그러나 핵문제, 미사일발사 및 북한의 군사도발 등 안보문제에 대해서는 의연하게 대처해 나가는 든든한 안보를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변화시켜 나가자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년 초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에 이산가족상봉을 제안하고 북측의 호응으로 잘 마무리됨으로써 작년 개성공단 정상화에 이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소중한 성과를 낸 것은 바람직한 남북관계 정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 정상화 과정에서 작년 8월 남북이 남북공동위원회를 구성해 그중 중요한 3통분과위원회를 통해 개성공단 전자출입체계를 구축한 것처럼 향후 이산가족문제도 남북 간에 개선점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 개성공단 출입체계 개선이나 이산가족상봉은 남북관계에 있어 꼭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추구하는 “작고 합의 가능한” 부분부터 남북한의 신뢰를 형성해 나가자는 방향에 맞는 결과로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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