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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칼럼

북한이 걸어가야 할 ‘신뢰’의 세 가지 길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책을 쓴 켄 블랜차드는 새로운 화두로 ‘신뢰’를 제시했다. 최근 출간한 <신뢰가 답이다>에서 신뢰의 부재가 국지적 분쟁을 비롯한 우리 주변의 다양한 갈등을 낳았다고 주장하며 신뢰받을 수 있는 행동공식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우화로 신뢰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개와 고양이는 앙숙이지만, 신뢰를 쌓으면 함께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신뢰란 어떻게 회복해야 하고, 위기는 어떤 행동을 실천해야 극복할 수 있는지 메시지를 던진다.

김정은 체제의 북한은 과거와는 다른 뭔가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처음에는 카멜레온처럼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윗옷 단추를 풀어 제치고 놀이동산에 가서 풀을 뽑고, 부인 이설주와 팔짱을 끼고 다니며, 미키마우스가 등장하는 모란봉악단 공연을 관람하는 등 한마디로 파격적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얼마 안 가 우리의 바람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올해 2월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3차 핵실험을 감행했고, 위성사진 분석 결과 지난 8월 말부터 5㎿급 영변 원자로 가동에 들어간 정황이 드러났다. 북한은 노골적인 대남·대미 위협과 협박으로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키면서 좌충우돌의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10년 동안 끄떡없던 개성공단마저 흔들어 6개월간 중단되도록 만들었다. 입에 담을 수 없는 대남 험담을 거리낌 없이 자행했다. 오랜만에 재개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사흘 앞두고 일방적으로 연기해 이산가족들의 아픔만 더 크게 했다. 개성공단 재가동 이후 북한은 합의한 약속마저 저버리고 있다.

지난 9월 26일 열기로 했던 3통 문제를 다룰 분과위원회 회의도 북한은 일방적으로 연기해버렸다. 10월 31일로 예정됐던 개성공단 남북 공동 외국기업 투자설명회마저 결국 무기한 연기됐다.

북한은 이제부터라도 신뢰의 길로 나와야 한다. 그것이 김정은 체제가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고 경제 회생을 이루어낼 수 있는 방법이다. 신뢰라는 것은 상대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위를 하지 않으며, 약속을 지키는 것에서 시작된다. 앞으로 북한은 세 갈래의 ‘신뢰의 길’을 따라 걸어가야 할 것이다.

첫 번째의 신뢰의 길은, 국제사회와 신뢰를 쌓는 것이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멈추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나서야 한다. ‘2·29 합의’ 준수 등 신뢰성 있는 비핵화 사전 조치를 내놔야 한다. 두 번째 신뢰의 길은, 대남 도발행위와 비방을 중지하고 대화에 적극 나서며 약속을 지키는 진정한 태도 변화이다. 그러면 박근혜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본격 가동되어 북한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세 번째 신뢰의 길은, 북한 주민의 생활수준과 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선군정치에서 벗어나 경제를 중시하는 선경정치로 전환해야 한다. 미국 프로농구 스타였던 로드먼은 “김정은의 호화판 생활에 세계 최고 갑부도 놀랄 것”이라고 전했다. 주민들은 경제난으로 허덕이고 있는데 지도층은 호화 생활을 하는 모순적 행태는 이제 멈추고 어떻게 하면 경제를 살릴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개와 고양이도 ‘절친’으로 만드는 신뢰의 힘에서 북한이 교훈을 얻는다면 그동안의 분쟁과 갈등을 뛰어넘어 우리와 함께 희망의 춤을 출 수 있지 않을까. 북한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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