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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① / 통일친화적 사회만들기

통일친화적 사회,
분위기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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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망원경을 이용해 금강산을 바라보고 있는 시민들

최진욱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한연구학회 회장

박근혜정부는 경제 부흥, 문화 융성, 국민 행복과 함께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4대 국정기조에 포함시켰다. 통일이 국정기조에 포함된 것은 김영삼 정부 이후 처음이다. 통일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관심과 의지는 대선 캠페인 기간부터 일관되게 지속되었다. 2012년 11월 5일 발표된 외교안보통일 공약, 2013년 8월 15일 제68주년 광복절 경축사, 2013년 8월 28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16기 전체회의 대회사 등에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관이 분명히 나타나 있다.

“통일을 먼 훗날의 일로 미뤄서는 안 됩니다. 기다리는 통일이 아니라, 다가서는 통일을 해야 합니다.”, “저는 진정한 의미의 광복과 건국은 한반도에 평화를 이루고, 남북한이 하나 되는 통일을 이룰 때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통일은 우리 역사의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가장 근본적인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통일시대>는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위해서 한국 사회가 통일을 부담스럽고 귀찮은 것으로 인식하기보다는 통일친화적 사회로 변모하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이를 위한 과제들을 6회에 걸쳐 특집으로 게재하고자 한다.

한국 사회에서 통일에 대한 관심과 의지가 약화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냉전 종식 직후까지만 해도 90% 이상의 국민들이 통일의 당위성과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으나 20여 년이 흐르면서 이 수치는 20% 이상 감소했다. 2012년 8월 KBS 국민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결과를 보면 통일의 당위성에 대한 질문에 ‘반드시 통일이 돼야 한다’는 응답이 25.4%였으며, ‘큰 부담이 없다면 통일되는 것이 낫다’는 응답이 43.0%로 나타났다. 한편 ‘교류협력을 하면서 공존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24.6%, ‘통일이 되지 않는 편이 낫다’는 응답이 7.0%로 나타났다. 즉, 통일의 당위성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국민은 25.4%에 불과했으며, 부담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 지지(43.7%)를 합쳐도 70%를 넘지 못했다. 바꾸어 말하면 국민의 30% 이상이 통일에 반대하는 것이다.

2013년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조사에서는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 ‘매우 필요하다’는 응답이 23.6%, ‘필요하다’는 응답이 31.3%로 긍정적인 응답이 54.9%로 나타났다. 반면 ‘별로 필요 없다, 전혀 필요 없다’는 부정적 응답이 23.7%였고, ‘반반 그저 그렇다’는 응답이 21.5%였다. ‘반반, 그저 그렇다’는 중립적 응답이 없었다면 부정적 응답이 30%를 넘었을 것이다.

통일 의지가 약화되는 주된 이유는 당장 통일이 되면 천문학적인 통일비용과 사회혼란으로 엄청난 재앙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는 1990년대 후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와 독일통일의 후유증이 우리 사회에 알려지면서 급속히 확산되었다. 또한 북한이 식량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정치적으로 안정을 유지하고 있고, 중국이 지원하는 한 북한 체제는 유지될 것이기 때문에 통일은 비현실적이라는 판단도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통일의 가치·편익에 대한 긍정적 인식 확산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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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7월 18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한반도통일연구원 주최 토론회. 이인제, 김재원, 정문헌, 성완종, 길정우, 이상일 의원 등이 참석했다.

통일 의지가 약화되면서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통일이 남남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하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기반으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고 한국 주도의 통일을 성취하자는 입장인 반면, 다른 주장은 당분간 남과 북이 상이한 체제와 이념을 인정하고 남북 간 교류협력을 확대하고 평화를 정착시킴으로써 남북 간 ‘사실상의 통일’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통일 의지의 약화는 통일 준비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져 ‘준비 안 된 통일’로 말미암은 혼란을 야기하거나 자칫 통일의 기회를 상실하게 할 우려가 있다. 이미 중국이나 일본과 같은 이웃국가들은 한국은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갖고 있으며, 이를 공공연히 언급하고 있다. 더욱이 주변국들이 동북아에서 현상 유지를 바라는 현실을 감안하면, 우리 스스로 관심을 갖지 않는 통일에 대해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갖길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과거 통일한국의 비전으로 세계 중심국가나 경제대국과 같은 국가 차원의 거창한 비전이 제시되었으나 박근혜정부의 ‘행복한 통일’은 통일을 개개인의 삶과 직결된 문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북한이탈주민의 정착 지원에 대한 관심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통일 기반 구축은 정부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적 지지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통일친화적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통일친화적 사회는 통일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통일의 당위성과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통일을 향해 나아가는 사회 분위기를 의미한다.

통일 기반 구축은 정부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적 지지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통일친화적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통일친화적 사회는 통일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통일의 당위성과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통일을 향해 나아가는 사회 분위기를 의미한다. 통일친화적 사회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통일에 대한 관심과 의지의 회복은 한반도의 분단에 대한 자각에서 시작한다. 예컨대, 비무장지대(DMZ) 평화공원 조성과 같은 사업은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남북 분단을 대내외에 인식시킬 수 있는 사업이다.

둘째, 통일이 다양한 방법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이는 과거에 통일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통일에 대한 의지가 약화된 것을 정상화하는 과정이다. 냉전 시기에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외치면서도 통일의 가치나 편익을 강조하거나 특별히 통일 준비의 필요성을 언급하지 않았다. 통일이 천문학적 비용과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보다는 통일이 무한한 가치와 편익을 가져올 것이라는 긍정적 인식이 확산되어야 통일에 대한 의지가 강화되는 것이다.

셋째, 통일의 의지를 함양하기 위해 언론과 교육의 역할이 중요하다. 중고교 교과서에 통일의 가치와 비전을 포함시키고 통일비용과 편익을 객관적으로 비교해 통일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하게 하는 교육이 필요할 것이다.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청소년, 여성층에 대한 교육 효과를 증진시킬 필요가 있다. 통일 의지가 약화되는 가장 큰 요인이 비용이라면, 단순히 비용보다 편익이 많다는 주장을 넘어서 비용을 조달할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IMF,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 등이 통일한국의 재건에 투자할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해 국제사회와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끝으로 통일정책 추진 인프라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대북정책은 가시적 성과가 당장 나타나기 어려운 분야이나 가시적 성과가 없다고 전략 수립과 대북정책 인프라 구축에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통일을 대비해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할지 분명한 실행계획이 마련되고 이를 뒷받침할 양질의 물적, 인적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대북정책 전문가, 대북정보 전문가, 남북대화 전문가 등을 보강함은 물론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정부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정책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외연을 확대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대북정책의 컨트롤타워와 각 부처의 긴밀한 협조체제가 유지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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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8월28일 열린 제16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전체회의.

통일친화적 사회 분위기는 대북정책과 통일외교에 반영될 것이다.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통일이라는 대북정책의 목표를 분명히 자각해야 한다. 남북 간 사회문화 교류, 경제 협력, 대북 인도적 지원 등 대북정책을 구성하는 다양한 분야에서 통일이라는 목표의식을 분명히 자각해야 한다. 분단 관리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며 통일을 앞당기고 혼란을 최소화하는 등 통일을 지향하여야 한다. 통일지향형 대북정책에서 신뢰 구축 노력은 중단 없이 지속되어야 하며 북한의 변화를 최우선시하여야 한다.

통일이 궁극적으로 북한 주민들과의 심리적 통합이라고 볼 때, 남북 간의 친화력 제고 노력은 중요한 과제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북한에 대한 호감도가 급격히 감소하는 것은 통일에 장애가 될 것이므로 탈북자 정착 지원이나 대북 인도적 지원 등을 통해 남북 친화력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

통일외교를 강화해 남북통일에 대한 주변국의 인식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남과 북은 오랜 기간 통일국가였고 방법론에 대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통일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아울러 통일이 한반도뿐만 아니라 지역 안정과 평화에 기여하며 개별 국가에도 많은 편익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주변국의 인식이 변화되도록 하여야 한다. 개별 국가별로 맞춤형 편익을 발굴하여 설득력 있게 다가서야 할 것이다. 남북통일에 대해 주변국이 갖고 있는 다양한 생각을 함께 확인하고 차이를 좁힐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특히, 북한 급변상황을 가정한 공동 대응에 대해 협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북한 급변 시 서로 다른 대응방안으로 생길 혼란을 방지하고, 한국이 배제된 상태에서 미·중 등 강대국이 한민족의 운명을 합의할 가능성을 예방할 것이다.

통일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올지 알 수는 없지만, 통일을 대비해서 통일의 기반을 구축하는 일은 늦출 수 없는 일이다. 통일이라는 미래 비전은 대북정책뿐만 아니라 외교·안보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등대와 같은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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