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호 > 성공시대

성공시대 / 김대성 ‘함께 일하는 사람들’ 대표

빈손의 이민자에서 창조경제 이끄는 4개 기업 CEO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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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7일 서울 성북구 삼선동에 위치한 ‘함께 일하는 사람들’ 사무실에서 이 단체 대표인 김대성 씨를 만났다. 올해 42세, 훤칠한 키, 준수한 얼굴, 사업 의욕이 넘치는 그의 모습을 보는 순간 범상한 인물이 아니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다.

2002년에 북한을 탈출해 대한민국에 입국한 김대성 씨는 탈북 당시 학력도 없었고 자본주의 사회에 새롭게 적응할 아무런 재능도 없는 그저 그런 사람이었다.

북한에 비해서는 훨씬 발전되고 번창한 남쪽 사회에 일개 구성원으로 합류하면서 ‘이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나’ 하는 고민으로 밤잠을 설쳤다고 한다. 두말할 나위 없이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학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순간 그는 주저 없이 한국외국어대에 입학했다.

글로벌 시대의 젊은이로 살아남으려면 외국어와 외국 문물에 능통해야 한다는 나름의 생각이 그를 외국어대학 강의실에 앉게 했는지도 모른다. 물론 외국어 공부에만 전념한 것이 아니다. 인문학과 경제 분야, 특히 금융 쪽에 관심을 가지고 학구열을 불태웠고 관계 분야의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 과정에서 김대성 씨의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것이 있었다고 한다. 북한이탈주민, 이 땅에 아무런 연고도 없이 빈주먹 하나 달랑 들고 찾아온 이방인 같은 사람들 가운데 한 명으로서 보증과 담보가 있어야만 금융기관의 문을 두드릴 수 있는 현실에 그의 첫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학업을 마친 뒤 사회에 나오자마자 그러한 이유로 설립한 것이 바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란 단체다. 단체의 취지는 간단했다. 너나없이 서로 믿고 단돈 10만, 20만 원이라도 합쳐 큰돈을 만들어 사업을 키우고 이윤을 남겨 소외된 계층과 더불어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거듭나자는 취지였다. 발상은 좋았으나 아무도 믿고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고 한다.

북한이탈주민들의 성공적인 정착과 창업 지원

그러나 그는 힘을 잃지 않고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지난 10여 년간 오로지 한 생각, 반드시 이곳에서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국민이 되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이민자는 정말 불행한 운명인가, 아니면 기회의 운명인가? 열정은 허망하게 버려지는 것이 아니었다.

2010년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란 단체를 드디어 미소금융지점으로 발돋움시켰다. 근 1조 원에 달하는 휴면예금 관리를 목적으로 출범한 한국금융위원회 산하 미소금융중앙재단의 지점으로 선정된 것은 그가 지닌 열정과 그간 키워온 능력이 이뤄낸 첫 성과물이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금감원 감사를 받고 은행 전산체계를 갖춘 지점으로서 현재 수백 명의 투자자를 유치한 왕성한 사업장으로 변신했다.

단순히 자금을 유치하고 그것으로 창업자들을 키워내는 것만이 사업의 전부는 아니다. 그는 앉을 새도 없이 뛰어다닌다. 그의 목표는 좀 더 생산적인 기업을 만들어 대한민국의 기간산업의 또 다른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었다.

그는 최근에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뿐만 아니라 대만, 홍콩,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벌일 D. S, KOREA란 회사를 설립했다. 명망 높은 중소기업들과 외국 바이어들의 신뢰 속에 수천 억 원의 자금으로 설립된 네 개 기업의 대표이사로 선임된 지금의 그는 더 이상 이민자로서의 고통 속에 갈길 몰라 헤매는 사람이 아니다. 생소한 땅에 떨어진 홀씨가 어려움을 견디고 마침내 풍성한 열매를 수확하는 황금 씨로 변신했다.

그의 사무실 책상 위에는 곧 출시될 제품의 시제품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었다. 이제 이 시제품들을 보여주고 계약이 성사되면 중국, 일본, 대만, 인도에 위치한 그의 회사들이 본격적으로 업무에 착수한다.

연간 매 회사당 100억 원 매출을 계획하고 있는 자동차 부품, 생활용품, 화장품, 식품 시제품들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정착 10여 년 만에 이만한 재력을 모아 신뢰받는 회사를 일궈냈다는 사실이 언뜻 믿기지 않는다. 그는 아직 미혼이다. 혈혈단신 총각의 몸으로 오로지 창업을 위해 대한민국뿐 아니라 세계로 동분서주하는 그에게 이젠 가정을 이뤄야 하지 않느냐고 넌지시 물었다. 그는 씩 웃으며 아직 그럴 생각이 없다고 한다. 일이 너무 재밌고 그래서 아예 일에 미쳐버렸다는 것이다. 이렇게 일을 성사시키고 언젠가 그 결실을 얻게 되면 가정도 자연 가지게 될 거 아니냐고 한다. 어찌 보면 개인적 삶에 신경을 쓸 시간도 없는 것 같다. 쉴 새 없이 사람들이 드나들고 전화 벨이 울린다. 곧 강습생들이 오고 그 앞에서 창업 강의도 해야 한단다.

그가 북한이탈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의 주제를 요약하면 이렇다. ‘기존의 생각을 모두 버려라. 현대의 기준, 새 기준에 자리를 내주어라.’ 지당한 말씀이다. 북한 체제에서 살며 굳어진 닫힌 습관을 가지고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을 따라갈 수 없다.

빈손뿐인 이민자의 고통을 기회로 만들려면 생각을 바꾸지 않고서는 어림도 없다. 그는 그것을 말로써가 아니라 성공 창업으로 보여주었다.

순이익의 10%를 통일자금으로 정관에 정해놓은 사람, 그래서 힘들지만 하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는 사람, 이 땅에 들어온 북한이탈주민 2만5000명의 성공적인 정착을 돕는 일이 통일을 앞당기는 주요 사업이라며 웃음 짓는 사람. 그는 분명 통일된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미 현실로 받아들인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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