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호 > 특별 인터뷰

특별 인터뷰 / 전성훈 통일연구원 원장

통일 마천루를 세우듯
정교한 공학으로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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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도 출신으로 인문·사회 분야 국책 연구기관장에 오른 인물.
신임 통일연구원 전성훈 원장의 이력이다.
산업공학과 공업경제학을 전공하고 경영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니 인문·사회 분야를 두루 꿰고 있는 셈이다.
전 원장은 “이론과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것을 만드는 엔지니어링 마인드로 국익에 부합하는 참신하고 과학적인 정책을 개발하겠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통일연구원 창설 멤버로서 23년간 실력을 쌓은 통일 전문가라는 점에서 신뢰를 받고 있다.

이근미 작가

“정부의 대북·통일정책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명실상부한 두뇌집단으로 거듭나는 게 우리 연구원의 목표입니다. 북한 문제의 국제화가 심화되고 통일 지평이 넓어지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통일정책 연구와 중·장기 전략 개발에 매진해야죠.”

대선 전부터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북정책을 조언해온 전 원장은 박 대통령이 통일과 통합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통일을 국정 기조 레벨에 올린 것은 현 정부가 처음입니다. 박 대통령이 지난 8·15 경축사에서 ‘진정한 의미의 광복과 건국은 한반도에 평화를 이루고 남북한이 하나 되는 통일을 이룰 때 완성된다’고 밝혔듯이 통일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서 평화통일의 기반을 구축할 것으로 믿습니다.”

대통령직인수위에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안을 만드는 데 기여한 전 원장은 한반도의 앞날을 낙관했다.

“지금은 새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진통기입니다. 박근혜정부가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을 융합해서 업그레이드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제시한 것에 대해 북한 당국이 적응해나가는 과정이죠.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상대는 북한 동포들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통일에 대비해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북한의 비핵화도 이끌어낼 것이라는 게 전 원장의 견해이다.

“우리 정부가 6자회담은 물론 양자, 다자 등 다각적인 협상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억지태세를 갖춰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해야죠.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유연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일관된 대북관에 대해 일부에서 경직되었다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전 원장은 박근혜정부가 북한의 도발에는 튼튼한 안보로 대처하면서 유연하게 열린 자세로 북한과 만나고 대화하면서 건강한 남북관계를 만들어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접촉을 통해 북한이 생각과 인식을 바꾸고 태도에 변화를 보이도록 견인해나가야죠. 안보나 대화, 어느 한쪽에 치우지치 않고 균형을 잡으면서 발전적으로 진화하는 유연한 대북정책에 대해 국제사회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000년부터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의 한반도 문제 논설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매주 북한 동포들에게 남북관계와 국제사회 소식을 전해온 그는 누구보다도 북한 소식에 정통하다.

“김일성이 사망한 1994년의 북한과 김정일이 사망한 2011년의 북한은 다른 세상입니다. 북한의 보통사람들이 바깥세상의 소식을 접하면서 많이 변했습니다. 주민 세뇌교육이 점점 효험을 잃으면서 북한 사회가 새로운 시대로 발전할 수 있는 역량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세습은 개혁·개방의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개혁의 전제조건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인데 김일성과 김정일의 과오를 인정하는 것은 김정은의 권력 기반을 훼손하는 일이기 때문이죠. 이런 점에서 김정은은 중국의 등샤오핑 같은 인물이 되기 어렵습니다.”

매우 가까운 시기에 기습적으로 통일이 될 거라는 견해에서부터 통일은 요원하다는 설까지, 외부에서 우리의 통일에 관심이 더 많다. 전 원장은 언제가 됐든 지금부터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통일이 언제 닥쳐올지 아무도 모릅니다. 신이 우리에게 주실 가장 비밀스러운 선물이 되겠죠. 다만 통일의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통일에 다가서고 통일을 맞이해야 합니다. 정교한 공학이 멋진 마천루를 만들어내듯 통일을 설계하고 기반을 닦으면서 벽돌 한 장씩 쌓아가는, 통일 공학(Unification Engineering)을 이룬다는 각오로 준비해야 합니다.”

전 원장은 통일이야말로 블루오션(Blue Ocean)이라고 강조했다.

“남한이나 북한이나 60년 넘은 분단으로 모순이 극에 달한 상황입니다. 우리의 국력과 에너지로 북한을 돕고 일으켜 세워 함께 나가면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들이 일시에 해소될 겁니다. 인구 8000만 명의 통일한국이 동북아의 지정학적 요충지에서 중심국가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독일이 유럽의 경제 운명을 좌지우지하고 있는데 통일한국이 동북아와 아시아 평화의 주인공이 될 것입니다.”

전성훈 원장은 학문 연구와 정책 지원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서 우리 민족이 통일시대를 활짝 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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