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암 통일연구원 부원장
장기간의 대립과 불신으로 여전히 신뢰가 낮은 상황 에서 북한은 적대, 경계, 협력, 지원 대상이라는 4가지 요소를 모두 내포한 복합적인 성격을 가진 존재라는 점 을 부인할 수 없다. 앞으로 한반도 구성원 모두가 진정 한 평화공존 속에 번영된 삶을 영위하기 위해 북한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먼저 북한을 어떤 한 측면 만으로 바라보는 편향된 인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적대 와 경계 요소만을 내세워 북한이 변할 때까지 만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가장 소극적인 자세로 무책(無策)에 속한다. 협력과 지원대상이기 때문에 북한에 대 해 무조건적이야 한다는 인식도 경계해야 한다. 복합적 관점에서 북한을 바라보되, 협력의 대상으로 변할 수 있도록 교류협력을 활성화 해야 한다. 만나서 교류하고 소통하되, 신뢰가 쌓일 수 있는 지혜로운 만남을 설계 해 가야 한다..
지혜로운 만남을 설계할 때 ‘지원’ 대상으로서의 북한에 대한 관점의 변화도 수반되어야 한다. 김정 은 시대 들어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은 이전과 비교해 나아졌다고 한다. 북한 중앙통계국이 유엔아동기금 (UNICEF)의 기술적, 재정적 지원을 받아 전국의 8500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7 북한 다중지표군집조 사(Multiple Indicator Cluster Survey: MICS)’에 따 르면 영양 상태 등 각종 삶의 지표는 호전된 것으로 나 타난다.
그렇다면 북한에 대한 지원은 필요 없는 것인가? 북 한 주민의 삶의 질은 일부 호전되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아동·장애인 등 취약계층과 동북부 취약지역 중심 의 인도적 수요는 해소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여 전히 지원 대상 요소를 지닌 북한이라는 상대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평화공존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 고난의 행군을 겪던 북한 주민을 동포애의 관점에서 도와주어야 한다는 시혜적, 자선적 관점은 여전히 유효 한 것인가? 물론 인도주의 정신은 그 자체로서 중요한 가치이다. 그렇지만 일방적인 시혜적 관점에서는 탈피 해야 한다. 앞으로 남북한 사이의 오랜 경색 국면을 벗 어나 본격적으로 대북지원이 재개된다면 일방적인 시 혜적 관점에서 벗어나 북한을 고려한 쌍방향적 관점을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북한 내 상황의 변화와 북한의 필요를 고려하여 대 북지원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북한 당국이 정책적으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산림 복구를 고려한 남북산림협 력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북한 이 발전을 위해 필요로 하는 지식공유 사업이 확대되 도록 해야 한다. 질병 통제와 같이 남북한 주민들이 동 시에 혜택을 볼 수 있는 호혜적 성격의 대북지원 사업 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 북한 주민이 단순히 수혜자라 는 인식에서 탈피하고 북한 주민이 주체로서 참여하는 방향으로 북한 내 파트너와 협의하여 지원계획을 수립 하고 실행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배려와 쌍방향의 관점에서 대북지원을 새롭게 정립해 나갈 때 대북지원이 남북 주민 사이에 상 생과 신뢰를 쌓아가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