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

가시화된 북미정상회담과
중국 변수

국제질서 변화와 북한의 신년사

지난 2018년은 미중 패권 경쟁이 본격화한 해이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출발을 알리는 원년이었다. 2019년은 미중 무역전쟁이 ‘90일 휴전’을 끝내고 봉합되느냐 아니면 확전의 길로 가느냐의 기로에 선 해이면서, 교착상태에 있는 비핵화의 돌파구를 마련해 한반도 평화체제로 한 단계 더 올라설지 아니면 다시 대결구도로 되돌아갈지 판가름할 수 있는 ‘진실의 순간’을 맞이하는 해다.

미국은 지난 2017년 12월 국가안보전략보고서에서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한 이래 2018년에 첨단 핵무기 개발 재개, 중거리핵전력협정(INF) 파기, 우주군 창설 등 군사력을 강화했으며, 같은 해 7월부터는 중국제품에 대해 고율관세를 매기면서 무역전쟁을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4일에는 펜스 부통령이 중국과의 신냉전 시대가 도래했음을 선언했다. 이러한 흐름과 달리 아베 일본 총리는 비밀리에 북일 관계정상화를 위한 접촉을 가진데 이어, 500명에 달하는 기업인을 이끌고 베이징을 방문해 중일 정상회담을 갖고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참가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미국의 불참으로 와해될 뻔 했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을 부활시켰다.

한편 지난 11월 8일에 예정됐던 북미 고위급회담이 북한의 일방적 통보로 무산되면서 비핵화 진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어느 때보다도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신년사에서 김 위원장은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앉을 준비가 되어 있으며 반드시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대북제재와 압박을 지속한다면 어쩔 수 없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신년사에서 김 위원장이 밝힌 ‘새로운 길의 모색’에 주목했지만, 실제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친서와 북미 고위급회담 개최, 그리고 가시권에 들어온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있었다.

2018년 6월 12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과 ‘스몰딜’ 가능성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일정이 확실시되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포괄적 합의가 나올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까지 비핵화 협상의 진행 상황을 볼 때 결코 쉽지는 않은 일이다. 미국과 북한이 생각하는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의 목표는 같지만, 완전한 비핵화의 범위와 내용은 약간 다르고, 접근방식도 크게 다르다. 비핵화의 속도는 상응조치에 따라 조율될 수 있다는 것이 북한의 입장인데, 미국은 당초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중에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가 이제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 시진핑 주석에게 직접 약속했을 뿐만 아니라 2019년 신년사에서도 자신의 육성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의사를 표명했다. 완전한 비핵화의 내용에는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프로그램이 포함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운반수단인 탄도미사일의 범위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국한할 것인지 중·단거리 탄도미사일까지 포함시킬 것인지는 미확정이다.

비핵화의 접근방식과 관련해, 미국은 당초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일부의 조기 반출 및 해체를 주장했다가 ‘날강도같은 요구’라는 반발에 부딪혔다. 그 뒤 핵프로그램과 미사일기지의 정보를 담은 신고서 제출로 바꾸었다가 검증에 대한 6자회담 당시의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이 요구도 뒤로 미뤄졌다. 작년 말 미 국무부 동아태국과 국제원조처(USAID) 공동보고서는 장기목표로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를 견지하되, 단기목표로 핵개발 동결, 핵·미사일 시험 및 핵물질 생산의 중지를 새롭게 제시했다.

2019년 1월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듀폰서클 호텔에서 만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왼쪽부터)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마침 신년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이미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해 내외에 선포하고 여러 가지 실천적 조치들을 취해왔다”는 ‘4불 원칙’을 밝히고 있어 이미 핵개발 동결에 대한 동의는 이루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미 본토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는 차원에서 ICBM 동결을 추가로 요구하였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는 비핵화 접근방식에 못지않게 미국이 북한에 제공할 상응조치를 둘러싸고도 이견이 크다. 초보적인 체제 안전의 보장 차원에서 북한이 요구한 종전선언은 미국이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는 바람에 사실상 철회됐고, 새롭게 제기된 대북제재 완화 요구도 비핵화가 완료될 때까지 제재를 해제할 수 없다는 미국의 단호한 입장에 부딪혀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다행히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작년 연말과 금년 초 대북 인도적 지원과 이를 위한 미국 민간인의 북한 방문을 허용한다고 발표하면서 제재 완화로 가는 첫발을 내디뎠지만, 평양과 워싱턴의 연락사무소 상호개설, 스포츠·문화 교류가 추가된다고 해도 이 정도만으로 북한이 상응조치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미국 언론은 램퍼트 동아태차관보 대행의 말을 빌려 미국이 중유 및 정제유 공급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북제재의 일부를 완화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결국 핵무기·ICBM 개발 동결, 핵·미사일 시험 및 핵물질 생산의 중지를 북한이 받아들인다면, 그에 대한 상응조치로써 대규모 한미군사연습 중지의 지속, 대북 인도적 지원 제공, 워싱턴과 평양 간 연락사무소 개설, 문화·스포츠 교류 외에 200만 배럴로 제한된 중유와 50만 배럴로 제한된 정제유의 한도를 늘려준다는 것이다. 만약 북한이 이 제안을 받는다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빅딜은 아니더라고 스몰딜은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스몰딜을 한두 차례 더하면 최종적인 합의와 타결에 이를 수 있다.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중국 역할론 부상

이와 같은 북미 간의 움직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중국 변수다. 미중 무역 전쟁이 90일 휴전을 맞은 가운데, 차관급회담에서 협상이 진전을 이룸에 따라 중국은 본격적으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제4차 방중을 통한 북중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오는 4월 15일 북한의 이른바 태양절을 계기로 시진핑 주석의 평양 방문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후 6년간 한 번도 중국을 방문하지 않다가 남북대화 및 북미대화를 앞두고 1년 사이에 4번이나 북중 정상회담을 가졌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거론되는 가운데 김 위원장의 네 번째 방중이 이루어지자, 이로 인해 북미 정상회담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제1차 북미 정상회담과 8월의 북미 고위급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배후론, 중국책임론을 꺼내들면서 회담들을 취소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정전협정 당사자들과의 긴밀한 연계 밑에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계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도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한반도 문제의 초기단계부터 중국을 끌어들이겠다는 의미로 해석되었다. 이것은 북미 협상을 통해 한반도 문제의 가닥을 잡은 뒤, 해결 단계에서 중국을 참여시킨다는 미국의 구상과 배치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작년 12월 1일 상하이에서 열린 한 국제회의에서 쿵쉬안유(孔鉉佑) 외교부 부부장 겸 한반도사무국특별대표가 “(한)반도 정세의 변화에 따라 적기에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를 되돌리는 조항 마련에 시동을 걸어야 한다”면서 “굳건하게 비핵화를 추진함과 동시에 정전체제를 전환하는 문제 역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6자회담을 계속 잘 이용하기를 희망한다”며 중국역할론을 강조했다.

2018년 12월 1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난 미중 정상이 회담을 하고 있다.

북중 수교 70주년이 되는 올해, 첫 북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한)반도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및 지역의 장기적인 안정 실현”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지금까지 중국이 밝혀온 한반도정책 3원칙에서 ‘대화와 협상’ 대신에 ‘지역의 장기적인 안정’을 포함시킨 점이다. 이에 대해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중국이 6자회담의 필요성을 말할 것이라는 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처럼 중국은 미국의 견제와 미중 무역전쟁을 의식해 한반도 문제에서 한 발 빼는 자세를 취해왔다가 지난 12월 1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90일 휴전선포’를 계기로 또다시 한반도 문제에 적극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연초에 김정은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베이징을 방문한 것 때문에, 또다시 중국 변수가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루캉 외교부 대변인은 북미 정상회담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중국 변수가 작용할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

2019년 새해는 한반도 비핵화를 진전시킴으로써 남북관계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할 시기이다. 무엇보다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조건이나 대가 없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의 재개 의사를 밝히면서 적어도 북한 변수는 없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핵화의 진전을 통해 남북경협도 본궤도에 오르게 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몇 차례의 남북합의를 통해 교류·협력에 합의했지만, 비핵화의 부진으로 가시적인 경제적 성과를 거둘 수 없었다. 비핵화의 진전이 없는 남북관계의 발전도 불가능하지만, 남북관계의 발전이 없는 비핵화도 어렵다. 이제는 남북관계의 발전이 전쟁위험의 종식뿐 아니라 우리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국민들이 체감토록 해야 할 것이다.

조 성 렬 조 성 렬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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