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IN

철도연결은 경제의 연결,
공동체의 성장으로 이어져야

우리나라는 분단으로 인해 인프라 관점에서 섬나라가 되었다. 도로, 철도 등의 물류 외에도 송전선으로 연결된 전력산업과 가스관 등으로 연결된 에너지 산업에서도 섬나라의 특성을 지닌다. 대륙과 연결되어 있지만 가스관이 연결될 수 없어 가스의 액화, 기화시설, 특수 선박이 필요한 LNG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비효율성이 나타난다. 국가별로 전력수요 패턴의 차이 등에 따라 서로 Peak Time에 효율적으로 전력을 거래할 수 있는 국가 간 전력시장 형성도 어려워졌다. 더 나아가 중국 내에서 제조업의 중심지로 성장하고 있는 동북3성의 잠재력에 노출될 수 있는 기회도 부족하게 되었다. 국가 간 무역이 활발해지며 상호 의존성이 증대되는 현대 사회의 경제 구조에서 섬나라가 갖는 비효율성은 점차 더 커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인 철도에 대한 남북한 공동조사 이후,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이 진행됐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월 14일 국제철도협력기구를 방문해 남북 철도사업 협력을 포함한 논의를 진행했다. 분단된 우리나라가 다시금 유라시아 대륙의 육로로 연결되어 섬나라의 숙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변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북한의 철도 현황과 과제

험준한 산악지형인 북한에서 철도는 여객과 화물 수송 수요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한 교통수단으로써 대부분 전철로 구성된다. 철도는 매우 길지만 약 97%의 노선이 단선인 데다가 에너지 공급 부족으로 인해 전력 생산이 충분하지 않고 신규 투자는 미비하여 철도 운영의 효율성이나 평균 속도는 현저히 낙후한 실정이다. 북한 당국도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주요 부문 중의 하나로 철도·운수 분야에 최우선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향후 낙후된 북한 철도 개선을 위해서는 기존 노선의 개·보수뿐만 아니라 철도의 복선화, 신호·통신·제어 등 운영 시스템의 현대화를 위해 상당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더 나아가 고속철도의 건설 등과 같은 신규 노선의 투자도 고려해 봐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북한 철도에 대한 투자비가 어느 정도 될 것인지는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다양한 시나리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① 기존 노선의 개·보수, 현대화, 신규 노선 건설, ② 고속철도 건설이라는 두 가지 큰 대안에 대하여 우선순위와 경제적 효과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엄연히 대북제재가 유효한 현실이지만 이러한 논의는 매우 시의적절하고 중요한 논의라고 생각한다. 철도 사업이 북한의 경제 상황과 남한, 중국, 러시아 등의 이해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여객 수요보다는 화물 수요가 더 시급한 부분이라고 판단된다. 일각에선 (화물 수요 측면) 철도는 운임면에서 선박에 비해 불리하고 신속성면에서는 항공에 비해 불리하기 때문에 남북한 철도가 연결되더라도 화물 수요의 신규 창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섬나라는 항공 또는 선박 외에 다른 수단을 고려할 수 없지만 유럽이나 미국 같은 대륙에서는 철도가 물류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크다. 즉 상호 대립되는 요소인 운임과 신속성 측면에서 선박과 항공 사이의 중간 지대에 속하는 화물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에 철도는 항공보다 저렴하며 선박보다 신속하다는 장점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활발히 이용되고 있는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화물 수요도 이러한 잠재적 시장을 충분히 설명한다.

남북 철도 연결

남북 철도 연결, 어떤 기회로 삼을 것인가

남북한 철도의 연결은 일본, 남북한을 포함해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과 유럽의 연결을 뜻한다. 또한 바다로의 진출이 어려워 물류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북3성과 몽골 등의 지역을 남북한과 경제적으로 연결하게 되어 동북아 지역 내 연결성이 크게 제고되고 경제 공동체로의 성장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고속철도의 건설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남북 철도 연결로 인한 경제적 효과로 북한의 소득이 증가하고 북한 주민의 정치적 자유가 확대되면, 북한 주민을 포함한 남한, 중국 등 주변국 주민의 여객 수요도 증가하게 될 것이다. 항공의 수속시간과 공항으로의 이동시간을 감안할 때, 고속철도로 동북3성의 주요 도시들이 4~6시간 이내로 연결될 수 있다면 충분한 수요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국경 통과를 위한 행정 절차의 간소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광범위한 고속철도망을 구축하고 있는 중국 고속철도망과의 직접적인 연결은 한국의 KTX 운영 측면에서도 좋은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북한 철도와 관련된 투자비의 조달 측면에서는 북한 지역을 통과하는 여객 수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고속철도보다는 북한 주민의 사회 후생을 증대시키고 북한 내 물류를 활성화하여 시장경제를 촉진하는 데 기여 한다는 측면에서 기존 철도 개·보수 및 현대화가 단기적으로 효과가 클 것이다. 이제 첫걸음을 시작한 남북 철도 연결이 중장기적으로 남북한의 경제적 격차를 줄이고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도록 도우며 더 나아가 통일을 이루기 위한 위대한 역사의 시작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효진
삼정KPMG 대북비즈니스지원센터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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