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대담

“2018년은 전환의 해,
2019년은 진전의 해가 되어야”

2019년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비핵화 협상과 북미관계 진전, 한반도 대전환 프로세스를 지속하기 위한 전략과 선택은 무엇일까. 지난 1월 14일 김연철 통일연구원장, 조세영 국립외교원장과 함께 그 길을 모색해 봤다.

대담 | 김연철 통일연구원장, 조세영 국립외교원장
사회 |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통일시대〉 기획편집위원)

이희옥 | 한반도 평화만들기에서 2019년이 갖는 비전과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조세영 | 2018년에 진행된 역사적인 진전들을 토대로 올해는 본격적인 게임이 전개되는 국면이다. 어렵게 열린 기회의 창을 반드시 살려 소기의 성과를 실현해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우리 세대는 역사의 죄인이 된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2020년 미국 대선도 큰 변수 중 하나이기 때문에, 2019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최대한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김연철 | 2018년이 전환의 해였다면, 2019년은 진전의 해가 되어야 한다. 올해 여러 가지 불투명한 변수들이 적지 않지만, 가능하면 상반기에 북핵문제와 관련한 돌파구를 찾아야 새로운 100년을 보장하는 데 있어 좀 더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희옥 | 연초에 북중 정상회담이 열렸는데, 어떻게 봐야 하는가.

김연철 | 북한과 중국 모두 북중 정상회담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미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측면도 있지만, 전략적 이해가 일치하는 부분도 있다고 본다. 중국 입장에서는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에 좀 더 적극 참여해야 하는 이해가 있고,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를 다져 놓는 게 상황 관리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조세영 | 국내에서는 북중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대한 경계심, 또는 우리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북중관계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가 큰 변화를 모색할 때 동맹국인 미국과 사전에 조율을 하듯, 북한이 중국과 협의를 했다는 것은 다가올 북미 정상회담이나 서울답방 등에 대해 긍정적인 행보를 보이려는 시그널로 해석할 수도 있다.

정근식 | 국민들이 미국의 대북제재와 유엔의 대북제재가 남북관계와 북한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깨닫게 됐다. 이제 남과 북은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10년마다 남북관계 정세가 달라지는 일이 반복될 것인가.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는 10년이 될 것인가가 2019년의 정세에 달려 있다.

스몰딜 가능성 있으나, 포괄적 일괄타결 노력도 지속

이희옥 | 제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지체되어 있던 상황을 어떻게 돌파해 나갈 수 있다고 보는가.

김연철 | 전문가들의 분석을 보면 빅딜과 스몰딜 접근법이 있다. 빅딜은 압축적으로 속도감 있게 가보자는 것인데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한계가 있다. 스몰딜은 서로 바꿀 수 있는 것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것인데, 두 가지 접근의 중간쯤에서 일종의 협상 패키지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문제는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는 것이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의 폐기 등 좀 더 과감하게비핵화 프로세스를 밟고, 미국도 관계 정상화와 제재 완화에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이런 흐름의 중간지점에서 협상전략을 세우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

조세영 | 지금 당장은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 어려워도 포괄적 일괄타결을 모색하는 전망을 제시하는 작업도 중요하다. 북한은 신년사에서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을 적극 추진하여 항구적 평화보장의 토대를 만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비핵화의 끝단계에 이르면 평화협정 체결이 필요하고, 그것은 다자적인 구도가 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결국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은 동시적으로 추진될 것이고 다자협상의 틀로 진행되는 것이 필연적인 수순이라 본다. 그렇다면 우리가 다자적 질서를 좀 더 적극적으로 탐색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김연철 | 남·북·미 삼각관계는 북핵문제를 풀어나가는데 있어 여전히 중요하지만, 중국의 역할과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 다양한 상황에 대한 복합적 전략을 세워야 한다. 남·북·중 삼각관계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4자회담이 어느 시점에는 진행될 텐데, 남·북·미·중이란 4자구도에서의 한국의 위상과 역할도 준비를 해야 한다.

이희옥 | 김정은 위원장의 핵 포기 결심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조세영 | 김정은 위원장이 협상 테이블에 나온 이상 조건이 맞으면 핵을 포기하겠다는 결단을 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문제는 본인이 핵 포기를 결단한 조건이 있을 텐데, 여러 상황과 관계국이 제시하는 상응조치가 그 조건에 부합하는 지 여부에 따라 포기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의지 자체만 가지고 논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본다.

김연철 | 북한은 신년사에서 경제 부분에 대한 국정지표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런데 핵과 경제를 동시에 가져갈 수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정확히 이해를 하고 있다고 본다. 즉, 완전한 비핵화에 동의했다고 볼 수 있지만, 방법론에 있어 일방적 비핵화는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비핵화의 상응 조치를 강조하는 것이다. 결국,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검증하는 것은 우리가 협상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있다.

일정한 수준의 비핵화와 상응 조치가 함께 진전돼야

이희옥 |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이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입장을 어떻게 보는가.

김연철 | 비핵화 속도와 북미대화는 남북 경제협력을 비롯한 여러 현안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형태든 우리에겐 유리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영변 핵시설 폐기를 당면 목표로 삼고 영변 지역에 대한 ‘협력적 위협 감소 프로그램’을 적용한다고 생각해 보자. 이는 미국이 구소련 지역에서 핵무기를 폐기할 때 산업조정을 통해서 핵 관련 업종에 종사했던 군인, 과학자, 주민들에게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제공했던 프로그램이다. 만약 영변에 협력적 위협 감소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면 개성공단 재개나 여러 가지부분들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북미 간에 어떤 협상이 이뤄지든 그것을 남북관계 발전에 기회로 활용하는 것은 우리 몫이다.

김연철_통일연구원장

“북미 간에 어떤 협상이 이뤄지든 그것을 남북관계 발전에 기회로 활용하는 것은 우리 몫이다”
김연철_통일연구원장

조세영 | 미국의 입장을 보면, 1차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가 추상적이었기 때문에 2차 정상회담에서는 보다 분명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게 대체적인 인식인 것 같다. 구체적인 조치들에 대해 보다 분명한 합의를 하려다 보니, 쉽게 일치되기 어려운 측면도 있을 것이다. 북한도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입장만으로는 곤란하고, 미국도 그에 상응하는 분명한 조치가 필요하다. 일정한 수준의 비핵화 진전과 일정한 수준의 상응조치가 매칭된다면 미니일괄타결과 같은 패키지가 가능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해 본다. 어쨌든 협상이라는 것이 너무 기술적·실무적으로 가면 타결하기 어려워진다는 역설이 있다. 작년 북미관계가 극적 대반전을 이룬 것도 트럼프라는 톱다운 방식의 리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어느 지점에서는 톱다운으로 끌어주는 요소가 여전히 필요하다고 본다.

이희옥 |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가 축복 속에서 진행되려면 결국 국제 사회의 협력 속에서 진행되어야 할 텐데, 우리 정부의 역할을 어떻게 보는가.

조세영 |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질서를 세우는 것은 국제적 이슈이다. 한반도 주변 국가들이 원만하게 합의할 수 있는 틀을 만들지 못하면 최종적인 목표는 실현되기 어렵다. 한반도 평화질서와 동북아 안전보장을 담보하는 큰 틀에서 비전을 탐색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비전을 보여주는 작업이 국제적 이해와 지지를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가장 기본은 미국과의 관계다. 미국이 큰 열쇠를 쥐고 있고, 우리와 동맹관계에 있기 때문에 미국과의 긴밀한 협조를 우선순위에 두고 추진해야 한다. 한중관계와 한일관계도 중요하다. 중국과 전략적인 이해의 교집합을 만들고, 일본과도 협력과제를 적극 발굴해 나가야 한다. 조금 더 실용적이고 유연한 자세로 외교를 전개해 나가야 한다.

김연철 | 미국이 대선 국면으로 진입하면서 미국 내부에 정치적 분열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조금 더 복합적인 대미공공외교가 필요한 시점이다. 더불어 동북아 지역외교를 통해 외교지평을 넓혀야 하는 과제도 있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신남방정책과 관련하여, 올해 한-아세안 정상회의가 대한민국에서 열린다. 이를 한반도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해와 지지를 더 넓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또 대통령께서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제안한 바 있는데, 이러한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국제기구와의 본격적인 협력도 필요하다. 이를 우리가 안고 있는 외교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우회로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북 정상회담, 우리 안의 분단을 극복하는 계기로

이희옥 | 한반도 대전환이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인데, 남북 정상회담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김연철 | 한반도 평화체제가 진전되는 과정에서 남북 당사자의 관계와 역할이 중요하다.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현안을 풀어 나가는 데 있어 남북 정상회담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더불어 중요한 것은 우리 안의 분단문제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그 자체로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이와 함께 남남갈등도 격화될 것이다. 내부적으로 국민적 공감이나 합의의 수준을 한 차원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이면서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조세영 |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 시기에 대해서는 대체로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렇지만 작년에 북미 정상회담이 좌초될 위기에 있을 때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서 그 물꼬를 튼 경험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이전이라도 필요한 경우, 서울이나 판문점에서 만날 수 있다고 본다. 우리 안의 분단 문제, 국내의 공감대 형성과 의식전환을 위해서도 자주 소통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조세영_국립외교원장

“북미 간에 어떤 협상이 이뤄지든 그것을 남북관계 발전에 기회로 활용하는 것은 우리 몫이다”
조세영_국립외교원장

이희옥 | 국내적 지지기반은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보는가.

김연철 | 국내적으로 대북정책이나 남북관계에 대해서 굉장히 이념적이고 정파적인 부분들이 있는데, 자세히 보면 그것은 정치권이나 언론, 지식인 사회에 한정되는 것 같다. 평범한 국민과 대화를 나눠보면 일반인들은 그렇게 이념적이거나 당파적이지 않다. 남북관계의 변화하는 현실에 대한 정보를 일반 국민들과 어떻게 나누고 공감을 좀 더 넓힐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이다. 그런 차원에서 민주평통의 역할이 중요하다.

조세영 | 한국에서는 보수와 진보라는 개념정의와 경계가 왜곡되어 있는데, 뿌리는 분단체제다. 이것의 폐해가 남북관계뿐 아니라 사회 곳곳에 깊이 뿌리 박혀 있다. 우리가 한반도의 대립과 긴장을 평화와 협력으로 전환시키려는 큰 이유 중 하나도 이러한 질곡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민주평통이 새로운 시도와 발상으로 변화한 시대, 변화한 세대의 눈높이에 맞는 활동을 펼쳐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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