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부의장에 취임한 후 한 달여가 지났습니다. 평소 민주평통의 변화를 강조하셨는데, 소견을 듣고 싶습니다.
“민주평통은 창립 이후 36년 동안 헌법기관으로서 정부의 통일정책 수립에 나름대로 기여해왔고, 통일 기반 조성에도 앞장서왔습니다. 통일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높이고, 국민 화합에도 노력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꽉 막힌 남북관계 속에서 민주평통의 운신의 폭이 많이 좁아졌습니다. 북한의 도발과 핵 개발 등이 원인이 됐지만, 지난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과 진전을 너무 쉽게 포기하고 일탈한 문제도 컸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통해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한반도를 평화와 번영의 길로 이끌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민주평통은 추운 겨울에도 봄이 왔을 때 뿌릴 씨앗을 준비하는 자세로 남북 교류와 협력을 위한 준비를 꾸준히 해나갈 것입니다.
또한 개헌 과정에서 민주평통의 위상과 역할을 재정립할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우리 헌법에서 규정한 대로 평화통일에 관한 한 민주평통이 최고의 기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국가의 최대 목표인 평화통일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민주평통이 더욱 역량 있고 효율적인 기구로 거듭나야 합니다. 변화하는 환경을 반영하고 통일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조직이 되도록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서 개헌 과정에서 민주평통의 위상과 활동 방향을 새롭게 정리해 내놓을 것입니다.”
| 북한은 핵 망상에서 벗어나야
수석부의장으로 임명되는 날이던 8월 29일 북한은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고, 9월 3일에는 제6차 핵실험을 했습니다. 그 이후로도 계속된 북한의 도발은 한반도 평화와 우리의 안전을 크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북한의 행태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18기가 출범한 지금까지도 한반도를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자문위원 여러분들도 북한의 핵실험과 연이은 미사일 시험발사로 걱정이 많으실 줄 압니다. 북한의 6차 핵실험은 한반도 평화를 파괴하는 매우 위험한 행동입니다. 가공할 핵무기를 머리에 이고 남과 북이 평화의 악수를 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 북한은 핵무기를 완성한 후에 핵보유국 자격으로 미국과의 대화를 구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것은 불가능합니다. 국제사회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뿐더러 이를 저지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입니다.
북한은 핵무기가 자기 체제를 지켜줄 것이라는 망상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핵무기에 집착할수록 강화되는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 체제는 결국 한계에 봉착하게 될 것입니다. 북한은 지금이라도 우리 정부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말고, 즉시 비핵화와 남북대화에 나와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와 함께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야 합니다. 북한이 변화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이를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
8월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 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덕룡 수석부의장이 간담회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정부는 제재를 통해 비핵화를 도모하면서 대화를 통해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현재 한반도는 북한 핵 문제가 남북관계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불러오기 위한 제재가 대화보다 우선인 상황입니다. 굳건한 한미동맹으로 우리 안보를 지키고, 국제사회와 함께 강력한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을 변화시킬 때입니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북한 핵 문제의 해결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달성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에서의 당면한 목표는 평화이고, 우리의 의사와 무관한 무력 충돌이 발생해서는 안 됩니다.
의장이신 대통령께서도 간부 위원과 가진 간담회에서 ‘굳건한 한미동맹과 국제 공조를 통해 북핵 문제에 단호하게 대응하면서, 한편으로는 평화통일을 위한 준비와 노력도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이 어렵지만 절망하지 말아야 합니다. 밤이 깊을수록 새벽이 곧 오게 됩니다. 우리 모두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향해 한 걸음씩 접근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취임식에서 국민의 합의를 기반으로 하는 통일국민협약 마련을 강조하셨습니다.
“통일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기초로 한 국민 통합이야말로 통일 준비의 출발점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 합의가 없으면 결국 갈등이 발생하게 되고, 정책의 추진력도 잃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래전부터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고, 정권의 변화에도 지속 가능한 일관성 있는 ‘통일대장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해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통일국민협약을 말씀하고 계시는데, 이름을 어떻게 하든 저는 이것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고 추진할 것입니다. 이름은 여러 가지로 부를 수 있겠지만, 대통령께서도 민주평통이 통일국민협약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자문위원들의 적극적인 협력을 요청하셨습니다.
저는 정치권과 학계, 시민사회를 포함한 전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통일국민협약을 마련하는 것을 제18기 민주평통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할 것입니다. 이러한 합의를 만드는 과정이 대북·통일정책을 둘러싸고 야기되는 국민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 통합을 이루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덕룡 수석부의장은 “전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통일국민협약을 마련하는 것을 제18기 민주평통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 평화로운 한반도에 대한 확신
제18기 민주평통은 ‘국민 속으로, 국민과 더불어, 국민과 하나 되어’를 활동 전략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런 과제를 실천하는 데 필요한 자문위원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대한민국은 가난한 분단국가로 시작했지만, 숱한 난관을 이겨내고 전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을 이루고, 선진 민주국가로 발전했습니다. 그리하여 제2차 세계대전 후 독립한 140여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자랑스러운 나라가 됐습니다.
지금 우리가 처한 환경이 매우 어렵지만, 우리의 저력을 믿고 오늘의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합니다. 특히 북핵 문제로 한반도 정세가 매우 엄중한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국민적 단합이 중요합니다. 대통령께서도 국민 단합을 위한 민주평통의 역할과 책임이 무겁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울러 국민 속으로 들어가 현장의 여론에 귀 기울이면서 동시에 정부 정책을 국민들에게 잘 설명하는 가교(架橋) 역할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정부와 국민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한다는 생각으로 많은 국민을 만나고 소통해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노력과 헌신만큼 한반도 평화와 통일이 빨라질 것으로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