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현장

 2017 역사·통일골든벨 국내외 고교생 12만 명 참여
“평화골든벨 울리는 통일 인재 될래요”

지난 1년 동안 국내외 청소년 12만 명이 ‘역사·통일골든벨’ 본선 진출권을 놓고 뜨거운 각축전을 벌였다. 지역 예선을 통과한 본선 진출자 100명이 지난 7월 23일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2017 고등학생 역사·통일골든벨’에 참가해 통일에 대한 열망을 키웠다.

“북한에서는 피자라는 고유 명칭 대신 ‘이태리 종합○○’이라는 북한 말을 사용합니다. 북한에서 각종 토핑을 종합해놓은 종합○○가 인기라는데요. 부침개를 뜻하는 이 음식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문제가 나오자 참가자들이 술렁거렸다. 생각할수록 헷갈리는지 한참 고민 끝에 각자 답안을 적기 시작했다. 5초 후 아나운서가 답을 발표했다. “정답은 ‘지짐’입니다.” 답을 맞힌 학생들은 화이트보드 칠판을 머리 위로 올려 흔들며 기뻐했다. 탈락한 학생들은 자리를 떠나야 했다. 아쉬움과 허탈함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런 학생들을 바라보는 학부모와 교사, 시민들은 “학생들이 대견하다. 한반도 통일을 염원하는 학생들이 있으니 우리나라의 미래는 밝다”며 격려했다.

7월 23일 충북 천안시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 앞마당에서 민주평통이 주최한 ‘2017 고등학생 통일골든벨 결선대회’가 열렸다. 이날 전국 17개 시·도와 미국,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이집트 등 해외 5개국에서 열린 통일골든벨 예선대회에서 입상한 청소년 100명(국내 청소년 89명, 해외 청소년 11명)과 가족 등 응원단 100명은 낮 최고 31℃의 폭염 속에서 장장 9시간에 걸쳐 통일골든벨 결선대회인 ‘KBS 도전! 골든벨’ 특집 녹화방송(민주평통 편)에 출연해 문제를 풀었다.

문제 출제와 진행은 ‘KBS 도전! 골든벨’ 진행자인 오승원·박소현 아나운서가 맡았다. 촬영 막바지 황인성 민주평통 사무처장이 최후 1인을 위한 골든벨 도전 문제를 출제했고, 천안 북일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민재 학생이 최후 1인으로 선정됐다.

황인성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통일골든벨 대회에서 청소년 여러분들이 가진 통일에 대한 열망을 확인했다. 통일골든벨 문제를 몇 번까지 풀었느냐를 떠나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청소년 여러분들은 모두 골든벨을 울린 것이나 다름없다. 앞으로 통일시대의 주역으로 자라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이번 통일골든벨 결선대회는 학생과 학부모, 시민이 함께 즐기는 축제로 꾸며졌다. 스튜디오에 마련된 응원석을 가득 메운 학부모 등 응원단 100명은 플래카드와 피켓 등 각종 응원도구를 직접 제작해 문제를 푸는 학생들에게 힘을 북돋아줬다. 무엇보다 이번 통일골든벨 녹화 방송은 독립기념관의 상징이자 중심인 겨레의 집 야외마당에서 진행해 오고 가는 시민들도 학생들을 응원하며 자연스럽게 방송에 참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초대가수로 무대에 오른 아이들 그룹 ‘우주소녀’는 밝고 유쾌한 공연으로 통일골든벨의 열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이번 역사·통일골든벨 대회는 8월 13일 오후 7시 10분부터 8시까지 약 50분간, KBS 1TV를 통해 전국에 방영된다.

통일골든벨 결선대회 참가자 중 해외 청소년 11명은 역사·통일골든벨 대회 참가에 앞서 7월 20일부터 서울과 강화도, 천안에 소재한 역사 유적지와 관광지를 방문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한강 유람선을 관람한 후 이튿날 강화도 평화전망대와 갑곶돈대, KBS 방송국, 남산 등을 방문했다. 7월 22일부터는 해외 학생 11명과 국내 학생 89명이 함께 유관순 항일 유적지를 관람한 후 만남과 화합의 시간을 마련해 우정을 다졌다.

중국 광둥성 베이징사범대 한림실험학교 12학년에 재학 중인 안지윤 학생은 “골든벨 대회를 준비하면서 이젠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의 이름을 정확히 나열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통일을 염원하고 대한민국 역사를 공부하는 국내외 친구들과 사귀게 된 것이 큰 수확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꿈을 이뤄 멋진 모습으로 다시 만나기로 했다. 이번 골든벨 대회를 계기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비전을 찾았다”고 말했다.

국내외 고교생 100명 결선 진출… “간절히 통일 염원”

통일골든벨은 청소년의 건전한 통일관과 역사관을 형성하고 통일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마련한 청소년 통일공감 사업으로, KBS 퀴즈 프로그램인 ‘도전 골든벨’ 제작진과 함께 7년째 통일골든벨 결선대회를 특집방송으로 진행하고 있다.

통일골든벨 시·도대회는 매년 3월부터 7월까지 3단계(시·군·구 예선→시·도 본선→종합 결선)에 걸쳐 개최된다. 올해에는 192개 시·군·구에서 국내 고등학교 403개교에 소속된 고등학생 12만4500명이 참가해 예선대회를 치른 후 17개 시·도 본선대회에서 예선대회를 통과한 7778명이 실력을 겨뤘다.

민주평통은 올해 9월부터 12월까지 하반기 동안 중·고교생 통일골든벨을 시작으로 고3 예비사회인 통일골든벨, 탈북 청소년과 함께하는 통일골든벨, 체험형 통일골든벨(통일 현장 견합 접목)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INTERVIEW

‘역사 · 통일골든벨’ 최후 1인 김민재 학생
“ 역사 드라마가 근현대사 공부에 도움
여운형 선생 정신이 사회 갈등 해결 실마리”

김민재 역사·통일골든벨 최후의 1인으로 등극한 김민재 학생은 “공부를 할수록 한반도 통일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나 사극 드라마에 등장하는 역사 중 구한말을 기점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을 따로 찾아보며 정리해둔 게 큰 도움이 됐어요. 한동안 근현대사에 빠져 있었거든요.”

‘2017 고등학생 역사·통일골든벨’의 최후 1인으로 등극한 김민재(19·천안 북일고) 학생이 자신을 포함한 도전자 2명이 남아 문제를 풀던 그 순간을 떠올렸다. 39번 문제는 시인 신동엽의 ‘금강’에 등장하는 세 가지 역사적 사건을 맞히는 것. 그 사건을 설명하는 문제는 ‘1960년 4월 역사를 짓눌던, 검은 구름장을 찢고 영원의 얼굴을 보았다’, ‘1919년 우리는 우리 얼굴 닦아놓았다’, ‘1894년쯤엔 돌에도 나무 등걸에도 당신의 얼굴은 전체가 하늘이었다’. 도전자 2명 모두 답을 써냈지만 김민재 학생 혼자 ‘4·19혁명, 3·1운동, 동학농민운동’이라고 정확히 작성했다. 최후 1인에 오른 김민재 학생은 상품으로 하와이 어학연수 기회와 장학금 100만 원을 받았다.

민주평통 사무처와 국내외 지역회의·지역협의회가 주최한 역사·통일골든벨 결선대회는 국내외 청소년 100명이 참가했다. 화이트보드 칠판에 답을 적고 들어 올려 틀리면 탈락하는 방식. 대한민국 역사를 비롯해 통일, 북한과 관련된 문제 50개가 준비됐다. 보통 우승자로 등극하기까지 도전자들은 패자부활전을 거치거나 친구가 정답의 힌트를 알려주는 ‘찬스’ 기회를 활용하게 마련이지만 김민재 학생은 이를 활용하지 않고 자기 실력만으로 최후의 1인에 올랐다.

통일골든벨 준비하며 북한에 관심
김민재 학생은 역사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와 드라마를 즐겨 보고, 게임을 하다 역사를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내가 살고 있는 현 시점에서 그리 오래되지 않은 근현대사가 수천 년 전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고대사 못지않게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여운형 선생의 좌우합작운동을 배우면서 이런 정신과 자세가 우리 사회의 갈등을 줄일 수 있는 해법이 될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남은 기간 수능시험을 잘 준비해 대학에서 정치외교 혹은 역사를 공부하고 싶습니다.”

난관은 북한의 문화를 묻는 문제였다. “아무래도 북한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보니 북한의 정치나 언어가 매우 생소해 북한 관련 문제가 나올 때마다 한참 고민했는데 다행히 정답을 쓸 수 있었어요. 북한에 대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습니다.”

김민재 학생은 통일골든벨 결선대회 출전을 위해 민주평통 천안시협의회에서 제공한 역사·통일골든벨 기출 문제를 구해 독학으로 공부했다. 조금씩 역사의 흐름이 잡히자 개별 사건이나 인물을 따로 조사해 정리했다. 공부를 할수록 한반도 통일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됐다고 말한다.

“한국의 주식시장은 상한선이 있잖아요. 전쟁, 핵실험 등 북한 관련 리스크 때문이죠. 하루빨리 남북 평화통일을 이뤄 사회·경제적 위협 요소가 사라지고 부강한 대한민국을 이뤘으면 합니다.”

INTERVIEW

이예본 중국 잉커우개발구 제1고등학교 학생
“ 전 세계 애국 청소년과의 만남, 벅차고 설레요”

이예본 중국 선양지역협의회 대표로 참가한 이예본 학생은 “민주평통을 통해 형성한 바른 역사관을 바탕으로 국제
기구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11년째 중국에 거주하는 이예본(18·잉커우개발구 제1고등학교) 학생은 지난해 여름방학 때 가족과 함께 천안 독립기념관을 방문했다가 우연히 ‘2016 역사·통일골든벨’ 리허설을 촬영하는 모습을 봤다.

골든벨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며 ‘동북 3성 대표로 역사·통일골든벨에 참가하겠다’고 다짐했다. 1년 후 이 소녀의 꿈은 현실이 됐다. 그는 “전 세계에 있는 한민족 애국 청소년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니 꿈만 같다”고 말했다.

“제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유관순 열사예요. 올해 18세인데, 유관순 열사가 아우내 장터에서 ‘대한독립’을 외쳤던 그 나이죠. 유관순 열사의 고향인 천안에서 중국 선양지역협의회 대표로 역사·통일골든벨 결선대회에 참가하게 된 것은 제게 큰 의미가 있어요.”

중국 랴오닝성 잉커우(營口)시에 위치한 잉커우개발구 제1고등학교에 다니는 이예본 학생은 전교생 2500명 중 문과 최우수반에 소속된 유일한 한국인이다. 장래 희망은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것이다. 그가 다니는 중국 로컬학교가 사용하는 교과서에는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돼 있고, 고구려가 축조한 천리장성은 중국 소수민족이 쌓은 성으로 서술돼 있다.

“국제기구에 종사하는 것이 꿈인 저에게 바른 역사관을 갖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에요. 이런 와중에 민주평통 선양지역협의회를 통해 고구려 유적지와 독립운동 기지를 견학한 것이 역사관을 정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국제기구에서 영향력을 쌓아 대한민국 주권을 강화하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INTERVIEW

우신재 브리티시스쿨 자카르타 학생
“독립투사 뜻 받들어 글로벌 시대 이끄는 한국인 될 겁니다”

우신재 우신재 학생은 “독립투사의 뜻을 잊지 않고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당당한 한국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외국인 학생들과 한 팀을 이뤄 통일골든벨에 참가해 대상을 수상했어요. 기쁨도 잠시, 외국인 친구들에게 한국의 역사와 통일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데 역사에 대한 갈증, 부족함을 많이 느꼈어요.”

역사·통일골든벨 참가 계기를 묻자 우신재(17·브리티시스쿨 자카르타)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태어나고 자란 우신재 학생은 ‘모국어(한국어)는 꼭 해야 한다’는 부모님의 교육 철학에 따라 인도네시아에 있는 한국 초등학교에 다녔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통일 말하기’ 대회에 참가하면서 한국의 근대사에 관심을 가졌고, 분단된 한반도의 현실을 인식하게 됐다.

“중학교를 영국 국제학교로 진학하면서 ‘나의 뿌리인 한국은 어떤 나라일까’ 많이 고민했어요. 그때 우연히 민주평통 세계한인청소년 통일 염원 임정 대장정에 합류했는데, 그때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와 감옥을 견학하고 많이 울었어요. 독립투사들이 무엇 때문에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으며 희생을 한 것인지 알고 싶었거든요.”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우신재 학생이 깨달은 것은 학생으로서 본분에 충실하자는 거다. 나아가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으로서 독립투사의 뜻을 받들어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신재 학생의 꿈은 의류사업가. 한국의 유구한 역사와 자랑스러운 문화를 의류산업에 접목할 생각이다.

“역사·통일골든벨 참가를 계기로 한국의 역사뿐 아니라 세계 역사와 문화를 배워 당당한 한국인, 해외에서 성공한 한국인, 글로벌 시대를 이끄는 한국인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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