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제18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출범을 앞두고 한반도 평화통일을 도모하고 민주평통 지역협의회 발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행정실장 5인 좌담회’가 열렸다. 7월 20일 민주평통 사무처에서 강동완 동아대학교 교수(정치외교학)의 사회로 열린 좌담회엔 김미숙 전남 영광군협의회 행정실장, 이연희 서울 강동구협의회 행정실장, 전혜영 충남 천안시협의회 행정실장, 정은화 경남 통영시협의회 행정실장, 최성숙 경기 하남시협의회 행정실장이 함께했다.
이들은 “민주평통 사업의 근거가 되는 서류에 행정실장의 이름과 사인이 들어가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며 “민주평통은 초당적 헌법기관이기 때문에 행정실장은 신중하게 생각하고 중립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이 나눈 좌담의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경제교실, 해외 역사탐방, 대학생 국제 심포지엄
사회자 | 각자 소속된 지역회의·협의회만의 특화된 사업들을 소개해달라.
김미숙 | 영광은 군 단위 지역이라 학생이 많지 않다. 그럼에도 10년째 미래의 통일 주역인 청소년 대상으로 ‘통일 염원 글쓰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은화 | 2009년부터 탈북민 자립을 돕는 경제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탈북민 대상으로 저축 방법, 금융기관 이용법, 창업자금 대출 신청법 등 생활 속 금융 상식을 알려준다. 경제 전문가인 모경책 전 통영시협의회장이 탈북민에게 창업 컨설팅을 하는데, 도움 받은 탈북민이 현재 수산업체를 인수해 통영 특산물인 멸치를 판매하고 있다.
최성숙 | 하남 시내 6개 고등학교 대상으로 통일골든벨 대회를 개최해 성적 우수자는 4년째 해외로 역사탐방을 보내주고 있다. 첫해에는 예산이 없어 류인호 경기 하남시협의회 회장이 자비로 학생, 지도교사, 인솔자 등 38명을 중국 상하이로 보내 임시정부 청사와 독립운동 유적지를 견학했다. 지금은 하남시청에서 예산을 지원받는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2015년 하남시 고교생이 전국 통일골든벨 결선대회에서 최후의 1인으로 남아 골든벨을 울렸다.
전혜영 | 청년들에게 평화통일 인식을 심어주고자 국내 대학생과 해외 유학생이 함께 모여 한반도 평화통일 방안을 모색하는 ‘대학생 국제 심포지엄’을 6년째 진행하고 있다. 천안에 소재한 선문대학교에 동시통역 전용시설이 구축돼 있어 우리나라 대표 학생이 발제하고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주변국 대표 학생들이 토론하는 등 수준 높은 토론회가 이뤄진다.
이연희 | 정월 대보름 땐 한강시민공원에서 탈북민 가정, 다문화가정과 함께 ‘통일 연날리기’ 행사를 진행한다. 연날리기를 통해 지역 내 민주평통에 대한 인식과 평화통일 여론이 제고되고 있다.
통일 강사 섭외 땐 최근 탈북자로… 전자공문 도입 필요
사회자 | 행사를 추진하면서 느낀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최성숙 | 최근 청소년과 청년 대상으로 각종 기관에서 공모전을 실시하다 보니 하남시협의회 자체에서 진행하는 공모전은 상대적으로 소규모 행사라 홍보하기 쉽지 않다. 공모전 사업이 축소되는 이유다. 각종 시상식을 진행할 때 선거법에 저촉된다는 이유로 현재 선출직 명의로 상장 수여는 가능하지만 부상 수여는 불가능하다. 이럴 땐 민주평통 사무처 명의로 수상자에게 부상을 제공하면 어떨까. 시상식의 혜택을 강화하고 위상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다.
전혜영 | 통일 강의를 맡을 강사를 섭외할 때 패널로 탈북자를 활용하는데, 정예 멤버에서 벗어나 새로운 패널을 발굴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남한에 온 지 6개월 이내 탈북자를 섭외하는 것이 통일 강의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는 방법이다. 뉴스에도 등장하지 않는 북한 관련 최근 소식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남한에 온 탈북 청소년은 통일에 대한 열의가 크기 때문에 청중에게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돼 효과적으로 통일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
김미숙 | 민주평통의 중점사업인 통일골든벨, 안보 현장 견학, 통일교육은 학교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가 뒷받침돼야 한다. 학교는 연말연시면 학사 일정이 확정되기 때문에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에 민주평통에서 협조공문을 보내면 행사를 진행하기가 어렵다. 사무처에서 지역협의회에 사업 공문을 좀 더 일찍 내려보낸다면 행사가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이연희 | 교육청, 교육지원청, 학교가 전자공문 시스템으로 공문을 접수하고 있어 민주평통 지역회의·협의회도 전자공문 시스템을 도입하면 좋겠다.
사회자 | 통일시대 시민교실 등 공통 사업을 진행할 때 협의회만의 방식이 있다면?
전혜영 | 특강이나 포럼을 진행할 땐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천안시협의회는 천안 시내 127개 초·중·고 학교운영위원장이 모인 학교운영위원회협의회와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 네트워크를 활용해 학교 측에 통일시대 시민교실 공문을 발송하면 과거처럼 민주평통이 학교에 찾아가 시간표를 조율하는 수고로움을 겪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학교 측에서 헌법기관인 민주평통의 위상을 인지하고 적극 협조한다. 방향을 조금만 돌리면 일이 쉬워진다.
사회자 | 사업을 추진할 때 협의회 간부 자문위원과 의사소통을 어떻게 하나?
정은화 | 통영시협의회는 자문위원 41명 중 23명이 임원진이다. 자문위원 절반 이상이 임원인 이유는 사무처에서 제시하는 분과 외에도 대학분과, 탈북민지원특임분과 등 협의회 자체 이색분과를 개설했기 때문이다. 자문위원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역할과 책임을 부여하는 것도 행정실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전혜영 | 천안시협의회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홍보를 도맡는 디지털분과나 행사를 돕는 봉사분과를 만들었다. 기존 분과를 유지하면서 시대의 흐름에 맞는 새로운 분과를 만들어 직제를 편성하면 자문위원의 소속감을 높일 수 있다.
사회자 | 실무자 입장에서 민주평통의 통일 활동을 알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사무처와 자문위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은화 | 홍보만이 답이다. 민주평통 홈페이지에 기사를 게재하고 협의회 SNS에 소식을 공유한다. 중앙 언론뿐만 아니라 지역 언론사와 협조체제를 구축해 민주평통의 통일 활동을 널리 알린다.
최성숙 | 올 9월 출범하는 18기 자문회의는 통일 비전과 활동력을 갖춘 자질 있는 자문위원들로 구성되길 바란다. 전문 분야의 인재를 자문위원으로 영입하다 보면 초당적 헌법기관인 민주평통의 성격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자문위원은 기본적으로 통일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할 것이다.
사회자 | 행정실장은 민주평통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사무처와 자문위원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이연희 | 행정실장은 ‘소통자’라고 생각한다. 사무처가 추진하는 정책과 사업을 잘 이해하고 자문위원에게 전달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시민들의 응원 받으며 평통인 자부심 느껴”
김미숙 | 자문위원의 임기는 2년에 불과하지만 행정실장은 끝까지 민주평통 지역회의·협의회를 지킨다. 모든 사업의 근거가 되는 서류에는 행정실장인 내 이름과 사인이 들어가 있다.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
정은화 | 지역회의·협의회를 구성하는 회장, 간사, 자문위원이 분열 없이 한마음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 행정실장이다. 민주평통은 국내 유일하게 정치색을 띠지 않는 초당적 헌법기관이다. 행정실장은 신중하게 생각하고 중립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사회자 | 행정실장으로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김미숙 | 탈북민을 돕는 이들 중에는 경찰서 보안계 담당자들이 있다. 그분들은 민주평통이 어떤 기관인지 잘 모른다. 지난해 12월 김장철에 ‘북한이탈주민과 한솥밥 먹기’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영광경찰서 서장, 보안과장 등 담당자를 초대해 탈북민과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다. 민주평통이 정당 색채를 띤 단체인 줄 알았다고 하더라. 민주평통의 위상을 확인한 후에는 경찰서와 업무협조가 수월하게 이뤄지고 있다.
최성숙 | 2007년 민주평통에서 남북 이산가족 찾기 신청 업무를 대행했다. 수많은 시민들의 사연을 일일이 들어주며 신청을 접수하는 것이 무척 고통스러웠지만 군소리 않고 일했다. 나중에 하남시협의회를 통해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어르신이 실제로 가족을 만났다. 가슴이 뭉클했다.
2008년에는 하남시 시민 120명과 북한 개성으로 견학을 갔는데, 북한 돕기에 반감을 가졌던 시민들이 개성을 견학한 후 북한의 실상을 깨닫고 ‘남한이 북한을 도와야 한다’며 생각을 바꿨다. 2015년 통일골든벨을 울렸던 남학생의 아버님이 ‘아들이 군대에서 중위 달았다’며 가끔 연락을 해온다.
동네를 지나가면 민주평통 업무 중에 알게 된 시민들이 저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한다. 가끔 혼자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지칠 때가 있는데, 시민들의 격려와 응원이 큰 힘이 돼 민주평통 행정실장으로서 자부심을 갖게 된다.
사회자 | 행정실장 대상 직무연수 개선해야 할 점은?
이연희 | 2016년 토크 형식으로 직무연수를 개최했는데 강사와 소통할 수 있어서 좋았다. 회계, 기획, 행사 진행, 기사 작성, 사진 촬영 등 사전에 교육에 대한 수요조사를 진행해 집중적으로 한다면 효율적일 것이다. 직무연수 2일 차에 주로 현장 견학을 하는데 그보다 권역별, 지역별로 담당관이나 행정실장이 모여 소통하는 시간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강동완 | 행정실장 처우와 관련해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최성숙 | 행정실장이 민주평통 사무처와 자문회의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만큼 전문성 도모 차원에서 직무연수 다양화, 인사이동 기준 설정, 호봉제 도입 등을 검토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