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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7, 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 맨 오른쪽이 문재인 대통령.

7월 7, 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 맨 오른쪽이 문재인 대통령.

글로벌 이슈에 대한 신뢰 구축
북핵 해결 주도권 인정받았다

영국의 EU 탈퇴,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선진국들의 포퓰리즘 등으로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지난 7월 7, 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렸다. 독일 G20 정상회의의 의미와 우리 정부가 펼친 다자외교의 성과를 살펴봤다.

7월 7, 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제12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열리기 시작한 G20 정상회의는 세계 20대 경제국들의 협력으로 1930년대와 같은 대공황이 반복되는 것을 방지하는 데 기여했고, 그러한 성공을 기초로 2009년 최상위 경제 협력 포럼으로 격상되었다.

유엔과 같은 공식 국제기구는 아니지만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국가들의 협의체이기 때문에 중요한 다자외교 무대가 되었다. G20 정상회의는 G20 국가들이 세계는 물론 자국에도 유리한 어젠다를 전개하고 리더십을 발휘하는 기제인 것이다.

한국은 2008년부터 G20 정상회의에 참여해왔고, 2010년에는 G20 정상회의를 서울에서 성공적으로 개최한 바 있다. 한국은 의장국으로서 G20 정상회의의 어젠다를 기획하고 참여 국가들의 합의를 유도하는 능력을 보여줌으로써 글로벌 이슈에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인정받았다. 바꿔 말하면, 한국은 그간 4강을 중심으로 한 양자외교 외에 국가적 목표를 위해 동원할 수 있는 G20 정상회의라는 다자외교 수단을 획득한 것이다.

그런데 세계와 한국의 외교 차원 모두에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G20 정상회의가 최근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G20 정상회의의 존재를 정당화해주는 국제적 원칙과 합의가 근저에서부터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국제 환경에 G20 정상회의가 얼마나 잘 대응하는가에 따라, 달리 말하면 G20 정상회의가 그의 존재를 정당화해주는 국제적 원칙과 합의를 얼마나 복원하는가에 G20 정상회의의 지속성이 달려 있다. G20 정상회의의 현재 상태를 점검하는 것은 한국의 다자외교가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는 데 필요해 보인다.

불완전한 합의, 절반의 성공

2017년 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독일은 정상회의의 주제를 ‘상호 연결된 세계 건설(Shaping an Interconnected World)’로 설정하고 3개 우선 목표 아래 총 15개 의제를 제시했다. 3가지 우선 목표를 보면, ‘회복력 구축(Building Resilience)’은 G20 정상회의가 출범하게 된 세계 경제의 안정성과 회복력 증가를 목표로 거시경제, 금융, 통상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자유무역이 ‘회복력 구축’ 목표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라 할 수 있다.

‘지속가능성 제고(Improving Sustainability)’는 경제성장의 지속가능성 향상을 목표로 기후변화와 포용적 성장(소득 불평등과 성 평등)을 다루는데, 2016년에 발효한 파리기후변화협정 이행에 대한 G20 차원의 합의 달성이 관건이다. ‘책임성 증진(Assuming Responsibility)’은 세계 평화와 안정에서 G20이 글로벌 책임을 수행하는 새로운 접근법 제시를 목표로 이민·난민, 테러 자금, 보건을 논의하는 것이다.

독일 함부르크 G20 정상회의는 경제뿐만 아니라 이민·난민, 보건과 같은 정치·사회적 의제를 포함해 과거 정상회의와 차별화되고, 위기관리 체제에서 평시 거버넌스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어느 G20 정상회의보다 불안정 속에서 개최됐고, 개최 이전부터 그 결과가 우려되었다. 그 이유는 G20 정상회의의 작동 원리인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도전을 받기 때문이다.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G20 정상회의가 구체적인 글로벌 경제 이슈에 대해 해결책을 찾는 데 가이드로 작용해왔다. 그러나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표방, 선진국에서의 포퓰리즘 등 일련의 사건들이 자유주의 국제질서 자체를 약화시켰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로 실행하려는 정책들은 G20 정상회의의 근간을 이루는 자유주의 국제질서, 그것도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구축한 자유주의 국제질서와 충돌한다. 또한 글로벌 공공재 제공에서 G20 국가들의 책임성 관점에서 포함된 기후변화 및 이민·난민 의제와도 조화되기 쉽지 않았다.

독일 G20 정상회의를 둘러싼 여건으로 볼 때 동 정상회의의 성공 여부는 15개 의제별로 구체적인 합의를 이뤘는가보다는, G20 정상회의의 근간을 이루는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대한 G20 국가들의 지지를 재확인함으로써 G20 정상회의가 글로벌 이슈에 책임 있는 리더십을 발휘할 만큼 단결되어 있는가로 판단된다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 독일 G20 정상회의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할 수 있다. 독일 G20 정상회의의 핵심 의제인 자유무역과 기후변화, 달리 말하면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대해 불완전하지만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7월 7일 함부르크 G 20 정상회의장 메세홀 양자회담장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한·러시아 정상회담을 가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7월 7일 함부르크 G 20 정상회의장 메세홀 양자회담장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한·러시아 정상회담을 가졌다.

한국이 신뢰할 만한 파트너임을 재확인시키는 기회

독일 G20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은 ‘보호주의를 지속해서 배격(continue to fight protectionism)’한다는 문구로 자유무역 원칙에 합의했다. 이는 과거 G20의 ‘모든 형태의 보호주의를 배격(resist all forms of protectionism)’한다는 문구보다 약화된 것이다. 그리고 국가들이 ‘정당한 무역 방어수단(legitimate trade defense instruments)’으로 자국 시장을 보호할 권리에 합의한 것은 G20의 친(親)자유무역과 보호주의 자제에 대한 미국의 반대를 완화하는 타협의 결과였다.

기후변화 이슈에 대한 결과도 불완전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선언한 상태에서, 독일 G20 정상회의는 동 협정에 미국의 복귀를 목표로 삼았지만 미국을 설득하는 데 끝내 실패했다. 미국의 탈퇴에도 불구하고 세계 1위와 3위 탄소 배출국인 중국과 인도가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대한 약속을 철회하지 않음으로써 G20 정상회의는 파리기후변화협정을 구제하기는 했지만, 동 협정의 구체적인 이행 방안은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미국의 탈퇴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독일 G20 정상회의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2개월 만에 개최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 구상은 독일 G20 정상회의의 의제와 공통점이 많았기 때문에, 글로벌 이슈에서 한국이 신뢰할 만한 파트너임을 재확인시키는 기회가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일자리, 공정, 혁신을 키워드로 한 ‘사람 중심 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G20의 ‘강하고 지속 가능하며 균형 잡힌 포용적 성장’과 맥이 닿고, 보호무역주의 자제,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다자무역체제 강화, 파리기후변화협정하에서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 약속은 자유주의 국제질서 유지에 대한 한국의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그리고 새 내각의 30% 여성 장관 임명 등 여성의 대표성 강화, 개도국 여성 기업인 지원을 위한 ‘여성기업가기금’ 참여, 2020년까지 개도국에 총 1억 달러 의료 지원 약속은 한국의 중견국 지위에 부합하는 글로벌 기여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G20 정상회의가 동원 가능한 외교 수단임이 확인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서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의제로 제기했고, 비록 G20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G20 정상들이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유엔에서 해결하는 것을 지지함으로써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의 한국의 주도권을 인정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G20 정상회의에서는 G20 정상회의의 존재 자체가 도전에 직면해 있음이 드러났고, 이것은 곧 한국의 다자외교에 과제를 던지고 있다. 최상위 글로벌 협력 포럼으로서의 G20 정상회의가 세계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에 책임 있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글로벌 공공재를 제공하며, 글로벌 경제의 중단 없는 발전을 촉진하는 능력을 유지하려면 G20 국가들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공동선언문은 G19가 아닌 G20의 이름으로 발표됐지만, 독일 G20 정상회의는 미국의 고립은 물론 미국과 유럽 사이에 갈등이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었다. 그러한 공개적인 이견은 장래의 위기 상황에서 G20 정상회의의 단결성을 잠식할 수 있다. 평시에 그러한 분열이 드러났다면, 좀 더 복잡한 상황에서 그들이 협력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의 새로운 태도에 대응해 G20 정상회의는 목표의식을 새롭게 해서 도약의 모멘텀을 얻거나, 아니면 이러한 근본적인 차이점을 덮어버림으로써 중요성이 감소될 수 있는 기로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7월 8일 하얏트호텔에서 엠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가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7월 8일 하얏트호텔에서 엠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가졌다.

국제질서 리더십에서의 변화 가능성 표출

좀 더 근본적인 국제질서 차원에서, 독일 G20 정상회의는 국제질서 리더십에서의 변화 가능성을 보여준다. 자유무역, 기후변화, 다자주의와 같은 이슈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의 리더십을 잠식하고 있다. 1945년 이후의 국제질서를 구축하는 데 기여한 미국이 그 유산을 유지하기 위해서 선언한 ‘미국 우선주의’가 오히려 그 질서를 잠식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국제질서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온 미국의 공백은 중국과 유럽을 글로벌 질서의 수호자로 만들고 있다. 독일 G20 정상회의를 통해서 중국과 독일이 무역과 기후변화와 같이 중요한 이슈에서 점점 더 같은 입장을 보인 것이 그 증거이다. 앞으로 독일과 중국의 협력관계가 지난해와 올해의 G20 정상회의 의장국 관계 이상으로 발전할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러므로 새로이 등장한 문재인 정부의 다자외교 전략은 G20 정상회의의 모멘텀 유지와 유동적인 국제질서 리더십에의 적응을 위해 한국이 무엇을 할 것인가를 한 축으로 포함할 때에 비로소 완전체가 될 수 있다.

photo 강 선 주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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