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칼럼

결실의 계절,
남북관계 수확을 기대하며

남북한은 올해 27차례 당국 간 회담을 가졌고 5000여 명의 주민이 상호 방문했다.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6·12 북·미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에 이어 동창리 미사일발사장 해체 동향을 공개했고, 남북한은 동해·서해지구의 군 통신선 완전 복구와 남북 장성급회담, 이산가족 상봉,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 등 많은 성과를 이루었다.

특히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로 남북관계 제반 사항에 대해 365일 24시간 협의할 수 있는 ‘남북 상시 소통의 창구’가 열렸다. 연락사무소 소장 회의를 매주 1회 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최소 주 1회의 차관급 회의가 정례화된 셈이다.

그러나 한반도 이슈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북핵 협상이 지지부진해지면서 판문점 선언 이행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 직후 일각에서는 또다시 북핵 협상 장기 교착 및 한반도 긴장 국면 조성 등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다행히도 9월 들어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의 기운이 불어오고 있다.

대통령 특사단의 방북과 평양에서의 남북 정상회담 개최로 북핵 문제를 다시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4·27 판문점 선언이 6·12 북·미 정상회담의 발판이 된 것처럼 이번 평양 정상회담이 관심과 기대를 모았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미 특사단에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안에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면서 구체적인 비핵화 일정을 제시했다. 평양 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며,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영구적으로 미사일 발사대 등을 폐기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부분적이기는 하나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에 대한 ‘신고와 검증’의 두 가지 조건, 나아가 ‘완전한, 불가역적 폐기’를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도 평양회담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북한에서 엄청난 큰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고, 폼페이오 장관과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다음 주 뉴욕에서,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북한 카운터 파트가 빈에서 북·미 대화를 갖자고 제안했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게 되면 합의문에 담지 않은 상세한 내용을 전해줄 계획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문 대통령에게 “북한과 미국 양쪽을 대표하는 수석협상가(Chief Negotiator)가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가을은 추수의 계절, 결실의 계절이다. 평양 정상회담과 유엔총회에서의 한미 정상회담 성과가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져 한반도 비핵화와 4·27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도출되길 기대한다. 이로써 판문점의 봄이 평양의 초가을로, 그리고 이것이 제주(?)의 늦가을로 이어져, 올가을에는 8000만 한민족이 평화·번영의 수확의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 기원한다.

이희옥 홍순직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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