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의 남북 경제 협력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경제성 있는 사업에 대한 남북 간 합의와 우리 내부의 국민적 지지, 국제사회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 국제사회의 협조를 통한 대북제재 완화 또는 해제는 남북 경제 협력의 필요조건이다. 대북제재는 각국의 국내법에 따른 ‘독자 제재’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국제 제재’로 나뉜다. 먼저 유엔 안보리 결의에 의한 국제 제재에 대해 살펴보자.
유엔 안보리 결의는 유엔 헌장 7장(평화에 대한 위협, 평화의 파괴 및 침략행위에 관한 조치) 제41조(비군사적 조치)에 따른 결의다. 유엔 헌장 제25조는 “회원국은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정을 이 헌장에 따라 수락하고 이행할 것을 동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유엔 회원국은 안보리 결의를 준수할 의무를 갖는다.
대북 교류 모두 금지되는 건 아니지만…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1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으로서 결의 제1718호(2006. 10.)에 따라 대북제재를 부과했다. 이후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가 잇따르자 이에 대한 대응으로 결의 제2397호(2017. 12.) 등 지금까지 총 9차례의 대북제재를 결의했다.
이 안보리 결의들은 제1718호 제8조에 규정된 사항 즉, 무기·핵 및 미사일 부품·사치품 수출입 금지, 관련 기술 훈련·용역 등의 대북 제공 금지, 핵 등 대량살상무기(WMD) 관련자에 대한 자산과 펀드 동결, 핵 등 WMD 관련자에 대한 여행 금지, 북한 화물 검색 공조 등을 기본으로 하고, 추가 제재를 부과하고 있다.
현재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대북제재 내용은 다음과 같다. 무기 및 관련 물질 대북 수출입 금지, 비확산·확산 네트워크 폐쇄, 선박 등 운송수단에 대한 제재, 운송수단 연료 주입 금지, 자산 동결, 여행 금지, 금융 제재, 훈련교육 금지, 과학기술 협력 금지, 석탄 및 광물 수출 금지, 연료와 천연가스 수출 금지, 정유제품 공급 금지, 원유 공급 제한, 수산물 수출 금지, 북한산 섬유제품 수출 금지, 해외 북한 노동자 고용 금지, 항공유 등 공급 금지, 북한산 동상 구입 금지, 헬리콥터와 선박 판매 금지, 사치품 공급 금지 등으로 그 범위가 상당히 넓다.
2016년 이전에는 주로 무기·핵 및 미사일 부품과 사치품 관련자에 대한 제재에 초점을 맞췄다면, 북한의 4차 핵 실험에 대한 대응으로 결의한 2270호(2016. 3.) 이후부터는 북한 석탄의 수출 금지와 해외 북한 노동자 고용 금지 등 핵·미사일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적더라도 북한 경제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까지 범위가 확대됐다.
2016년 이후 강화된 국제 제재로 현재 거의 모든 대북 경협사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대표적인 남북 경협인 개성공단 사업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의해 금지가 명시된 것은 아니지만, 제2321호 제31조에 따른 금융 영업 금지 등으로 사업 재개가 쉽지 않다.
물론 북한과의 모든 교류가 금지된 것은 아니다. 북한 관광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의한 금지 사항이 아니다. 또 금지되지 않는 일부 물품의 경우 수출입이 가능하다. 북한 나진과 러시아 하산을 연결하는 철도(54km) 사업과 나진항 3호 부두를 통해 러시아산 석탄을 해외로 수출하는 나진·하산 프로젝트도 유엔 안보리로부터 제재를 받지 않는다.
즉, 결의 제2371호 제8조는 북한으로부터의 석탄 수출을 금지하는 한편, 외국 원산지인 석탄이 나진(나선)항을 통해 수출되는 것은 허용한다. 결의 제2375호 제18조는 북한 내 합작사업 또는 협력체를 금지하면서도 북·중 간 수력발전 인프라 사업과 북·러 간 나진·하산 항만 및 철도 사업과 제재위원회가 개별적으로 승인하는 비상업적이고 비영리적 공공 인프라 사업은 허용한다. 결의 제2397호 제16조는 금지품목인 화물을 적재한 선박 해상 차단과 검색 강화를 규정하면서도 나진·하산 항만 및 철도 사업을 통한 러시아산 석탄 환적은 예외로 두고 있다.
2014년 북한을 거쳐 온 유연탄 북한 나진항에서 선적된 러시아 시베리아산 유연탄 4만 500톤이 중국화물선에 실려온 뒤 경북 포항신항에 하역하는 모습.
이처럼 유엔 안보리 결의에 의해 금지되지 않는 경제 협력일지라도 결의 제2397호 제6조 및 제7조에 따른 산업 기계 등 북한 공급 금지 등과 뒤에 언급하게 될 미국의 독자 제재에 따라 관련자 간 금융 거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업을 곧바로 재개하기가 쉽지 않다.
한편 경제 협력 사업과 관련해 문제가 되고 있는 대량 현금(Bulk Cash) 공여 관련 조항은 결의 제2087호 제12조의 “북한으로 흘러들어가는 대량 현금이 유엔 대북제재 회피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을 규탄한다”는 조항에서 처음 나왔다. 유엔 안보리는 제2094호 제11조 및 제14조에서 북한의 핵무기 또는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등과 같은 유엔 대북제재 대상이 되는 활동에 기여할 수 있는 대량 현금 공여 및 금융 서비스 제공 금지 의무는 회원국에 있다고 결정했다.
이어 제2371호 제13조가 위 제2094호에서 금지하는 내용을 다시 한번 명확히 금지하고 있다(대량 현금의 이전 및 관련 금융 서비스 제공 금지). 즉, 대량 현금 문제는 현금 공여 그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회피하거나 우회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대량의 현금 공여는 유엔 대북제재 대상에 해당할 때만 문제가 되기 때문에 제재 대상이 아닌 거래일 경우 대량 현금 공여가 문제되지 않는다.
북핵 해결 땐 경협 추진 가능할 수도
이와 별개로 핵 문제 진전 여부에 따라 국제사회가 합의를 이룬다면, 결의 제2397호 제25조에 따른 제재위원회의 면제 결정이나 제2397호 제28조에 따른 안보리의 제재 완화 결정을 통해 남북 경협사업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이란의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미국 등과 이란이 핵 협상을 타결하자 유엔 안보리 결의 제2231호 제7조에 의해 기존 대이란 제재 유엔 안보리 결의가 갖는 효력이 상실됐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 일본, 우리나라 등도 독자 제재에 나설 수 있다. 그중 미국의 제재를 눈여겨봐야 한다. 미국의 단독 제재는 미국 국내법에 따라 미국 지역과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미국은 금융 제재를 통해 대북제재 대상과 거래하는 외국 금융기관에 대해 미국 금융기관과의 금융 거래를 금지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해 사실상 거의 모든 나라에 미국 단독 제재에 따르도록 강제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대북 독자 제재는 1950년 12월 적성 국교역법에 따른 해외자산 통제 규정에서 시작됐다. 2008년 북핵 협상 결과, 적성국교역법의 적용은 중단됐지만 이후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일련의 법률 등이 발효됐다.
북한의 정전기념일인 2017년 7월 27일 오후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와 신의주를 잇는 압록강 철교 위로 북한 여행을 마친 중국인을 태운 관광버스가 단둥시로 들어오고 있다.
미국의 제재는 국가 비상시 대통령이 대외 경제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규정한 대외경제비상수권법(50 U.S. Code Chapter 35)과 대북제재강화법(22 U.S. Code Chapter 99) 등의 법률에 근거하고 있다. 2017년에 발효된 미국적대자응징법은 대북제재강화법을 개정한 것으로 별개의 법률은 아니다. 이러한 법률에 근거해 미국 대통령은 제13466호(2008. 6.)부터 제13810호(2017. 9.)까지 일련의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이 행정명령에 따른 모든 대북제재를 분류해 정리한 것이 2018년 3월에 개정된 미국 재무부 자산통제국의 대북제재 규정(31 CFR Part 510)이다. 이 밖에도 수출관리규정에 따른 전략물자 통제와 관세법에 따른 고율 관세 부과, 애국법에 따른 금융 제재 등의 미국 제재가 있으나, 2016년 이후 취해진 고강도의 제재로 사실상 북한과의 수출입이 금지됨에 따라 중요성이 감소했다.
미국의 단독 제재에 따라 법령에 의한 허가가 없는 한 북·미 간의 모든 물자, 용역, 기술은 금지되고(대북제재 규정 제510.205와 제510.206조), 법령에 의한 허가를 받지 않는 한 미국인의 북한 투자는 금지되며(대북제재 규정 제501.209조), 제재 대상자 거래 관련 외국은행은 미국 내 대리 계좌 개설 금지 등 금융 거래가 금지된다(대북제재 규정 제501.210조).
美 대북제재의 예외와 면제
이 같은 엄격한 미국의 대북제재에도 일정한 예외와 면제가 있다. 음식, 건강, 주거, 음용수 등 인도주의 지원에 대해서는 대북제재 조치가 면제된다(대북제재강화법 제9211조). 미국의 정보 활동, 유엔 의장국으로서의 미국의 의무 등 조약 관련 활동, 실종 미군 발굴 활동은 제재에서 예외다.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국제 인도주의 단체의 금융 거래, 물품 공급, 접촉 활동은 제재에서 면제되고, 미국 안보와 법 집행을 위해 제재 면제가 가능하다(대북제재강화법 제9228조).
유엔 안보리 결의 준수 등의 조건이 충족되면 대통령은 제재를 유예할 수 있고, 핵무기 폐기 등의 조건이 충족되면 대통령은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대북제재강화법 제9251조 및 제9252조). 국제경제비상수권법에도 제재를 가하는 경우에도 우편 등에 대한 제한은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50 U.S. Code §1702 (b)). 이는 아래 대북제재 규정의 제재 예외 규정에 반영돼 있다.
대북제재 규정에는 우편과 통신, 정보의 수출입, 개인용 용품 및 용역의 구입 등 여행과 관련해 통상적으로 일어나는 거래, 연방정부와 유엔의 공식 사업 수행을 위한 거래는 제재 예외라고 규정하고 있다(대북제재 규정 제501.213조). 또한 대북제재 규정 제510.501조부터 제510.518조에는 대북제재에 대한 일반 및 특별 면제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긴급의료 구조, 유엔 주재 북한인의 일상적인 활동, 개인 송금과 휴대(1년에 5000달러까지 가능), 비정부기구(NGO) 활동(음식 등 인도주의 지원, 민주주의 지원, 전염병 예방, 영·유아 건강 증진과 지속 가능한 농업 및 깨끗한 물 등 비영리적 개발, 멸종위기생물 보호와 환경오염 회복등 환경 보호 활동, 단 미국 수출관리규정(EAR) 품목이 아니어야 함), 미 연방정부의 공식 활동, 유엔 활동(EAR 품목 예외), 제3국의 외교 활동을 위한 자금 이체, 통신장비 거래가 아닌 통신을 위한 거래, 지적 재산권 관련 거래와 지급 및 영수 허용(출원, 보호의 수령, 갱신, 침해소송 등 거래), 비교통 정박이나 긴급 정박의 경우는 제재가 일반 면제된다.
제재의 일반 면제는 제재 면제 신청 없이도 제재가 면제된다. 만일 추후 북한 핵 문제가 진전된다면 그에 따라 특정한 남북 경협사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 면제 추진을 검토할 수 있을 전망이다.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