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남북은 문산~개성 간 경의선 철도 연결구간과 동해선 철도 연결구간을 공동 점검하기로 합의했다. 사진은 정동진역 부근의 동해선 철도 모습.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9월 19일 밤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대집단체조 공연을 관람한 뒤 환호하는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다시 머리 맞댄 남북 정상
북·미 회담 가속화 최대 성과

3차 남북 정상회담이 가져온 성과와 의의를 바탕으로 남북의 공감대와 협력 분야를 최대화해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보통 국가로서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도록 좀 더 적극적이면서도 섬세한 한국 정부의 노력이 요구된다.

한반도의 명운을 좌우할 3차 남북 정상회담이 막을 내렸다. 1차, 2차 남북 정상회담과 달리 이번 회담은 한국 정부에 적지 않은 부담이 부과됐다. 1차 남북 정상회담은 2017년 최고도의 한반도 긴장을 경험한 이후 성사됐으므로 만남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부여됐다. 2차 남북 정상회담은 북·미 정상회담의 급작스러운 연기를 돌파하기 위한 단일 의제 실무회담으로서 회담 이후에 세간에 알려진 형태였다.

3차 회담은 비핵화와 관련해 북·미의 명확한 입장 차로 사실상 타협이 불가능해 보이는 막다른 골목에서 열렸다. 더욱이 북한이 원한다면 최대치의 체제 선전장이 될 수 있는 장소인 ‘평양’에서 열리고, 준비기간도 정상회담으로서는 터무니없이 짧았다. 또한 이미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으로 기대치가 높아진 북한과 국내 여론 모두를 충족시켜야 했다.

북·미 대화 재개, 사실상 성취

그러나 이러한 부담과 불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비핵화 돌파구 마련, 남북 간 긴장 완화, 남북관계 개선 이라는 3차 남북 정상회담의 목표를 대부분 충족했다. 우선 비핵화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으로 출발하기 직전 밝힌 “북·미 대화 재개가 이번 정상회담의 중요한 의미”라고 한 목적을 사실상 성취했다.

평양 공동선언이 발표된 직후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뉴욕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만남을 갖기를 원한다고 밝히면서 아울러 오스트리아 빈에서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북한 카운터파트 간의 회담을 갖자고 북한에 공식 제안했다. 또한 연이은 뉴욕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공식화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신속한 반응은 다음과 같은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 평양 공동선언에서 발표된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와 엔진실험장 폐기 시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겠다는 조치가 긍정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전과는 달리 북한이 처음으로 비핵화의 전형적 조치인 검증을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3차 남북 정상회담 이후 대국민 보고에서 ‘참관’을 ‘검증 가능한 불가역적 폐기’와 같은 뜻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 모두 평양 공동선언 직후 북한이 사찰을 받아들였다고 밝힌 바 있다.

둘째, 미국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 가능성을 북한이 처음으로 언급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4차 방북을 앞두고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변 핵 단지 내에는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 외에도 고농축 우라늄 생산시설과 북한이 새롭게 건설한 100MWt(메가와트톤) 실험용 경수로 등 총 390개 건물이 있다.

따라서 북한이 미국의 ‘상응 조치’를 요구했지만, 영변 전체 시설을 동결이나 폐쇄가 아닌 검증을 통해 영구적으로 폐기한다면 북한 비핵화의 의미 있는 진전으로 볼 수 있다.

3차 남북 정상회담의 두 번째 목표인 남북 간 긴장 완화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로 ‘판문점 선언 군사 분야 이행합의서’를 부속 합의서로 채택했다. 일부 조치는 논란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남북간 신뢰 구축을 위한 진전된 합의로 평가할 수 있다. 해상 적대행위 중지를 위해 합의된 완충수역의 경우 청와대와 국방부의 발표가 혼선을 빚고, 남측 수역이 북측 수역보다 더 넓은 것도 사실이나 동 지역에 북한의 해안포 수가 남측보다 많음을 고려할 때 한국 안보에 좀 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특히 북한이 북방한계선(NLL) 이남 해상으로 수시로 포사격을 했고, 2010년에는 연평도를 직접 타격하는 등 도발을 감행했음을 감안할 때 포병·함포 사격 중지와 함께 포구·포신 덮개 설치 및 포문 폐쇄는 공세 행위 중단 혹은 최소한 사전 탐지 기능 향상 차원에서 긍정적이다. 또한 공중 적대행위 중지의 경우 한미 정찰 자산이 군사분계선 60km 밖에서는 기능이 제한됨을 감안해 동부 40km, 서부 20km로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했다.

다만 비무장지대와 공동경비구역 등은 정전협정에 따라 유엔사령부 관할에 있고 한국 방어가 한미동맹 차원에서 이뤄지므로 미국과의 사전 협의가 좀 더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합의서 발표 직후 미 국방부가 “한국과 함께 ‘군사 분야 합의서’를 철저하게 검토·논의할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을 통해 밝힌 것은 한국과의 사전 협조가 일부 부족했음을 보여준다.

남북이 남북 군사공동위원회를 설치해 논의를 이어가기로 합의했으므로 향후 추진될 조치는 유엔사와 연합사, 결국 미국과의 확실한 소통 채널을 확보해 면밀히 사전 논의해야 할 것이다.

이 의장은 “아무리 좋은 합의를 내놓는다 해도 실천이 뒤따르지 않거나 정권이 교체되면 바로 폐기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회 비준이라는 법적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 진행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모습.

마지막 목표인 남북관계 개선은 2박 3일간 보여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행보만으로도 목표치는 달성했다. 처음으로 평양에서 실시간 중계되는 화면과 남북 정상 간의 스스럼없는 접촉은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남북관계를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정상회담 후 실시된 방송 3사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78.5%(SBS), 83.4%(KBS), 82.4%(MBC)가 남북 정상회담을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관련해 응답자의 82.8%가 “환영한다”(MBC)고 답변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보였다.

비핵화 조치 이후에도 상존하는 난제들

다만 경제 분야에서 남북 협력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는 북한 비핵화의 진전이 전제이므로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식의 조심스러운 합의를 도출했다. 북한이 경제 협력 확대를 강력히 요구하나 정부 차원에서는 경제부총리와 정책실장 등 경제 핵심 인사를 방북단에서 배제하고 민간 기업인을 포함함으로써 부담을 덜고자 한 행보도 보였다.

문화·예술 분야의 협력은 다양하게 제기됐지만, 이산가족 문제는 아쉬움이 남는다. 금강산 지역 이산가족 상설면회소를 ‘빠른 시일 내 개소’하기로 합의했으나 남측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생사 확인, 이산가족 상시 상봉, 고향 방문 등의 조치는 포함되지 못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사안은 4·27 판문점 선언의 후속 조치로서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이 할 수 있는 최대치다. 이를 뛰어넘어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과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 정착을 이끌 ‘판문점 선언 2.0’의 선포와 이행을 위해서는 북한의 비핵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한반도 비핵화 과정은 지난해 보인다. 우선 북·미 간 대화가 재개되겠지만, 북·미가 비핵화 프로세스에 합의를 이룰지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평양 공동선언에 포함된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와 엔진실험장 폐기는 최초 검증이라는 의미가 있으나 이미 지난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약속한 사안이고 돌출된 외부 시설이라는 측면에서 풍계리와는 달리 전문적인 검증의 필요성이 덜하다. 외부 참관만으로도 시설의 폐기 여부가 확인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는 비핵화의 의미 있는 조치임에 틀림없지만, 여전히 미국의 ‘상응 조치’가 변수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차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취소시킨 이후 북한이 주장하는 동시적, 단계적 조치를 거부하고 북한의 선 비핵화 조치를 “국제사회의 의무”로 요구하고 있다. 또한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혹은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로 표현되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여전히 최종 목표로 상정하고, 제재 지속 의지도 천명하고 있다. 따라서 3차 남북 정상회담에 포함된 전향적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상응 조치’와 북한의 영변을 포함한 ‘추가 조치’ 간의 간극을 메워야 하는 어려움이 상존한다. 다만 몇 가지 측면에서 북·미 간 비핵화 대화가 촉진될 여지도 있다.

첫째, 미국이 새로운 대화 채널로서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오스트리아 빈으로 보내 북한과 대화할 의지를 표명했다. 북한이 이를 수용한다면 북·미는 이전의 비공식적 대화 채널과는 달리 상시 운영되는 협상 창구를 가질 수 있다.

이를 통해 북·미는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협상이 교착될 경우 장관 또는 정상 수준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 북·미가 새로운 접근 방식이라고 주장하는 지도자 간의 담판 방식을 보완해줄 실무자 급의 상설 채널인 셈이다. 비핵화 프로세스가 복잡하고 다차원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상향과 하향의 방식을 혼합하는 것이 효과적인 협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이다. 현재 미국 내에는 북핵과 관련해 세 가지 목소리가 있다. 안보를 강조하는 그룹은 북한에 지속적 압박을 가해 CVID를 성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비확산 그룹’은 북한의 핵기술과 핵물질 확산 방지를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보다 중요시한다. 마지막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 등의 정치인은 북핵을 단기적 정치 이해 측면에서 접근한다.

특히 11월 6일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에서 활용 가능한 ‘북핵 카드’를 우선적으로 추진 하고자 한다. 정치적 이해를 우선시하는 접근은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위해서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지만, 잘 활용한다면 다양한 융통성 발휘가 가능해 지난 25년간 지속돼온 북핵문제를 획기적인 방식으로 해결할 여지도 있다. 지금 한미 정부가 추진하는 하향식 접근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큰 접근 방식이므로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한미 간 확실한 공조, 북한에 대한 군사적 핵 억지력 유지 및 강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 의장은 “아무리 좋은 합의를 내놓는다 해도 실천이 뒤따르지 않거나 정권이 교체되면 바로 폐기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회 비준이라는 법적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교육 분야 협력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사진은 2009년 평양과학기술대학교 전경.

교육 분야서 남북 협력 시도할 만

남북관계 측면에서는 이미 일정 수준에서 정상 간 만남이 사실상 정례화됐으므로 이를 지속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2차 정상회담과 같이 필요시 언제든지 가볍게 만나고, 이미 설치된 정상 간의 핫라인도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비정치적 남북 협력, 특히 비핵화의 지난한 과정을 고려할 때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분야의 협력을 창의적으로 발굴해 확대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교육 분야의 협력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남북이 매우 다른 형태로 진행해온 교육을 일정 부분 통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하고, 남북이 함께 모여 연구해볼 만하다. 특히 서구의 교육체계를 받아들인 평양과기대는 현재 미국의 대북 여행 금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므로 한국의 역할도 기대해볼 만하다.

결론적으로 3차 남북 정상회담이 가져온 성과와 의의를 바탕으로 남북의 공감대와 협력 분야를 최대화해 궁극적으로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보통 국가로서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이면서도 섬세한 한국 정부의 노력이 요구된다.

안 병 민 박 원 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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