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와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김정은 위원장이 육성으로 직접 비핵화 의지를 밝힌 것입니다. 그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은 문재인 대통령이 15만 평양시민 앞에서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 것을 확약했다고 했을 때, 평양시민들이 열광적으로 환호의 박수를 보낸 것입니다. 그동안 북한은 선군정치와 경제·핵 병 진노선이 국가정책이었기 때문에 핵무력을 완성했다는 것이 목표이자 자랑이었습니다.
그런데 핵무기 없는 세상을 약속했다고 하는데, 시민들이 열광적 환호를 보낸 것입니다. 두 번째는 동창리 엔진실험장 폐기와 상응조치에 따른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한 합의입니다. 이는 미래 핵을 포기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겁니다. 수십 년간 핵과 군사가 우선이었던 나라가 변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 변화가 제대로 결실을 맺도록 해야 합니다.”
특별수행단의 분야별 모임도 있었는데,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요.
“북측 김영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만났습니다. 북측은 민족자주의 원칙을 강조하면서 외세에 의존하지 말고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나가자는 것을 우선적으로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저는 ‘지금은 민족사적으로 중요한 시기다.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어떻게 결실을 맺느냐에 따라 민족의 장래가 결정된다. 그동안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한반도 문제가 우선순위가 아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과거에 미국 부시 정부가 들어와서 북·미 대화가 단절되고, 지난 10년 동안 남쪽 수구정권 때문에 남북관계가 단절됐던 경험을 보지 않았냐.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적극적 의지를 갖고 있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이다. 지금 이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가를 알아야 한다. 그렇기에 북측이 전략적 사고를 해야 한다. 참모들이 잘 조언해주기 바란다’라고 말했습니다.”
의미 있는 말씀을 하셨는데, 북측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잘 알겠다고 공감하더군요.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은 민족자주도 중요하지만, 국제적 현실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남북이 분단된 것도 우리 양측의 뜻이 아니지 않았습니까. 당시의 냉전체제와 국제질서의 흐름을 우리가 힘이 없어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실을 인식하면서 그에 맞는 전략적 결단을 해야 합니다. 지금도 기회를 놓치면 안 됩니다. 문재인 정부 시기에 돌이킬 수 없는 상황, 불가역적인 상황을 만들어야 합니다.”.
전략적 결단 필요… 힘겨루기로 시간낭비 말아야
북이 가고자 하는 길을 어떻게 보셨습니까.
“잘살아 보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읽혔습니다. 평양의 발전상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북한 사회가 변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 북한은 집단농장과 기업 경영에 인센티브제가 도입되면서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습니다. 인민생활 수준이 향상되고 주민들의 민생에 대한 요구도 높아졌기 때문에 이러한 흐름을 되돌릴 수는 없을 겁니다.
북한은 이미 경제 건설로 노선을 바꾸었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제재가 풀려야 하고, 제재가 풀리려면 비핵화가 필수입니다. 그렇기에 결국 비핵화로 나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또한 북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려면 남쪽과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우리와 손을 잡아야 합니다. 우리의 정권이 바뀌어 정책을 바꾸면 모를까 북이 스스로 이러한 방향을 바꾸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번 방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어디였습니까.
“5월1일경기장에서 열린 공연이 인상 깊었습니다. ‘빛나는 조국’이라는 작품을 남쪽을 고려해 새롭게 구성했다고 합니다. 연습시간이 매우 짧았음에도 기획과 프로그램 구성을 잘했습니다. 한류가 전 세계에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데, 역시 우리와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예술성, 창조성이 유사하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더불어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 ‘달려가자 미래로’ 등 ‘세계’와 ‘미래’를 강조하는 구호가 많았는데, 개혁과 개방에 대한 의지를 구호에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도 큰 소망을 이뤘는데, 방문단 중 제가 유일하게 등산복을 갖춰 입고 백두산 최고봉인 장군봉에 오른 것입니다. 백두산 일정을 알고 준비한 게 아니었습니다. 그런 희망과 기대를 안고 준비해 갔습니다. 제가 소원을 이룬 것이죠(웃음)”
민족사적으로 중요한 시기인데, 민주평통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지난 10년 동안 남북이 대치하던 시기에는 민주평통도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헌법기관으로서 제대로 기여할 수 있는 시기가 왔습니다. 지난 9월 14일 열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에는 우리 민주평통 사무처장이 참석했고, 이번 평양 정상회담에는 수석부의장인 제가 특별수행단으로 다녀왔습니다. 주요 현장에 민주평통이 함께하면서 위상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자문위원들이 제대로 역할을 할 시기가 온 것입니다.
민주평통의 역할과 사명을 제대로 알고 평화와 번영, 통일의 중심세력으로 앞장서나가야 합니다. 기회가 왔을 때 이를 낚아채려면 준비가 필요합니다. 저는 그 준비가 국제 협력과 국민 합의라고 봅니다. 해외 자문위원들은 공공외교관으로 역할하면서 국제적 협력을 높이고, 국내 자문위원들은 국민적 합의를 높여나가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항상 준비하는 우리가 돼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