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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측 군사분계선 인근 ‘소떼 길’에 소나무를 함께 심고 있다.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측 군사분계선 인근 ‘소떼 길’에 소나무를 함께 심고 있다. “평화와 번영의 푸른 숲 가꾸자”
남북 산림협력 이행모드 돌입

남북 간 산림 분야 회담의 합의사항들이 본격 이행에 들어갔다. 남북한은 7월 4일 열린 산림협력 분과회담에서 남북 접경지역에 대한 병해충 공동 방제를 진행하기로 했다. 비정치적인 산림협력 사업이 남북관계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작동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2018년 7월 4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 산림협력 분과회담이 개최됐다. 이번 회담은 4월 27일 평화와 번영, 통일을 향한 판문점 선언의 1조 6항 “남과 북은 민족 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 번영을 이룩하기 위하여 10·4 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나가기로 한다”는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열린 것이다.

2018년 5월 3일 청와대는 판문점 선언의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한 ‘판문점 선언 이행추진위원회’를 조직하고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첫 번째 사업으로 북한의 조림(造林) 지원 등 산림 분야 협력을 꼽았다. 기존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를 이날부터 이행추진위로 전환하고 남북관계 발전, 비핵화 평화체제, 소통 홍보 등 3개 분과를 두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남북관계 발전분과에 산림협력 연구 태스크포스(TF)를 설치했다.

앞서 5월 4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산림 분야 협력은 북한이 가장 필요로 하고, 우리도 경험이 많이 쌓여 우선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5월 3일 경북 봉화군 소재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개원식 축사에서 “유엔 대북제재에 해당하지 않는 사업들은 남북 협의와 준비가 되는 대로 시작하겠다”며 “북한 조림사업도 그중 하나”라고 말했던 사실이 반영돼 성사된 결과라 볼 수 있다.

5·24 조치 이전의 대북 산림 복구 지원

2007년 10월 개최된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10·4 선언에서 “농업, 보건의료, 환경보호 등 여러 분야에서의 협력사업을 진행해나가기로” 합의했고, 10·4 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 제1차 회의(2007. 12. 4.~12. 6.)에선 “남과 북은 양묘장 조성과 이용, 산림 녹화 및 병해충 방제 사업을 2008년부터 진행”하기로 했다. 이어 남북 보건의료·환경보호협력 분과위원회 제1차 회의(2007. 12. 20.~12. 21.)가 개성에서 개최돼 “남과 북은 양묘 생산 능력과 조림 능력 강화를 위한 산림녹화 협력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며 당면해 사리원 지역에 양묘장을 조성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공동 조사를 2008년 3월 중에 진행하기로 했으며, 산림 병해충 피해를 막기 위한 조사와 구제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남측이 농약, 설비 등을 제공하기로 한 실무접촉을 2008년 3월 중에 개성에서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이전 정부와 다른 ‘비핵·개방 3000 구상’을 핵심 대북정책으로 내세워 남북관계가 급랭하는 바람에 산림 당국 간 사업 추진 합의는 이행되지 못했고, 대북 민간 지원단체에 의해 진행돼온 산림 복구 지원사업도 2010년 5·24 조치가 취해지면서 중단됐다.

1999년 민간단체인 ‘평화의 숲’이 창립되면서 민간단체의 산림 분야 대북 지원 활동은 주로 묘목 지원이나 공동 식수 행사 등 일회성, 이벤트성 사업들이 진행됐다. 그래서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대북 산림 복구 지원 성과를 거두기 위해 2007년 대북 산림 복구 지원단체의 연합체인 ‘겨레의 숲’을 창설하고, 이전보다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북 산림 지원을 시도했다.

2010년 5·24 대북제재 조치로 남북 교류협력이 중단되기 전까지 10여 년간 대북 산림 복구 지원사업은 5년간 조성된 금강산 양묘장을 비롯해 개성, 황해북도, 함경북도 등에 8개 양묘장 시설이 설치됨으로써 묘목 생산 기반을 강화하는 성과를 거뒀다. 남북이 함께 양묘장을 건설하면서 그동안 북한이 자신들의 양묘 방식을 고수하려 했던 행태가 바뀌어 남한의 양묘 기술을 수용하는 변화도 가져왔다.

북한 산림 당국은 남북 교류협력이 중단된 이후에도 남한의 양묘장 시설 지원 성과를 인식해 나무모(묘목) 생산의 과학화, 집약화, 공업화를 내세우면서 무동력 회전식 분무장치와 부직포를 이용한 영양단지 나무모(포트에 기른 묘목) 생산 방법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전국적으로 보급했다.

단기에 성과가 확인될 수 있는 산림 병해충 방제사업은 솔잎혹파리 피해에 무방비 상태였던 금강산 소나무림을 회복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에 북한은 2013년에 평양 인근 동명왕릉 소나무림의 병해충 방제를 국제기구를 통해 우회적으로 요청하는 등 남북 산림 협력에 대한 기대감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심각한 북한의 산림 황폐화

조림사업은 시범 조림지 제공에 부담을 느꼈던 북측을 지속적으로 설득한 결과, 금강산 지역에 밤나무 단지(120ha)를 조성했고, 2009년에 제공한 평양 인근의 시범 조림지(100ha)에 남한에서 보낸 묘목이 식재됐다. 형식적이지만 현장 모니터링 조사가 이뤄지는 실적을 가져왔다. 그동안 대북 민간단체들의 10여 년간의 산림 복구 지원을 통해 시범 조림지 개방에 매우 소극적이었던 북측 당국의 태도 변화를 가져왔고, 남북 간에 작은 신뢰가 구축됐다는 점은 향후 본격적인 남북 산림협력 재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7월 4일 산림협력 분과회담은 6월 1일 개최된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동해선·경의선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 산림협력 등을 논의할 분과회의를 구성하기로 한 합의에 따라 진행됐고 남과 북은 양묘장 현대화, 임농 복합 경영, 산불 방지 공동 대응, 사방 사업 등 산림 조성과 보호를 위한 협력 문제들을 상호 협의하고 단계적으로 실천적 대책을 세워 추진해나가기로 공동보도문을 통해 발표하는 성과를 거뒀다.

남북이 작성한 공동보도문을 살펴보면 북측에서 최근 ‘산림 조성 10년 전망 계획’과 ‘임농 복합경영 전략 및 실행계획’을 통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양묘장 현대화, 임농 복합경영과 우리 측에서 제안한 산불 방지 공동 대응, 사방 사업을 포함해 전반적인 산림 분야에 대한 포괄적인 협력을 해나가기로 하는 성과를 얻었다.

무동력 회전식 분무기 삽목장(위)과 묘목을 기를 영양단지(포트) 성형기.

무동력 회전식 분무기 삽목장(위)과 묘목을 기를 영양단지(포트) 성형기. 무동력 회전식 분무기 삽목장(위)과 묘목을 기를 영양단지(포트) 성형기.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남북 당국 간에 합의한 포괄적인 산림협력이 문서로 그치지 말고 남북 산림 당국과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진정성 있게 상호 이해와 신뢰를 쌓아가면서 상호 협의하고 단계적 추진 방안을 마련해 성공적인 성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우선적으로 북측이 필요로 하는 산림 병해충 방제에 대해서는 7월 중순 현장 방문을 실시한다고 구체적인 시기가 명시됐기 때문에 현장 조사 결과가 나오면 남북이 체감하고 공감할 수 있는 즉시 방제 사업이 실시돼야 할 것이다.

북한 주민들의 자연재해 피해 감소와 생활권 환경 개선을 위한 인도적 사업 차원의 산림 보호 사업은 국제사회, 미국의 대북제재를 벗어나서 추진될 수 있도록 우리 정부가 적극적인 해결 조치를 취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산림과학 기술 분야의 협력은 산림과학자들의 인적 교류부터 첫발을 내디딘다면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협력 속도가 빨라지면서 공동보도문의 성과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산림과학원의 인공위성 영상 사진 판독에 의하면 1999년 기준 북한의 황폐해진 산림 면적이 163만ha에서 2008년에는 284만ha로 대폭 증가해 전체 산림 면적의 약 32%에 달했다. 2013년에 2005년과 2012년의 위성 영상 사진으로 북한 주요 지역의 황폐해진 산림을 모니터링한 결과에 따르면 잦은 집중 호우로 토양 침식 및 유실이 가중돼 산림 황폐화 정도가 점점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태에서 산림 복구가 더 지연되면 자연재해 피해액은 물론 복구 비용도 천문학적으로 증가하고, 북측이 총력을 기울이려는 경제 발전에도 큰 장해물이 될 것이다.

인공위성 영상 사진으로 본 평양지역의 2005년과 2012년 산림 황폐화 정도 비교. 인공위성 영상 사진으로 본 평양지역의 2005년과 2012년 산림 황폐화 정도 비교.

한반도 국토 동질성 회복

북한 당국도 산림 황폐화 피해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수림화(산림 조성)에 대한 정책 의지를 강렬하게 표명하고 있지만, 경제난 극복 없이는 현실적으로 북한 자체 노력만으로 수림화를 달성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더욱이 북한 주민들이 식량과 에너지 부족으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상태에서 산림에서의 땔감 채취와 뙈기밭(소토지)에서의 식량 조달을 포기하고 능동적으로 나무 심기에 참여한다는 것은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한반도 국토 동질성 회복을 위해 북한 산림 황폐화의 심화를 남의 일처럼 관망하지 말고 황폐산림 복구와 산림 보호를 위한 본격적인 남북 산림협력 재개를 서둘러야 한다. 북한 민둥산에 대한 산림 조성 사업은 앞으로 수십 년 이상 계속돼야 하고, 조림 이후 나무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수십 년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들이 산림녹화 사업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가고, 비정치적인 산림협력 사업이 남북관계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작동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북 산림협력 회담 공동보도문의 실천적 대책을 실행하는 실무기구로서 ‘남북 산림협력 실천협의회’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내에 설치해 지속적인 협의와 실행을 담보해나간다면 산림협력의 효과가 제고될 것이다.

박 경 석 박 경 석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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