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세 차례(3월, 5월, 6월) 개최함으로써 2011년 5월 김정일·후진타오 간 정상회담 이후 지난 7년여 동안 소원했던 북·중 간 전통적 우호·협력관계를 복원했다. 향후 북·중관계의 전개 방향과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첫 번째 북·중 정상회담은 3월 25일부터 28일까지 시진핑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베이징을 비공식 방문하면서 이뤄졌다. 시진핑은 “2018년 한반도 정세 변화 과정에서 북한의 역할을 높게 평가하며, 한반도 문제 해결 과정에서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을 강조했다. 김정은 역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총 서기의 유훈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에 노력한다는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 대화를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 과정에 서 중국과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양국관계를 새로운 수준으로 발전 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결국 1차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은 당시 남·북·미 3국 주도로 빠른 속도로 진행되던 한반도 비핵화 논의 구조에 중국을 끌어들였고,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한반도 정세 변화 과정에서 ‘차이나 패싱’을 우려하던 중국 역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전통적 우호·협력관계 복원
두 번째 정상회담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5월 7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중국 다롄을 전격 방문하면서 이뤄졌다. 북한은 4월 21일 노동당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사회주의 경제 건설 총력 집중’이라는 새로운 전략 노선을 채택함에 따라, 경제 발전에 유리한 우호적 대외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력하기 위해 북·중관계 개선을 고려했다. 특히 6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과 협동을 강화하고, 북한이 주장하는 비핵화 해법인 ‘단계적·동시적 조치’에 대한 중국의 지지와 동의를 재확인함과 동시에 미·중 간 전략적 경쟁 구도를 활용해 대미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를 표출했다.
반면 중국 입장에서는 ‘4·27 판문점 선언’에서 올해 안에 종전선언을 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추진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자국의 입지와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세 번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6월 19일부터 20일까지 중국 베이징을 전격 방문하면서 이뤄졌다. 3차 정상회담은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미 간 ‘완전한 비핵화 vs 체제 안전보장’을 둘러싼 협상이 시작되는 시점에 개최됐다는 점에서 북·중 간 주요 현안에 대한 긴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조선반도 비핵화 해결 전망을 비롯한 공동의 관심사에 관해 유익한 의견 교환이 진행됐으며 공통된 인식을 이룩했다”고 강조했고, 6월 21일자 노동신문 역시 “북·중 최고 지도자들 간에 현 정세와 절박한 국제 문제들에 대한 신중한 의견 교환이 있었으며, 새로운 정세하에서 두 당(黨), 두 나라 사이의 전략·전술적 협동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문제들이 토의됐다”고 보도했다. 시진핑은 “조선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조선 측의 입장과 결심을 적극 지지하며, 향후 중국은 계속해서 자기의 건설적 역할을 발휘해 나갈 것”이라며 북한의 강력한 후원자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북·중관계의 쟁점은 양국이 전통적 우호·협력관계를 기반으로 한 ‘특수관계’인지 아니면 국가 이익을 추구하는 상호 대등한 국가 간 ‘정상관계’로 변화하고 있는지가 핵심이다. 2018년 세 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북·중관계는 전통적 우호·협력관계를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5월 8일 랴오닝성 다롄의 휴양지 방추이섬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국가주석.
향후 북·중관계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대한 전망이 쉽지 않지만, 6월 20일 베이징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언급한 ‘변하지 않을 3가지’에서 단초를 찾을 수 있다. 즉 시진핑 국가주석은 “국제· 지역 정세가 어떻게 변화하더라도 ①중국의 당(黨)과 정부가 북·중관계 발전에 노력한다는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고 ②중국 인민의 북한 인민에 대한 우호 정서 또한 변하지 않을 것이며 ③중국의 사회주의 북한에 대한 지지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시진핑이 “북한과 중국은 정상국가이면서 특수관계도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향후 북·중관계가 ‘정상국가’를 지향하면서도 전통적 우호·협력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특수관계’를 여전히 중시할 가능성이 높다. 즉 중국은 북한과의 전통적 우호·협력관계를 회복하고 전략적 소통 채널을 확보함으로써 한반도 문제에 대한 발언권과 영향력을 유지·확대하고자 할 것이고, 북한 역시 중국과의 관계 회복을 통해 대미 협상력을 제고하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완화하며 북·중 경협을 확대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표출할 것이다.
북·중관계 전망 : 특수관계≥정상관계
이러한 차원에서 볼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세 번 연속 중국 방문에 화답하기 위해 시진핑 국가주석의 북한 방문을 통한 네 번째 정상회담이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고, 의제 역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문제, 북·중 경제협력 문제, 대북제재 완화 문제 등으로 좀 더 구체화될 것이다.
북·중 간 전통적 우호·협력관계의 회복이 4·27 남북 정상회담과 6·12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향후 북·미 간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의 진행 상황에 따라 북·중관계의 방향성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북한은 최근 한반도 정세 변화 과정에서 미·중 간 전략적 경쟁 구도를 활용해 중국과 전통적 우호·협력관계를 회복함으로써 자국의 이익을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세 차례의 북·중 정상회담 및 그 이후 후속조치 등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체제 안전보장과 경제적 지원에 대한 약속을 받아냈을 경우, 북한은 미국과 직접 협상을 통한 비핵·평화 프로세스에서 좀 더 강경한 입장을 견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역시 잇따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과의 관계는 회복했지만, 북한 비핵화에 대한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으며,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의 원칙적 이행이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향후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에서 어느 정도 진전이 있어야 대북제재 완화 문제를 언급하거나 혹은 동참할 수 있고, 북·중 경협에 대한 논의도 좀 더 구체화할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에 대해 남북한 당사자 해결을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지만, 한반도 문제의 주요 이해당사자(Stakeholder)라는 인식하에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향후 전개될 한반도 정세 변화 과정에서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주요 이해당사자이자 ‘역내 안정자’로서 적극적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지만, 반대로 중국이 그동안 미·중관계 차원에서 한반도 정책을 추진하던 경향성을 유지하거나 ‘북한(북핵) 카드’를 활용한 영향력 확대를 시도할 경우 한반도 갈등 구조가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와 북·중관계
한반도에 찾아온 평화적이고 안정적인 안보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남북한 및 남·북·미 3자 간 협력이 핵심이지만, 중국·러시아·일본을 포함한 국제사회와의 적극적이고 긴밀한 협력도 중요하다. 특히 한반도의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전략적 지렛대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되는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이 중요하다. 따라서 향후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에서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추동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국을 비롯한 러시아와 일본 등 국제사회와의 적극적이고 긴밀한 협력도 중요하다.
첫째 남북 및 북·미 간 신뢰 회복 및 관계 개선(정상화) 과정에서 중국의 지지와 협력을 확보하기 위해 한중 정상회담을 조속히 추진하고, 고위급 회담 정례화를 통한 상시적 협의 채널을 가동할 필요가 있다. 둘째 북·미 간 ‘비핵화 및 체제 안전보장’ 협상이 순조롭지 않을 경우, 한중 협력을 통해 비핵화·평화 프로세스가 역진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셋째, 향후 종전 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 추진 과정에서 중국을 참여시킴으로써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넷째 중국이 포함된 다양한 형태의 다자무대(ASEAN+3, 아시아인프라 투자은행, 유엔 등)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최우선 의제로 설정할 수 있도록 중국과 협력해야 한다. 다섯째,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과 한국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의 전략적 연계와 협력을 통해 궁극적으로 북한을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 안착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시작돼야 한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