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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은 문산~개성 간 경의선 철도 연결구간과 동해선 철도 연결구간을 공동 점검하기로 합의했다. 사진은 정동진역 부근의 동해선 철도 모습. 남북은 문산~개성 간 경의선 철도 연결구간과 동해선 철도 연결구간을 공동 점검하기로 합의했다. 사진은 정동진역 부근의 동해선 철도 모습. 끊어진 南北 철도·도로 잇기
중복투자·사각지역 발생 없어야

지난 4월 27일 남북 정상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분단과 대결의 종식, 민족적 화해와 평화·번영의 새로운 시대, 남북관계의 개선 및 발전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표명했다. 선언 내용 중에는 남북 간 철도와 도로에 관한 합의도 있다. ‘남과 북은 민족 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 번영을 이룩하기 위해 10·4 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나가며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해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남북 간 교통망의 단순한 복원이 아니라 연결하고, 현대화하고,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이라는 구체적 범위와 단계를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지는 판문점 선언 이후 1개월 만에 개최된 남북 고위급 철도·도로협력 분과회담에 그대로 반영됐다.

남북 철도협력 회담에서는 동해선·경의선 철도 현대화를 위한 선행 사업으로서 북측 구간(금강산~두만강, 개성~신의주)에 대한 현지 공동 조사를 이른 시일 안에 진행하기로 했으며, 공동 조사 시행 날짜와 조사 대상 순서를 명기했다. 또한 이미 완공된 구간인 경의선 문산~개성 구간과 동해선 제진~금강산 구간에 대한 공동 점검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 구간은 철도망 연결 공사 이후 장기간 운행이 중단돼 시설 보수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 철도 연결과 현대화를 높은 수준에서 진행하기로 했으며, 철도 현대화를 위한 설계, 공사 방법 등 실무적 대책들을 논의한 이후 조속히 착공식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한편 남북 도로협력 회담에서는 철도회담보다 더 구체화된 합의를 이뤘다. 동해선·경의선 도로 현대화를 위한 범위와 대상, 수준과 방법 등 실제적으로 제기되는 방안까지 협의·확정한 것이다. 공사 범위와 현대화 수준은 사업 대상 도로 구간의 도로, 구조물, 안전시설물, 운영 시설물 등이며 현대화 수준은 국제 기준에 준해 지역적 특성에 맞게 정하기로 했다. 또한 도로 현대화를 위한 설계와 시공은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와 아울러 남북 공동연구조사단을 구성해 8월 초부터 경의선을 시작으로 동해선 현지 공동 조사를 실시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도로 현대화의 기술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남과 북이 도로 건설과 운영에서 필요한 선진 기술을 공동 개발키로 합의한 것은 기대 이상의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경기 파주시 임진각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철도 중단 지점을 살펴보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경기 파주시 임진각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철도 중단 지점을 살펴보고 있다.

왜 북한은 철도·도로 부문에 대해 이처럼 빠른 대응을 하는 것일까? 그만큼 북한 경제에서 교통 부문이 차지하는 위상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 중에 북한 교통 인프라 상태를 두고 ‘불편’, ‘불비’, ‘민망’이란 말로 표현했다. 이것이 북한 교통망의 현주소이다. 북한은 만성적인 경제난 탓에 철도·도로에 대한 적정한 유지·보수를 하지 못했으며, 특히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말미암아 해외에서 자재를 들여오기도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가장 빠른 열차는 평양과 중국 베이징을 연결하는 국제열차이다. 북한 내 평양~신의주 구간 225km을 이동하는 데 4시간 54분이 소요된다. 평균 속도는 시속 45km 수준이다. 내리막길에서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는 속도와 비슷하다. 일반 철도는 시속 20km 안팎으로 마라톤 선수가 뛰는 속도다. 우리나라의 국도에 해당하는 북한 1급도로는 도시 부문을 제외하고는 모두 비포장이며, 교량은 중량 트럭이 통과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자원 공급 지역과 가공 지역, 생산지와 소비지 간 연계가 원활히 이뤄질 수가 없다. 또한 인민 대중 제일주의를 표방하는 김정은 체제하에서 인민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는 수준이다.

시간 충분히 갖고 광범위하게 조사해야

이러한 북한 철도·도로에 대한 종합검진이 곧 시작된다. 내과적 측면과 외과적 측면에서 다양한 조사가 이뤄지게 될 것이다. 이후 정확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치료 방안을 마련하게 된다.

그러나 성공적인 공동 조사와 설계, 시공 과정에서는 남과 북은 ‘뜨거운 가슴, 차가운 머리’로 당면 문제들에 대한 현명한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먼저 충분한 기간을 갖고서 대상을 광범위하게 정해 조사에 임해야 한다. 이번에 조사하는 철도는 구간이 총 1194km, 도로는 총 256km이다. 이 철도망의 경우 남측 노선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거리다. 일회성 성격의 단기적인 조사로는 한반도 통합교통망의 밑그림을 그릴 수 없다. 북한과 러시아는 2001년에 두만강~나진~청진~함흥~평강 간 철도 781km에 대한 공동 조사를 시행한 바 있다. 당시 조사기간은 3개월에 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북한 내 철도·도로 현대화 사업들은 순차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따라서 도로와 철도 간의 중복투자나 사각지역이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 같은 구간을 철도와 도로가 동시에 건설되는 것보다는 물동량 추이 및 지역 개발 전략에 따라 순차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또한 한반도의 균형 발전 측면에서 동서 연결축, 중앙축 개발이라는 미래 비전에 맞게 추진돼야 한다. 남북 철도·도로 연결사업을 추진하는 데는 상대방의 수용 가능성, 경제성, 상호성, 지역 개발 파급 효과, 교통 유관산업과의 패키지형 개발 방안 등이 동시에 검토돼야 할 것이다.

안 병 민 안 병 민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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