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대담

민주평통은 6월 18일 김영희 안보·국제문제 칼럼니스트(오른쪽)와 이관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을 모시고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문재인 정부가 나아갈 길 ’이라는 주제로 특별대담을 나누었다. 7월 18일 민주평통이 마련한 특별 대담에서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을 맞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로 가는 길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는 백종천 세종연구소 이사장(오른쪽)과 최완규 탈분단경계문화연구원 원장(왼쪽). 백종천 “우리 정부의 주도적 역할…
동시행동으로 비핵화 조치를”
VS
최완규 “북한 달라지고 있어…
대승적 차원서 북한 이해해야”

정부는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된 대로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이 되는 올해 안으로 종전을 선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전협정이 갖는 의미는 무엇이고,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조건에는 무엇이 있을까.

민주평통은 7월 18일 백종천 세종연구소 이사장과 최완규 탈분단경계문화연구원 원장을 모시고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을 맞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로 가는 길에 관한 의견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백종천 이사장은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을 역임했고, 최완규 원장은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을 지냈다.

백종천 | 한반도 상황이 날로 격변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북·미 고위급회담, 6·25전쟁 전사·실종 미군 유해 송환을 위한 실무협상이 잇따라 개최됐다. 현재 북한이 요구하는 것은 체제 안전보장이다. 북한이 그동안 핵을 개발한 가장 큰 이유는 미국과의 적대관계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두 정상이 새로운 관계를 열어가자고 약속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물꼬가 트였다.

최완규 | 평창동계올림픽을 개최하기 이전까지 북·미관계는 전쟁 발발 직전의 상태로 치달았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9일 “한미 양국은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 합동 군사훈련을 연기하는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북한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민족의 큰 행사인 올림픽이 성공하길 바란다”며 화답했다. 이를 기점으로 남북관계를 둘러싼 상황이 달라졌고,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분단, 갈등, 대립의 상징이던 판문점에서 남북 두 정상이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역사적인 일이라 할 수있다.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본다.

단계적·동시적 행동 방식으로 비핵화 이뤄야

백종천 |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 두 정상이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종전선언은 6·25전쟁을 끝내는 것, 즉 과거 전쟁의 종결을 의미한다. 남한과 북한은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지금까지 전쟁이 끝나지 않은 준전시 상태로 체제 대결을 벌여왔다. 결국 평화협정을 논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 구축을 위해선 어떤 계기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종 전선언 같은 정치적인 선언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최완규 | 미국 사회에서는 북한에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관철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북·미 정상회담을 실패한 회담으로 평가한다. 일각에서는 CVID뿐만 아니라 PVID(북한의 영구적 비핵화)도 언급하는데, 이는 수사적 표현일 뿐이다. 북한은 ‘단계별 동시행동’ 원칙을 선호한다.

비핵화는 그 사안의 특성상 일거에 해결할 수 없어 단계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미국은 그동안 북한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북 한이 먼저 비핵화 조치를 취해야만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맞선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와 상황이 달라졌다. 만약 북한이 이번에도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국제사회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대국적인 차원에서 한국과 미국이 북핵에 대한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행동 방식을 추진하기를 바란다.

백종천 | 7월 6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방북했는데, 기대와 달리 비핵화에 관한 진전은 없었다. 종전선언이 어려운 이유가 뭘까. 지난 수십 년간 북한과 미국은 각각 선(先) 체제 보장과 선 비핵화를 두고 대립해왔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올해 안에 종전선언을 한다고 판문점 선언을 통해 밝혔다. 단시일 내 종전을 선언한다면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이끌 수 있는 추동력을 얻게 된다. 그럼에도 아직 종전선언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중국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중국으로선 한반도에서 지분을 확보하려면 평화협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역할을 해야 한다. 같은 이유로 종전선언에도 참여하고 싶을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 전에 두 번에 걸쳐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은) 중국이 참여하지 않은 종전선언은 불가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 중국을 설득해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종전을 선언해 한반도 평화체제와비핵화 구축을 위한 동력을 확보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백종천_세종연구소 이사장

백종천_세종연구소 이사장
“한반도 통일문제가 중대한 사안일지라도 주변국이 당사자보다 절실할 수 없는 법이다. 남북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재인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최완규 |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에서 전권을 가진 강력한 지도자일지라도 북한에도 국내 여론이란 게 있을 것이다. 자유주의, 다원주의 사회인 미국에선 국내 여론의 영향이 클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현재 미국 사회에서 북·미 협상 결과를 지지하는 세력은 소수에 불과하다. 이는 지도자가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사안이다.

북·미 워킹그룹 구성은 긍정적인 신호

백종천 | 남북관계 역사를 살펴보면 대체적으로 진보는 정부가 일차적으로 나서 북한과 대화해야 한다는 생각과 의지를 갖고 있 다. 반면 보수는 미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가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주체라고 본다. 한반도 통일문제가 복잡한 사안일지라도 주변국이 당사자보다 절실할 수 없는 법이다. 남북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재인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최완규 | 남북한이 서로 원활히 소통하고 협력하며 평화체제를 확고히 한다면 국제사회의 협력을 요구하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일 수 있다. 이는 국제사회와의 협력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우리가 남북관계를 주도하면서 주변국과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당사자 간의 의지와 역량이 중요한 것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낡은 패러다임으로 남북관계를 바라본다.

안보를 군사의 문제인 것처럼 생각하는데, 신(新)안보의 개념으 로 접근해야 한다. 신안보는 군사적인 측면에서의 안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상상력을 발동해 용서와 화해의 문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 국제협력을 도모해나간다면 한반도 관련 당사국들도 남북한의 페이스에 동조하게 될 것이다.

백종천 |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6·25전쟁 전사자 유해 송환에 대해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북·미가 비핵화 검증을 위한 워킹그룹을 구성하기로 했는데,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 정부 안에 워킹그룹을 만들었다는 것은 제대로 된 협상안을 마련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무협상팀 수준에서 회담이 열린다면 추후에도 북·미관계가 발전하는 동력을 얻게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북·미관계는 희망적이다.

최완규 | 북·미 간의 협상 역사를 살펴보면 미국은 북한이 먼저 조치를 취해야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상대가 행동하는 것을 보고 움직이겠다는 것이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과 약소국인 북한이 협상에서 결과물을 얻으려면 때로는 과감하게 동시에 서로 뭔가를 주고받아야 한다. 앞으로도 북·미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우리 정부가 잘 파악해 북·미관계를 조정하고 진전시킨다면 북·미 관계가 순항할 수도 있다.

남북관계, 과거의 틀로 바라보지 않아야

백종천 | 북한의 전략 변화 여부는 여전히 논쟁거리다. 개인적으로 북한이 전략적으로 변화했다고 생각한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됐기 때문이다. 우리는 북한의 전략이 바뀌었다는 전제하에 북한 비핵화, 한반도 평화 정착, 남북 교류사업 등을 풀어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다만 착시현상을 조심해야 한다. 북한 입장에서 핵은 체제를 유지하는 마지막 수단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오래 가지고 있고 싶어 할 것이다. 협상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과 마찰, 충돌을 마치 북한이 수를 부린다고 해석하면 협상 자체가 진전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정부가 남북, 북·미간의 접점을 찾아내야 한다. 국민들도 사안을 정확히 보고 어떻게 해야 한반도 평화를 구축할 수 있을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최완규 |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발표한 판문점 선언에는 북한이 그동안 강조한 ‘자주’와 ‘통일’이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평화가 언급됐다. 이는 남북이 처음으로 통일보다는 평화를 우선시하는 데 인식을 같이하게 됐음을 뜻한다. 지난 4월 북한은 노동당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경제 발전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전환의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새로운 시대가 열린 만큼 이제부터라도 남북관계를 과거의 낡은 틀로 바라보지 않아야 할 것이다.

최완규_탈분단경계문화연구원 원장

최완규_탈분단경계문화연구원 원장
“4·27 판문점 선언에는 평화가 언급돼 있다. 이는 남북이 처음으로 통일보다는 평화를 우선시하는 데 인식을 같이 하게 됐음을 뜻한다.”

백종천 | 지금의 남북관계는 과거와는 다른 패러다임으로 흘러가고 있다. 새로운 시각에서 정책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상당히 중요한데, 민주평통이 세미나와 모임 등에서 국민들의 의견을 듣고 중지를 모아달라.

최완규 | 촛불혁명을 계기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남북문제, 통일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협치를 해야 한다. 민주평통도 거버넌스 체제를 갖추고 진보, 보수, 중도 등 다양한 성향의 자문위원으로부터 통일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으며 공동의 인식을 설정해야 한다. 또한 국민들이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한반도 상황과 남북관계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민주평통이 총력을 기울여주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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