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이슈 | 포커스
첫 시험을 무난히 넘긴 문재인 정부의 통일·외교정책:
안보와 평화는 대척 개념이 아니다
▲ 문재인 대통령은 7월 6일 독일의 쾨르버재단 초청연설에서 일명 ‘베를린 구상’이라 불리는 한반도 평화구상을 발표했다
‘총체적 난국(perfect storm)’.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의 통일ㆍ외교정책 여건을 이야기할 때 자주 거론되던 단어다. 그 만큼 새 정부는 여러 가지의 복잡한 과제가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상황에서 첫 걸음을 내디뎌야 했다.
2016년 하반기부터 실종된 정상외교와 그로 인한 정책협조의 불투명성, 한ㆍ중 간 사드 갈등,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앞세운 트럼프 新행정부의 2017년 초 등장 등은 모두 우리의 대북ㆍ통일정책과 외교ㆍ안보정책을 국제사회에서 전개하는 데 있어 결코 유리하다고 볼 수 없는 여건들이었다.
무엇보다 북한의 거듭된 핵ㆍ미사일 능력시위는 결정적인 걸림돌이었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5월 한 달 동안에만 4차례의 미사일 발사실험을 감행하면서 ‘핵 보유국’ 지위 획득에 대한 미망(迷妄)을 버리지 않았다. 주변국들의 전략적 경쟁과 이기적인 손익계산, 북한의 지속적인 일탈과 도발은 자칫 한반도 문제 해결에 있어 한국의 입지를 심각하게 손상할 수 있는 여건들이었다.
출범 후 3개월째를 맞이하는 현 시점에서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다중적 난제들을 비교적 무난하게 돌파하여 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발 빠른 특사외교를 통해 한ㆍ중ㆍ일 등 주변국과 EU, 독일, 아세안 등 국제사회의 주요 세력들과의 협력 및 공조관계를 다지는 한편, 6월 30일(미국 현지시각)의 워싱턴 한ㆍ미 정상회담을 통하여 동맹의 결속을 재확인하고, 한반도 문제 해결에 있어 한국의 주도적 입장에 대한 공감을 미국으로부터 이끌어냈다.
평화와 안보가 각기 동떨어진 차원의 지향이 아니며,
이는 균형적으로 병행되게 추진되어야 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대주변국 메시지는 앞으로의 행보를 더욱 주목하게 한다.
▲ 지난 6일 G20 정상회의 참석_한·미·일 정상 만찬
이러한 분위기는 7월 초에 개최된 함부르크 G-20 정상회의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또한, G-20 정상회의 참석 기간 중 발표된 『베를린 구상』(독일 현지시각 7월 6일)은 ① 한반도에서의 평화추구 ② 북한체제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 ③ 비핵화 과정과 연계한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 ④ 한반도 新경제지도의 형성 ⑤ 非정치적 교류ㆍ협력의 일관성 있는 추진 등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미래 비전 제시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물론 새 정부가 치룬 첫 시험이 순탄하게만 진행되어 왔다고 보기는 어려운데, 이는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적 행위 때문이었다.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이 발표되기 이틀 전인 7월 4일 대륙간탄도탄(ICBM)급 미사일인 ‘화성-14호’를 발사함으로써 한반도에서의 긴장을 고조시켰다.
우리 정부가 『베를린 구상』의 후속조치 성격을 띠는 남북 적십자 회담과 남북 군사회담을 동시 제의(7월 17일) 했음에도 불구하고 평양은 이에 침묵으로 일관하였을 뿐만 아니라, 군사회담의 개최 시점으로 제의한 7월 27일의 하루 뒤에는 ‘화성-14호’를 재차 발사함으로써 한반도의 정치ㆍ군사적 긴장을 오히려 증폭시켰다. 이러한 북한의 태도에 대한 주변국들의 미온적 반응 역시 우리가 극복해야 할 도전요인이었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반복적인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수사적인 비난이나 자제 강조를 제외하고는 실질적으로 평양의 태도를 변화시킬 조치를 취하는 데에는 미온적이었으며, 오히려 자신들의 전략적 이해관계 속에서 한반도 문제를 저울질 하는 태도를 지속하였다.
이러한 도전요인들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답안은 명쾌하게 나타났다. 북한의 ‘화성-14호’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우리 역시 자체의 진보된 미사일 기술을 시현하였을 뿐만 아니라, 사드 추가 발사대의 임시 배치 등 신속한 안보조치를 취함으로써 북한에 대해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자신감을 가진 대북ㆍ통일정책의 원동력은
국내적 공감대와 소통의 확산이다.
▲ 북한은 지난 7월 28일 화성-14형 미사일 2차 시험발사를 실시했다
북한의 호응 여부와는 무관하게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여지를 열어놓으면서도, 도발 자체에 대해서는 이에 걸맞은 단호한 처방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결국, 이는 기계적으로 ‘제재와 대화의 병행’을 주장해 온 일부 주변국들의 논리를 궁색하게 만드는 것이기도 했다.
그 동안 우리의 대북ㆍ통일정책이 지닌 한계의 하나는 그때그때 분위기에 따라 안보와 대화의 분위기를 불규칙적으로 반복하는 양상을 취함으로써, 오히려 북한의 페이스에 말리는 듯한 양상을 보이는 적이 많았다는 점이다. 평화와 안보가 각기 동떨어진 차원의 지향이 아니며, 이는 균형적으로 병행되게 추진되어야 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대주변국 메시지는 이러한 점에서 앞으로의 행보를 더욱 주목하게 한다.
물론 이러한 기조가 앞으로도 지속적인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원칙들 역시 지속적으로 견지될 필요가 있다.
첫째, ‘조급함’으로부터의 탈피이다. 2016년부터 가속화되어 온 북한의 핵ㆍ미사일 능력시위는 그들의 집착과 나름의 초조함을 동시에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평양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짐짓 태연함을 유지하며 오히려 우리를 자신들의 협상의제로 끌어들이려 부심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단기적인 성과에 대한 유혹으로부터 초연한 가운데 우리의 중심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둘째, 대외적 메시지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즉, 현재 추구하고 있는 국제적 제재의 공조는 북한 정권이나 체제를 위기에 빠뜨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평양의 태도변화를 위해 불가피한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단기적이고 압축적인 공통의 압력이 가해져야 함을 주변국들에 역설해 나가야 한다.
셋째, 자신감을 가진 대북ㆍ통일정책의 원동력은 국내적 공감대와 소통의 확산이다. 이제는 서로 다른 의견들이 각기 모여 ‘나’만의 의제를 이야기하는 데에서 벗어나 ‘우리’의 공통 방안들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이러한 판을 형성하는 것 역시 정부의 주요한 몫이다. 첫 시험을 무난히 통과한 문재인 정부의 통일/외교정책의 지속적인 순항을 기대해 본다.
<사진자료: 청와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