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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 6·25전쟁 64주년 한반도의 안보와 통일

6·25전쟁 64주년 한반도의 안보와 통일
한류 바람 타고 북한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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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강원 화천군 중동부 전선을 지키는 7사단 장병들이 휴전선 철책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올해로 6·25전쟁이 일어난 지 64주년,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1주년이 됐지만 한반도가 원래의 상태로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북한 정권이 주도하는 전쟁 위협과 안보 불안에 대비해 군사적으로 철저히 대비하는 한편, 북한 주민들 스스로 남한의 체제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통일로 향하는 지름길이다.

우리 국민들은 원론적으로 통일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사안별 또는 세대별로는 대응하는 태도에 차이가 있다. 2013년 말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3.0%가 통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82.0%는 통일을 원한다고 응답했다. 다만 20대의 청년들은 그보다 다소 낮은 76.4%가 통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75.3%가 통일을 원한다고 응답했다. 통일 이후의 전망에 대한 응답에서는 ‘좋아질 것이다’는 긍정적인 예상은 안보정세 분야 56.5%, 경제 분야 45.2%로 나타난 반면, 70.8%는 ‘빈부격차’, 63.1%는 ‘실업 문제’, 47.3%는 ‘지역감정’의 악화를 우려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 대박론’을 언급한 이후, 통일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면서 과거에 비해 통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북한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도 통일 논의를 확산하는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드레스덴 선언에서 “독일 통일이 역사적 필연이듯이 한국의 통일도 역사적 필연이라 확신한다”고 표명했다. 그리고 “인간의 존엄, 자유와 번영을 향한 열망은 그 무엇으로도 억압할 수 없다”면서 통일의 의미를 압축적으로 표현했다.

대한민국은 전쟁의 폐허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해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성장했지만, 한반도에는 아직도 전쟁의 위협과 안보 불안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북한은 천안함 기습 공격, 연평도 포격 도발, 그리고 핵실험 등 불법적인 무력도발을 연이어 자행함으로써 한국의 안보를 끊임없이 위협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일련의 사건과 도발은 국민들의 안보의식을 제고하였지만, 국민들로 하여금 북한을 더욱 불신하게 만들었다.

한편 대내적으로는 체제와 이념을 중심으로 한 남남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자유로운 정치 활동이 가능한 한국의 민주화를 체제 전복의 좋은 기회로 파악하고 있으며, 민주화된 한국 정치를 이용하여 친북 정권을 창출한다는 목표를 유지하고 있다.

주월한국군 사령관을 지낸 고 채명신 장군은 현 한국의 정치·사회적 상황이 월남 패망 당시의 상황과 유사하다며, “월남의 패망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월남 패망의 원인으로 공산 월맹의 실체에 대한 무지, 베트콩의 모략에 속아서 반미와 미군 철수를 주장한 것, 월맹의 간첩들이 월남의 정부·종교계·학계·언론계·문화계에 침투해 불신과 반목을 조장한 것, 그리고 월남 정치 지도층과 권력층의 부정부패 등을 들었다.

즉, 베트남은 대외적인 안보 이전에 대내적인 안보에서 실패한 것이다. 특히 지도층의 부정부패는 대내적 안보를 위협하는 핵심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지도층이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정신으로 나라와 민족을 섬기려는 자세를 견지해야 사회의 분열도 차단할 수 있으며, 안보도 공고히 할 수 있고, 자유통일도 가능해질 것이다.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북한 인권 문제의 심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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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마이클 커비 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을 비롯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조사단이 2013년 8월 20일 연세대 새천년관에서 열린 북한 주민의 인권침해 사례 조사를 위한 공개 청문회에서 북한이탈주민 신동혁 씨(오른쪽)의 증언을 듣고 있다.

한편 국제사회는 그동안 북한 핵개발과 관련해 대북 경제제재 조치를 취해왔고, 최근에는 북한 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를 구성해 인권침해를 조사했다. 이어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은 북한 김정은 정권의 조직적인 인권유린 행위와 관련해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방안을 지지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북한의 인권침해 사건을 조사하고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하여 조만간 한국에 북한 인권 현장사무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한국의 정치권은 10년간 ‘북한 인권법’ 제정을 미뤄왔다. 미국은 2004년에, 일본은 2006년에 각각 북한 인권법을 제정해 북한 인권 개선 활동을 지원해왔다. 한국의 정치권이 참혹한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있는 사이에 국제사회가 북한인권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직접 발 벗고 나선 것이다.

마이클 커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위원장은 “한국에서 북한의 인권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있어야 성공적인 평화통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며 한반도 통일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통일의 목적이 궁극적으로 민족의 번영과 남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민족공동체를 형성키 위한 것이라면, 정부와 민간이 역할을 분담해 북한 주민의 참혹한 인권 실태를 지속적으로 북한 당국에 제기해야 한다. 통일 이후의 과거 청산에 대한 준비도 조용히 추진해야 한다.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북한 주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그들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보상해주지 않는다면 통일의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 인권 문제를 도외시하고는 공동체 형성에 한발짝도 다가갈 수 없음을 한국의 정치권은 깊이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북한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먼저 현실에서 북한은 우리와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위협의 실체이다. 그들은 휴전선에서 우리와 대치하고 있으며, 핵무기를 개발하는 등 우리를 파괴하기에 충분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기나긴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공존과 협력관계로 나아가야 할 협력의 대상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가 북한을 상대할 때에 기본적으로 북한의 정권과 그 치하의 피지배계층인 북한 주민들을 개념적으로 분리해서 대응해야 한다. 즉, 북한에 존재하는 우리의 상대 중 하나는 ‘적’의 개념을 가지고 있는 북한 정권이며, 또 다른 하나는 ‘동포’의 개념을 가지고 있는 북한 주민들이라는 것이다.

북한 정권과 북한 주민을 분리해서 접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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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지난 3월 독일을 국빈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베를린 이스트사이드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DMZ-그뤼네스반트(옛 동서독 접경) 사진전을 관람하고 있다. 뒤편 담이 과거 베를린장벽으로 왼편이 서독, 오른쪽이 동독이었다.

1980년대 말 소련 및 동부유럽의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한 이후 현재까지 북한은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계획경제 체제는 붕괴했으나 계획과 시장이 공존하고 있으며, 중국 화폐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고, 일반 주민들은 대부분의 생필품을 시장에서 구입하고 있다. 국가가 주민들의 삶을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이 됐고, 오히려 국가와 권력자들이 시장에 기생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그러다 보니 만성적인 뇌물수수와 부정부패가 일상화됐고, 그로 말미암아 북한 경제는 계속 침몰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최근 북한에서도 한류(韓流) 바람이 불고 있다. 시장화의 경향과 정보화의 영향으로 한국의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가요 등 대중문화 기반의 한류가 북한에도 유입되어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경제적인 풍요로움,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열망을 불어넣고 있다.

이는 김정은 정권이 직면한 가장 큰 위기이며, 더 이상 통제 불가능한 상황으로 발전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한류를 통제하기 위해 검열을 강화하고 있지만 한류 바람은 결국 북한을 변화시키는 근원적인 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 정권에 대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먼저 무력 남침을 못 하도록 군사적으로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핵무기 폐기 등 우리가 요구할 것은 지속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그렇지만 북한 핵문제와 인권 문제는 통일 시점까지 완전히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가정하에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또 군사적 차원에서 신뢰 구축을 위한 협상을 제안할 수 있지만 협상에 지나치게 집착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남북한이 사실상 적대관계에 놓여 있다는 엄연한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이념이 전혀 다른 정부 대 정부 간 협상에서 사상적 타협이란 불가능했다. 그리고 예멘의 통일 사례에서 보듯이 정치적 타협에 의해 통일을 하고 권력을 분점해도 통합 체제를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북한 주민들 스스로가 남한의 체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즉 북한 주민들의 마음이 남한을 향하도록 제반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북한 정권은 북한의 모든 주민들을 위한 정권이 아니다.

김씨왕조의 개인과 그 측근, 그리고 소위 핵심분자들만을 위한 정권이므로 조속히 정리되는 것이 옳다. 나머지 2300만 명의 북한 주민들이 수령의 우상화와 공포정치로부터 벗어나 우리 편으로 마음이 돌아서도록 만들어야 한다.

독일이 급속하게 통일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는 동독 주민들이 서독의 체제를 원해서 스스로 서독 체제로의 흡수통합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서 제시한 남북한 간의 인도적 문제 해결, 민생 인프라 구축, 남북 주민 간의 민족 동질성 회복 등은 통일로 가는 여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북한 주민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우상화 교육을 받고 자랐기 때문에 왜곡된 사상, 지식,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를 변화시키지 않으면 사실상 통일은 불가능하다. 이를 개선하려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지속적으로 외부의 정보를 유입시키고, 정경 분리 원칙에 의해 교류를 확대하며, 북한의 사회간접자본에 투자를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북한 지역에 외부 정보를 전달하고 북한 주민과의 접촉면을 확대함으로써 북한 주민을 향한 우리의 진정성이 점차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미 북한 지역에 불고 있는 한류 바람이 북한 주민들에게 남한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편 남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념을 둘러싼 남남갈등을 고려할 때, ‘퍼주기’ 논란, 상호주의 원칙, 북한 핵문제, 인도주의 및 인권 문제, 반공사상 내지 냉전논리 등이 공감대 형성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이에 대처해야 할 것이다.

통일을 준비할 때 어떠한 방안이나 계획을 수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통일로 가는 문이 열렸을 때 이를 통일로 연결시킬 수 있는 국가 전체의 역량을 육성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즉 정치, 외교, 경제, 군사, 사회, 교육 등등의 각 분야에서 통일을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을 구축해야 한다. 독일의 통일 사례를 보면, 독일은 통일 대비 계획을 준비하지 못했지만 ‘기회의 창(Window of Opportunity)’이 열렸을 때, 정치 지도자가 통일의지를 가지고 국가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 통일을 추진했고, 국민들은 이를 뒷받침했다. 독일 정부는 이러한 결집된 힘을 바탕으로 장벽이 무너진 지 1년 만에 통일을 달성할 수 있었다.

 

photo 정재호 북한인권정보센터 연구위원 겸 국군포로·납북자 정착지원센터장.
육사 35기로, 국방부 군비통제관실 통일기획담당, 국방정보본부 주독일 국방무관, 수도기계화보병사단 여단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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