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호 > 커버스토리
커버스토리
민주평통 16기 해외 자문위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2차 해외지역회의가 6월 9일부터 12일까지 3박4일 일정으로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렸다. 4월 28일부터 5월 1일까지 열린 1차 미국 지역회의에 이은 두 번째 행사로, 2차에는 아세안, 대양주, 캐나다, 중남미, 러시아,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14개 협의회 500여 명의 자문위원들과 65명의 동반 가족이 참석했다.
2차 해외지역회의의 특징은 한마디로 다채로움에 있었다. 아세안으로 묶었지만 그 안에는 서남아, 동남아남부, 동남아북부, 베트남, 호주, 뉴질랜드, 모스크바, 블라디보스토크, 중앙아시아 9개 협의회가 소속돼 있고, 미주 지역에는 1차 때 참석한 미국 지역 협의회만 빼고 토론토, 밴쿠버, 브라질, 중미·카리브, 남미서부 등 5개 협의회가 소속돼 있다. 지구의 북반구와 남반구 5개 대륙에 걸쳐 53개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자문위원들이 모처럼 대한민국 서울에 모였으니 그들의 옷차림만 봐도 어느 곳에서 왔는지 짐작할 수 있을 만큼 개성이 뚜렷했다.
500여 명의 자문위원 중 외국 국적이 189명이나 되고 특히 모스크바, 블라디보스토크, 중앙아시아협의회 소속 자문위원 중에는 고려인이 28명이 포함돼 있었다. 이들을 위해 따로 러시아어 동시통역이 제공돼 2차 해외지역회의가 열리는 그랜드힐튼호텔 다이아몬드홀은 국제회의장을 방불케 했다.
한반도를 뛰어넘는 원대한 ‘새 통일’ 구상
개회사는 1차 해외지역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김기철 미주부의장이 맡았다. 김 부의장은 먼저 “우리 민주평통 해외 자문위원들은 해당 국가에서 나름의 성공을 일궈내신 분들로, 각자의 역량을 쏟아 대한민국의 평화통일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결심한 분들”이라고 소개한 뒤 각 지역의 한인 동포사회를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통일의지를 알리고 통일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주류사회와 현실정치에서 영향력을 키워나가는 민주평통 해외 자문위원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덧붙여 교포 3, 4세대들에게 대한민국의 역사와 정체성을 교육하고 대한민국과 북한의 현실을 알려야 하는 기성세대의 책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현경대 수석부의장의 기조연설 ‘통일 대박-지구촌 평화·번영의 시작’은 ‘통일 대박’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현 수석부의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은 한반도 분단체제 극복이 최종 목표가 아니다. 남북 재통일(Re-Union)이 그 지향점도 아니다. 한반도를 뛰어넘는 원대한 구상, 즉 ‘새 통일(New Union)’의 대담한 구상이 담겨 있다”면서 “세계 육지의 40%를 차지하고 78개국이 속해 있으며 세계 인구의 71%가 살고 있는 거대한 유라시아를 ‘하나의 대륙’, ‘창조의 대륙’, ‘평화의 대륙’으로 만들자는 것이 유리시아 이니셔티브이며, 그 동쪽 출발점이 대한민국”이라고 말하자 박수가 쏟아졌다.
현 수석부의장은 또 2차 해외지역회의에 참가한 자문위원들을 향해 “유라시아 경제권은 서쪽으로 유럽연합(EU)과 러시아, 중국을 포함한 동북아를 포괄하며, 남쪽으로는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결합이 가능하고, 태평양 건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경제권까지 연결된다”면서 “한반도는 그 게이트웨이(Gate Way)이고, 이 자리에 계신 5개 대륙의 자문위원들은 바로 세계 최대 경제권의 대한민국 대표사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박찬봉 사무처장의 2014년도 주요 업무 현황 보고가 있었다. 박 사무처장은 그동안 진행해온 각종 회의 결과와 정책 건의 현황을 비롯해 국민 통일역량 결집, 국민 대통합과 북한이탈주민 지원, 통일 미래세대 육성 등의 활동을 보고한 뒤 국제사회의 지지 및 협력 기반 강화를 위해 열리는 해외 평화통일포럼(7월 30일 상하이, 10월 15일 베를린, 11월 워싱턴)과 하반기 해외 대북정책 강연회 일정을 발표했다. 또 해외동포 사회의 차세대 리더 육성 및 여성 자문위원의 통일 준비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해외 청년·여성위원 컨퍼런스, 청소년 통일 교육, 미국·호주·캐나다 등 7개국에서 개최되는 6·25 참전용사 초청 간담회와 해외동포 대상의 각종 통일 활동도 소개했다.
이후 통일안보 현장 시찰이 있는 마지막 날을 뺀 3일 동안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한반도 통일시대를 위한 방향과 과제’, 조태용 외교부 1차관의 ‘통일 환경 변화와 외교정책 방향’, 이정훈 인권대사의 ‘북한 인권 실상과 개선 방안’,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의 ‘소통과 예술’ 등의 강연과 지성호 ‘통일을 준비하는 청년단체 나우(NAUH)’ 대표의 ‘내가 겪은 북한’에 대한 증언 등 꽉 찬 일정이 진행됐다.
박근혜 대통령과 ‘통일대화’ 가져
해외지역회의 셋째 날 오후에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의장인 박근혜 대통령과의 ‘통일대화’가 진행됐다. 원래 청와대 정원인 녹지원에서 할 예정이었으나 기상 악화로 실내인 연무관으로 옮겨 열렸지만 박 대통령의 입장에서부터 연설, 환담까지 박수와 웃음이 그치지 않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사회는 16기에 처음 민주평통 활동을 시작한 박희란(38) 브라질협의회 자문위원이 맡았다. 28년 전 열 살 때 브라질로 이민을 간 박 위원은 조금도 어색하지 않은 한국어 실력으로 노련하게 행사를 이끌어 눈길을 끌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비정상과 적폐를 바로잡는 국가 개조를 추진해나가고 튼튼한 안보를 토대로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서 평화롭고 자유로운 한반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한반도 통일을 위해 해외 자문위원들이 ‘통일외교관’이라는 사명을 가지고 적극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화답하듯 자문위원 3명의 정책 제언이 있었다. 이숙진 호주협의회장은 “16기 호주협의회는 ‘공공외교’ 강화를 주요 활동 목표로 내걸고 북한 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호주 사회에 알리고, 이를 바탕으로 호주 연방의회가 북한 인권법 제정에 나설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마이클 커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장 초청 강연과 유엔 북한 인권 조사보고서를 영문과 한글로 출간하는 등 관련 활동에 대해 보고했다. 다음 차례로 발언에 나선 최병하 밴쿠버협의회 자문위원은 열 살 때 캐나다로 이민을 가서 현재 밴쿠버 경찰관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뒤 ‘차세대 육성’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차세대들은 모이는 것 자체가 쉽지 않고, 통일 문제에 대한 이해도 부족해 아무리 영어 실력이 뛰어나도 주류사회에 한반도 통일의 필요성을 전달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저희 협의회에서는 차세대들이 일단 자주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자 힘쓰고 있습니다.”
최 위원은 지난해 밴쿠버협의회가 주최한 체육대회에 이민 1.5~2세대와 유학생, 외국인까지 100여 명이 모여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하면서 그야말로 ‘다국적인 한반도 통일 기원 체육대회’를 열었다고 소개하고 “차세대들이 고국 체험을 통해 한국의 현대 역사를 배울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임미정 베트남협의회 자문위원은 “지난해 9월 대통령께서 베트남을 방문하신 후 베트남인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과 호감도가 매우 높아졌고 그만큼 한인 동포들의 자긍심도 높아졌다”고 감사 인사를 전한 뒤 베트남협의회는 한국과 베트남 양국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해 양국관계 발전의 가교 역할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실천 방법으로 우리 동포와 한국·베트남 가정이 참여하는 ‘3세대 한마음 잇기 및 충효의 장’ 행사, 자문위원 1명이 베트남 오지 학생 1명에게 민주평통 마크가 달린 자전거를 한 대씩 기증하는 행사 등을 소개했다.
공식 행사가 끝난 뒤 500여 명의 자문위원들은 안개비가 내리는 청와대 경내를 관람하며 대한민국 평화통일의 동반자로서 우의와 협력을 다짐했다. 3차 해외지역회의는 일본, 중국, 유럽, 중동, 아프리카 지역 14개 협의회의 자문위원 1054명을 대상으로 오는 9월 초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