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을 전하다│또 다른 시선

““2~30년 안에 
반드시 통일을 이루지 않으면 안된다”북한만화를 연구하는 자코

KBS 예능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에서 느릿하고 우아한 말투, 특유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화법으로 큰 인기를 모았던 이탈리아 출신의 방송인 크리스티나 콘팔로니에리(33, Cristina Confalonieri).
2007년 밀라노에서 성악가인 남편을 만나 ‘운명’처럼 사랑에 빠졌고, 한국으로 이주한 후 한 가정의 아내이자 며느리, 방송인, 홍보대사, 교수, 1일 시장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며 그야말로 ‘다이내믹’한 한국생활을 하고 있는 그에게 한국문화와 사람들, 그리고 통일에 대해 물어봤다.

“안녕하세요, 이탈리아에서 온 크리스티나에요”

크리스티나를 만나 가장 먼저 떠오른 말은 ‘팔방미인’이다. 대학원에서 국제법을 전공했으며,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EU본부와 주한 이탈리아 무역관에서 근무한 바 있는 크리스티나는 이탈리아어, 영어, 한국어, 불어 등 4개 국어에 능통한 재원이다. 또한 첫 눈에 반한 남편을 따라 덜컥 낯선 나라에 시집 와 시집살이를 자청할 만큼 행동파이기도 하다.'밀라노댁'의 한국 시집살이 노하우”

크리스티나 덕분에 ‘밀라노댁’ 크리스티나의 하루는 바쁘다. 아직 서툰 집안 살림이야 시어머니가 도와주시지만, 그래도 며느리로 신경 쓸 일이 적지는 않다.

“사실 아직 한국 집안일 잘 못해요. 그래서 시어머니가 많이 도와주시는데 그래도 며느리잖아요. 처음에는 가족문화를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조금씩 요령을 터득해 나가고 있어요.”
띠 동갑 시어머니와 친구처럼 지낸다는 크리스티나가 귀띔하는 시어머니와 잘 지내는 방법은 이해와 애교다.

“우린 서로 문화가 다르잖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어요. 하지만 우린 서로 다른 것이지, 틀린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조금 다른 부분에 대해서 이해하려고 노력했죠. 무엇보다 시어머니에게는 애교가 중요해요. 아, 그리고 선물도요.”

크리스티나가 말하는 선물은 비싸거나 거창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과 정성을 담은 선물이면 된다고. “생일날 이탈리아 요리로 생일상을 준비해 드리거나, 시장에서 양말 한 켤레를 사와도 좋아요. 어머니 생각나서 샀다고 커플 양말이니까 같이 신자고 말하면 기뻐해주세요.”

무엇이든 도와주는 우리동네 ‘센터장’

집안 일 외에도 카톨릭대학과 연세대에서 각각 국제법과 이태리 딕션(발음)을 강의하고, 각종 방송 일정을 소화하는 등 그야말로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바쁜 하루를 보낸다는 크리스티나가 지난 6년간 빼놓지 않은 일과는 바로 역삼동의 ‘글로벌빌리지센터’에 출근하는 일이다. 크리스티나가 센터장(6급 공무원 대우)으로 근무하고 있는 ‘글로벌빌리지센터’는 서울시에 거주하는 외국인 이주민들의 불편사항을 돕는 일을 주 업무로 한다.

“정말 아무거나(무엇이든) 다 도와주는 일이에요. 운전면허, 전기, 가스, 수도, 의료 등 평소에 생활하는데 필요한 것들이나 서류작성도 도와야 해요. 무엇보다 한국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한국말이나 한국 문화수업, 자원봉사도 함께 해요.

크리스티나 특히 지난 2010년부터 한 달에 한 번, 강남성모병원을 방문해 환자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같이 놀아주는 봉사활동은 참여한 이주민들 사이에서도 만족도가 높은 프로그램이다.

“한국에 왔으니까 사회에 들어가 익숙해져야 하잖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더 많이 알고 친해져야 하는데 봉사활동을 나가면 금세 친해질 수 있거든요. 병원에서는 외국인을 볼일이 없으니까 아이들은 마냥 신기해하고, 반가워해요. 이주민들은 아이들과 놀면서 한국말을 연습할 수 있고요. 그래서 앞으로는 보육원이나 시니어센터에서도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에요.”

‘틀리지 않아요. 다만 다를 뿐이에요

이주민들의 어려움을 대변하는 입장에서 크리스티나가 한국사람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글로벌마인드다. 서로 다르기에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다는 긍정적이고 열린 마음가짐으로 이주민들을 바라봐달라는 것. 또 하나는 현실적인 교육프로그램이다. 크리스티나“여성 이주민이 많기 때문에 교육을 가장 신경쓰는 것 같아요. 나라마다 교육방법도 다 다르니까요. 그런데 그 아이들은 결국 한국사회에서 살아갈 한국아이들이잖아요. 그러니까 한국문화에서 아이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엄마들의 교육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애들이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에 속할 수 있도록 집에서 도와줘야 하니까요.”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에는 분명히 어려움이 있다고 말한 크리스티나는 이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면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처럼 국제결혼을 한 이주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란다.

“전에 국제결혼 등으로 처음 한국에 정착하는 이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해피스타트'라는 프로그램에 일일 강사로 강의를 한 적 있는데요.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한국문화나 기초 생활정보 등을 얻을 수 있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 해요.”

뛰고 또 뛴, '1일 시민지상' 체험

크리스티나, 박원순 시장 센터장으로 일하며, 이주민들이 어떻게 하면 한국사회에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당연시 됐다는 크리스티나. 올 초, 외국인으로서는 최초로 ‘1일 시민시장’에 선정돼, 하루 동안 서울시장의 공식일정을 수행하는 경험을 하면서 더욱 책임감을 느끼게 됐단다.

“시장이 된다는 것은 신기하고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그런데 시장님은 진짜 바쁘시더라고요. 공식일정을 따라다니는데 너무 빨리 움직여서 하루 종일 종종 뛰어다녔어요. 그렇게 바쁘게 일하시는 거 보니까 나도 잘 해야지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힘 센 통일 한국, 궁금하지 않으세요?

한국에 오기전까지만 해도 이렇게까지 경제적으로 부강한 나라인줄 몰랐다는 크리스티나는 한국의 장점으로 ‘다이내믹’을 손꼽으며, 그렇기에 더욱 더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빨리 부자가 된 나라는 아마 전 세계적으로도 없을 거예요. 한국문화를 ‘빨리, 빨리’라고 하잖아요. 그것도 ‘다이내믹’한 거라고 생각해요. 에너지가 있어요. 그런 나라니까 통일이 된다면 진짜 대박일거라고 생각해요. 지금 유럽에서 독일은 힘이 엄청 세요. 아마 통일을 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남북한도 통일이 된다면 정말 힘이 세질 거예요.”
크리스티나 ‘유엔 세계평화의 날’ 홍보대사를 역임한 바 있는 크리스티나는 남북한의 통일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자신의 친부모님 역시 한국남자와 결혼을 선언했을 때 가장 먼저 전쟁을 걱정하실 정도니 통일이 된다면 세계적인 평화에도 기여하는 일이란 설명이다. 그리고 통일 후에는 북한이탈주민들도 도울 수 있다면 좋겠다고 덧붙인다.

한국문화, 북한이탈주민들도 함께 배우면 좋겠어요.

크리스티나“아직까지는 북한이탈주민을 만난 적은 없어요. 하지만 분명히 그 사람들도 한국사회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교육이 필요할 테니까. 우리 센터에서 진행하는 한국말이나 문화 수업도 도움이 되지 않겠어요?”

참고로 북한이탈주민을 포함해 이주민들에게 권하는 한국어를 빨리 습득하는 방법 하나는 한국드라마 시청과 K-POP 따라 부르기다. 문화와 언어를 같이 배울 수 있어서 추천한다.

‘다이내믹’한 한국에 살다보니 자신 역시 ‘다이내믹’한 사람이 됐다고 활짝 웃어 보이는 크리스티나의 계획은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미래를 알 수 없잖아요. 미래를 계획하기보다 오늘을 매일 매일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는 것이 제 계획이에요.”

<글. 권혜리 / 사진. 나병필 역삼글로벌빌리지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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