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을 말하다│포커스 ①

드레스덴 통일구상의 실천 방안 글. 유호열 교수(고려대 북한학과)

지난 3월 28일 박근혜 대통령은 독일을 국빈 방문 중에 구동독 지역이었던 드레스덴 시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체적인 대북 제안을 담은 드레스덴 통일구상을 발표하였다. 드레스덴 구상에서 박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통일을 가로막는 불신과 대결과 같은 장벽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착실하게 준비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남북 주민들이 서로 이해하고 함께 어울리고 협력할 수 있기 위해서는 교류협력이 일방적이고 일회성적 이벤트보다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첫째,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와의 협조와 연계망을 통해 북한의 영유아 및 산모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적극 동참하는 등 인도적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둘째, 북한의 농업, 농촌 생활을 근본적이고 본격적으로 개선, 개량하는 사업과 남·북·중, 남·북·러 등 국제 컨소시움을 통해 북한 경제의 토대를 건설하는 등 주민들의 민생인프라를 실질적으로 구축할 것을 제안하였다. 그리고 셋째, 남북 주민들간의 동질성 회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남북간 협력채널을 조속히 가동하자고 제안하면서 이들 각종 대북지원과 남북교류협력사업의 실질적 진전을 논의하기 위해 '남북교류협력사무소'의 설치 운영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북한은 국방위 대변인 성명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구상을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의 일환이라고 비난하면서 공식적으로 반대하였고 이를 전후하여 각종 매체를 통해 박 대통령에 대한 험악한 비난을 퍼부으며 그들의 적개심을 표출하였다. 아마도 북한은 남한으로부터 대규모 식량과 비료 등을 반대급부로 기대했거나 금강산 관광사업의 재개를 우선적으로 요구해 왔다는 점에서 실망했을 것이다. 최소한 김정은 시대 북한 당국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농업분야 지원과 북한내 특구개발 참여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이 제시되기를 내심 바랐을 텐데 여의치 않음을 알고 즉각적으로 반발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26일 오후(현지시간) 독일 통일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 문을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베를린 시장과 둘러보고 있다. 북한에서는 장성택 처형 이후 내부 통제와 결속을 강화하며 진행되어온 일련의 조직 및 간부 재정비 작업이 일단락되었으나 최근 2인자 지위에 있던 최룡해 군총정치국장의 좌천과 새로 총정치국장에 임명된 황병서 차수의 고속 승진 등 내부 정세는 여전히 유동적인 상황이다. 이같이 유동적인 한반도 정세에서 드레스덴 구상과 같은 새로운 대북정책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는 낙관적 희망에 근거하기 보다는 냉철한 현실 판단에 입각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동시에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북한의 내부 정세에 효과적이고 전략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드레스덴 구상의 목표와 실천 전략을 다변화 다층적으로 수립하고 상황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동태적으로 운영하여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물론 중장기적으로 우리의 통일 대전략 구상에 입각하여 한반도 정세를 주도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드레스덴 구상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박근혜 정부에서 제시되거나 추진되었던 각종 대북, 통일정책이 일원화되고 체계적으로 재정비되어야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정부의 공식 방안이나 접근책으로 부각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서울 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물론 드레스덴 통일구상 및 향후 통일준비방안까지도 체계적이고 유기적으로 정비하여야 정책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27일 오전(현지시간) 베를린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를 방문, 베를린 장벽과 그 위에 그려진 벽화를 감상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목표는 이번 드레스덴 구상에서도 언급되었듯이 ‘북핵 불용’과 ‘튼튼한 안보’에 기반하여 남북관계를 개선, 발전시켜 나감으로써 궁극적으로 평화통일을 달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드레스덴 구상을 제대로 무리없이 실천하려면 관련 정책의 우선 순위와 전략적 접근, 및 대내, 대외 및 대북관련 정책 수립과 추진 구조를 종합적으로 체계화하면서 진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그동안 답보상태에 빠져있던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하여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 발판을 마련하는데 힘써야한다. 한미동맹을 축으로 한미, 한미일 공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의장국인 중국과의 집중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외연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튼튼한 안보를 강조하면서 NLL 등 영토와 주권을 확고히 할 것을 명시한만큼 남북교류협력을 활성화하는 드레스덴 구상을 실천하기 위해서라도 이에 합당한 강력한 안보태세를 선행적으로 갖추어나가야 할 것이다. 북한은 국지적 도발과 비대칭적 저강도 도발은 지속할 것이므로 안보 분야에 있어서 분명한 대북 억지 시그널 유지하는 한편,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대해서는 최소한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가들이 방어적 목적의 연합훈련임을 확고히 인식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지속적으로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드레스덴 구상을 본격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 5.24조치를 전면 해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우나 향후 북한의 태도 여하에 따라 부분적으로 완화 또는 잠정적으로 유보하는 조치들에 대해서 검토해야 할 것이다. 다만, 5.24 조치의 일방적 해제는 또다시 북한의 "도발-대화-보상-도발"의 악순환을 반복하고 실질적인 남북관계 진전과 진정성있는 평화통일의 기반을 구축하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감안하여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26일(현지시간) 전쟁 당시 숨진 무명용사들을 추모하는 노이에 바헤(Neue wache)·전몰자 기념관을 방문, 추모비에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다. 드레스덴 구상에서 제기한 대북 인도적 지원과 민생지원 및 남북교류협력활성화는 남북관계의 단계별 개선 조치로서 의미있는 제안이나 이를 실천하기 위해 필요한 우리 내부 정책의 우선 순위에 따라 규모 및 방식 등 우선 순위를 재조정하여야 할 것이다. 유엔 등 국제기구가 개입하는 대북 인도적 지원의 장점인 분배투명성이나 신뢰성 확보를 적극 활용하는 동시에 직접 지원방식을 전술적으로 연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국군포로나 납북민간인 송환을 비롯해 이산가족상봉사업의 정례화 및 생사확인규모의 대폭 확대를 대북 인도적 지원 및 민생 지원과 적극 연계해 추진하는 것도 시급한 현실적 과제이다.

드레스덴 구상이 새로운 남북관계를 견인함에 있어 기존의 정부 중심에서 탈피하여 민관역할분담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우선 5.24조치의 틀 안에서 문호를 개방할 필요가 있다. 5.24조치의 보완이 이루어질 경우 남북교류협력사업의 정치적 효과 및 통일준비역량확충 등과의 역학관계를 면밀히 고려하여 적극적으로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수습하고 6.4 지방선거 이후에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의 긴장 완화 등 정치군사문제를 포함하여 드레스덴 구상의 구체적 이행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남북 고위급접촉 재개를 북측에 제의할 필요가 있다. 북측이 전향적으로 회담에 응할 경우 드레스덴 구상에서 제기된 의제를 보다 심층적이고 실질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장관급 또는 총리급 회담으로 순차적으로 격상하여 서울과 평양, 또는 제3의 장소에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본격적인 회담으로 발전시켜나가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사진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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