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을 말하다│포커스②

한·미정상회담과 평화의 촉진자로서의 한국 글. 박상현 선임연구원(한국국방연구원)

21세기 분단된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역사적 사명은 한반도에서 평화를 유지하고, 통일한국이라는 가슴 벅찬 미래를 준비하면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성장과 번영을 지속하는 것이다. 지난 달 25일과 26일 오바마 미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여 박근혜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은 한반도의 평화, 통일한국준비, 성장과 번영에 중요한 함의를 주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기간 동안, 두 정상은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거듭 확인하고, 한미연합사령부를 함께 방문하여 북한의 도발에 대해 동맹의 엄중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또한 두 정상은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일환인 드레스덴 통일 구상에 대한 공감을 나누었고, 한·미관계가 ‘더욱 포괄적이며 범세계적인 동반자 관계’로 발전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한·미동맹은 61년 동안 북한의 남침야욕을 억제하며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해온 역사상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성공적인 동맹이다. 한·미동맹의 성공에는 미국이 한국의 동맹국으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고, 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최적의 동맹이 되기 위해서는 3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 동맹국이 영토적 야심이 없어야 한다. 세계사에서 보면 영토적 야심을 가진 국가와 동맹을 맺음으로써 동맹국의 속국이 되거나 오히려 동맹국으로부터 침략을 당한 사례가 자주 있었다. 미국은 동북아에 위치하지 않은 국가로 동북아에 영토적 야심을 가지지 않아 한국의 동맹국으로 적합했다. 둘째, 동맹국이 되기 위해서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동맹국이 침략을 당할 때 이를 격퇴할 수 있도록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한다. 미국은 세계최대의 군사강국으로 대양을 가로질러 한반도에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국가다. 마지막으로 최적의 동맹이 되기 위해서는 동맹국 간에 국가이익이 일치해야 한다. 미국은 냉전시기에는 공산주의 확산을 막기 위해, 냉전 이후에는 중국의 성장으로 불균형이 발생한 동북아에서 균형을 통해 평화를 유지하고,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예방해야하는 이익관계를 지니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월 25일 오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미 동맹은 초기 한국이 미국의 호혜에 의존하던 비대칭적 동맹에서 한국의 국력 성장과 더불어 상호의존적인 대칭 동맹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이 과거 피보호국의 입장이었다면 이제는 미국의 동반자로서 성장한 것이다. 동맹의 진화는 새로운 위상과 역할을 동반한다. 최적의 조건을 가진 한·미 동맹은 초기 한국이 미국의 호혜에 의존하던 비대칭적 동맹에서 한국의 국력 성장과 더불어 상호의존적인 대칭 동맹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이 과거 피보호국의 입장이었다면 이제는 미국의 동반자로서 성장한 것이다. 동맹의 진화는 새로운 위상과 역할을 동반한다. 핵과 미사일 시험 등으로 도발을 지속하고 있는 북한의 전쟁 도발 억지를 우선하면서도 새로운 안보 도전과 위협에 대응하여 동맹의 범위를 확대하며 평화의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조정해 가야 한다.

최근 북한은 연속적인 미사일 시험과 해안포 발사 등의 무력 도발을 통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제는 4차 핵실험으로 위협하고 있다. 잦은 북한의 도발행위는 3대 세습으로 불안한 정치적 상황과 경제난으로 고통 받는 북한 주민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려는 상투적인 수법이다. 김정은 집권이 아직도 순탄하지 않다는 것은 장성택 처형과 잦은 2인자의 교체를 봐도 알 수 있다. 경제난으로 인한 주민들의 불만을 외면한 채 개혁과 개방을 거부하고 핵개발에 몰두해온 북한이 한계상황에 왔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 기간 동안 한·미 정상이 함께 1978년 창설된 한․미연합군사령부를 최초로 방문한 것은 위협과 협박으로 생존을 지속하고 있는 북한이 군사적으로 도발한다면 자멸하게 될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이번 방문을 계기로 한국은 동아시아에서 평화의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더욱 증대시켜 나가야 한다. 최근 동아시아 지역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동아시아는 미래의 패권국이 될 수 있는 중국이 있고,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이다. 미국은 ‘아시아로의 회귀’ 혹은 ‘재균형정책’을 통해 이 지역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고 있다. 아시아에 위치한 한국은 한·미동맹의 차원에서 그리고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촉진하는 국가로서 새로운 위상과 역할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일부에서는 한·미동맹과 한·중관계를 상호대립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이는 냉전시대에나 적합할 뿐 세계화와 상호의존이 진행된 탈냉전의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미국과 중국이 상호 경쟁하는 분야도 있다. 무한경쟁의 시대에 모든 국가가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이익 충돌은 당연하다. 대만문제와 일본의 재무장, 해양수송로, 사이버 분야와 관련된 일부 안보 분야에서 양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 분야에서는 양국이 놀라울 만큼 밀착되어 있다. 또한 양국의 갈등이 군사적 충돌로 발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오히려 양국의 이해 갈등은 군사력 보다는 대화와 협력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분쟁의 평화적 해결은 평화의 촉진자를 필요로 한다. 한국은 이 역할을 수행하기에 적합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평화의 촉진자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관련당사국 모두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한다. 한·미동맹과 한중협력이 동시에 심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뢰외교’는 한국이 미중간의 갈등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를 조정하고 조율하는 평화의 촉진자가 될 수 있는 조건을 강화시켜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26일 오전 서울 용산의 한미연합사령부를 방문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재확인된 “더욱 포괄적이며 범세계적인 동반자 관계”는 한·미동맹에서 한국의 새로운 위상과 역할 그리고 세계적 차원의 평화를 위해 무엇을 기여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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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중견국으로 성장한 한국은 국가 역량과 국가이익을 기반으로 새로운 도전과 위협에 미국과 효율적으로 협력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점에서 한·미 양국 정상이 한·미 관계를 포괄적이고 범세계적 동반자관계로 발전시키기로 확인한 것은 한국이 미국의 동반자로서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재확인된 ‘더욱 포괄적이며 범세계적인 동반자 관계’는 한·미동맹에서 한국의 새로운 위상과 역할 그리고 세계적 차원의 평화를 위해 무엇을 기여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의 지도국으로 위상을 가졌던 미국의 국력이 상대적으로 쇠퇴하고 있다. 미국은 상대적 쇠퇴로 인한 부족한 능력을 동맹국들과의 협력으로 보충하려 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분쟁이 지속되어 평화유지활동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고, 재해-재난으로 인한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도 증가하고 있다. 인류 문명을 위협하는 극단적 테러주의자들의 활동도 지속되고 있으며, 각 지역의 풍토병 혹은 신종 전염병도 주기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세계적인 중견국으로 성장한 한국은 국가 역량과 국가이익을 기반으로 새로운 도전과 위협에 미국과 효율적으로 협력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점에서 한·미 양국 정상이 한·미 관계를 포괄적이고 범세계적 동반자관계로 발전시키기로 확인한 것은 한국이 미국의 동반자로서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한·미동맹은 한반도에서 평화를 유지하고, 동아시아와 세계적 차원에서 한국이 평화의 촉진자로 역할 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향후 한·미동맹은 새로운 도전과 위협에 맞서 진화하고 발전해야 한다. 다양한 난제들이 상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미동맹에 대한 한·미 양국 국민들의 정서적 공감대를 생성하려는 노력이다. 왜냐하면 국민의 의사에 의해 통치되는 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는 국민들의 지지가 없이는 동맹의 생명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측면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방한 시에 대한제국 국새를 직접 반환하고 일본의 2차 대전 당시에 자행한 위안부 관련 만행을 “끔찍하고, 지독하고, 쇼킹하다”고 언급한 것은 양국 국민들의 정서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안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한·미동맹을 통한 한반도 평화 유지에 새로운 에너지를 공급했다. 한편, 이번 정상회담은 동아시아와 세계적 차원에서 평화를 위해 한국과 미국이 함께 노력해야 할 문제와 역할을 고민하게 한다. 한국은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중관계를 더욱 심화시켜 신뢰에 기반을 둔 평화의 촉진자가 되고, 세계적인 차원에서 인류 보편적 가치와 존엄을 위해 한국의 능력과 국가이익에 따라 어떻게 협력해 나갈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사진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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