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통일골든벨 전국 결선대회인 ‘KBS-1TV 도전! 역사·통일골든벨’ 녹화가 지난 7월 20일 서울중앙고등학교 체육관(종로구 계동 소재)에서 국내·외 지역대회 입상 학생 100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이번 대회를 위해 5월 22일부터 6월 26일까지 전국 17개 도시에서 본선 진출을 위한 치열한 예선전이 펼쳐졌으며, 448개 고등학교에서 총 26만여 명이 참가했다. 올해는 특히 유럽, 미국, 중국, 베트남 해외거주 학생 10명과 북한이탈청소년들도 참가했다.
대망의 골든벨의 첫 번째 문제는 동요 ‘우리의 소원’에 들어갈 가사를 맞추는 문제였다. ‘겨레’가 정답이었지만 의외로 강산, 형제, 동족, 패자부활전에서만나요 등의 오답이 있었다. 첫 번째 문제에서 무려 37명이 탈락해 50번 골든벨 문제까지 갈 수 있을 지 불안한 느낌을 주는 출발이었다.
녹화장 양쪽으로 배치된 관중석에서는 열띤 응원전이 벌어졌다. ‘나는 역사가 되고, 역사는 우리가 된다', '17년 기다린 오늘 울린다', '너의 종소리가 들려' '골든벨 을리으리', '골든벨 울려볼게 느낌 아니까' 등 다양한 응원 문구가 눈에 띄었다.
10번 문제까지 진행된 이후 갑자기 분위기가 술렁거렸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걸그룹 AOA가 입장한 것. AOA의 멤버는 ‘고등학생이라면 누구나 참여해보고 싶은 통일골든벨에 전 세계에서 26만 명과의 경쟁을 뚫고 온 100명을 응원한다’고 말한 뒤 문제를 출제했다.
부산 대연고 이승윤 학생의 ‘걸스데이춤’은 긴장된 학생들을 활짝 웃게 했다. 태연한 얼굴로 ‘아무 춤이나 다 출 수 있고, 춤을 잘추려면 타고 나야된다’고 말하던 승윤이는 놀라운 댄스 실력을 선보였다. 즉석에서 AOA 노래의 안무를 요청받고도 훌륭하게 소화해 AOA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생각보다 빨리 패자부활전이 시작됐다. ‘큰집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둥글납작한 난쟁이 옷을 입은 남학생이 제한 시간 1분 30초 동안 풍선을 옮기면 두 여학생이 터떠리는 게임으로, 풍선 개수에 따라 부활할 학생들의 숫자가 결정되는 게임이었다. 껑충껑충 뛰면서 열심히 풍선을 나르는 남학생들, 몸을 사리지 않은(?) 여학생들의 노력에 힘입어 전원이 부활할 수 있었다.
미국 휴스턴에서 온 오혜빈 학생은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2년 단위로 여러나라를 돌아다녔지만 한국 역사를 배울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통일골든벨 예선전을 준비하면서 공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 시애틀에서 유니스정은 DMZ를 가보고 한반도 통일의 필요성을 깊이 느끼게 됐다며 분단된 현실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또한 경기 부천고 정용헌 학생이 아버지와 함께 출연해 ‘의리의 포옹’을 했고, 광주 숭일고 김예린 학생이 대금으로 아리랑을 연주하기도 했다.
패자부활전에서 부활해 다시 대회가 진행된지 1시간여, 28번 문제로 우리나라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 해의 숫자를 더하는 문제가 출제됐다. 총 6명의 학생이 탈락했는데 탈락자에 포함된 목포 예인여고 박희란 학생이 할 말이 있다며 손을 번쩍 들었다. 희란이는 교장선생님께 “저 여기까지 살아남았는데요. 전교생, 고3친구들에게 치킨 쏴주셨으면 좋겠다”며 ‘거절할 수 없는(?)’ 깜짝 부탁을 했다.
이어 34번 고려 의학지식 서적인 ‘향약구급방’을 묻는 질문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았던 베트남 호치민의 이용성 학생이 고배를 마셨다. 대신 베트남에서 온 친구들의 영상편지가 상영됐고 용성이는 ‘너희들이 내 친구인게 자랑스러워 고마워’라며 아쉬움을 달랬다.
6명만이 남은 상황, 최후의 2인은 의외로 쉽게 결정됐다. 41번 문제 ‘그날이오면’ 시의 작자를 묻는 질문에서 4명이 한용운을, 2명이 심훈을 써냈다. ‘26만분의 1의 사나이’가 되겠다는 청주운호고 2학년 진희성 학생과 ‘10년동안 봐온 골든벨 이제는 내가 울린다’고 말한 군포 수리고 3학년 오소연 학생이었다.
하지만 최후의 1인 역시 43번에서 일찍 판가름이 났다. 일제강점기 자신의 전 재산을 팔아 문화재를 지켜낸 사람, 즉 간송 전형필이 정답인 문제에서 진희성 학생이 탈락한 것. 하지만 희성이는 44번 ‘글로벌코리아 문제’를 오소연 학생이 맞추면서 해외문화체험의 기회를 갖게 됐다(오소연 학생은 3주간 하와이 어학연수).
46번 문제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인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명지대 교수)이 출제했다. 유 교수는 “역사는 문화유산과 함께 기억될 때 명확한 이미지를 갖는다”며 “역사에 대한 꿈을 키우는 친구들은 역사를 문화유산과 함께 하는 공부 방법을 개발해보라”고 조언했다. ‘천상열차 분야지도’가 정답인 문제를 오소연 학생은 위풍당당하게 맞췄다. 난이도가 꽤 있는 문제였는데도 오소연 학생은 48번까지 내리 문제를 맞췄고 49번 문제에서는 친구들의 힌트 찬스를 써서 마침내 대망의 골든벨에 도전하게 됐다.
마지막 문제에 이르러 민주평통 현경대 수석부의장이 문제를 출제하기 위해 단상에 섰다. 마지막 문제에 이르러 민주평통 현경대 수석부의장이 문제를 출제하기 위해 단상에 섰다. 문제는 우리나라 최초의 세계지리 교과서로 평가받는 책이자, 구한말 미국인 선교사 헐버트가 세계 여러 나라의 지리지식과 문화 등을 간추려 한글로 적은 책의 이름을 묻는 문제였다. 정답은 사민필지였으나 오소연 학생은 ‘즐거웠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적어냈다. 이날 비록 오소연 학생이 마지막 문제의 정답을 맞추진 못했지만 현경대 수석부의장은 “여러분 모두에게는 앞으로도 언제든 무한도전할 기회가 주어져 있다”고 말한뒤, ‘즐거웠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써낸 오소연 학생의 답이 정답이라며 격려해주었다.
행정공무원이 꿈이라는 오소연 학생은 수상소감에서 역사·통일에 관심이 많은 학생답게 첫 월급을 받으면 ‘자치통감’ 전권을 사고 싶다며 “역사교육이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면 친구들도 흥미를 가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참석한 부경고 임소민 학생은 “우리나라가 분단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일제시대를 지나면서 역사관이 한쪽으로 많이 치우친 것 같다”며 “통일이 되면 역사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선전을 지켜보던 남양고 박세희 선생님은 “생각보다 어려운 문제들이 출제된 것 같지만 통일관련 내용이 많았기 때문에 학생들의 통일, 역사의식을 많이 함양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