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슬비가 내리던 8월 중순 경기도의 한 청소년수련장에 힘찬 ‘화이팅’ 구호가 울려퍼졌다. 민주평통 통일맞이 하나-다섯운동의 어깨동무하기 방학캠프가 열린 것. 멘토 멘티간 서먹서먹한 시간도 잠시, 이날 캠프에서 탈북청소년 멘티들은 민주평통 멘토 자문위원들과 함께 4륜바이크 등 야외체험활동을 즐기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민주평통 경기지역회의는 지난 8월 13일(수) 한울유스센터(경기도 화성시 소재)에서 경기지역 멘토 자문위원, 멘티, 멘티 가족 등 54명이 참석한 가운데 어깨동무하기 멘토-멘티 방학캠프를 개최했다. 어깨동무하기 멘토-멘티 방학캠프는 민주평통 각 지역회의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공동 멘토링 활동으로, 멘토-멘티간 소통은 물론 다른 팀과 멘토링활동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멘토-멘티들은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마친 뒤, 멘토-멘티 팀별로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4륜바이크, 스카이라인, 챌린지 등 체험하는 활동시간을 가졌으며, 오후에는 팀별 자유 시간을 통해 함께 통일부채를 만들며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을 보냈다.
행사를 주관한 박해진 경기부의장은 인사말에서 “북한이탈주민들이 잘 정착해 좋은 교육을 받고 성공하는 것이 통일을 위한 길”이라며 “오늘 캠프를 통해 아이들이 남한적응의 어려운 점, 학교생활 등을 솔직하게 터 넣고 이야기 하면서 얻는 것, 느끼는 것이 많은 행사가 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또한 멘토 자문위원들에게는 “각자 멘토링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함께 모여 다른 멘토들의 이야기도 듣고 서로 정보도 교환함으로써 상승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탈북 청소년들이 중심이 되어 통일을 이룰 수 있다는 자부심, 남한 사회는 노력만 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오전에 진행된 야외활동에서는 먼저 2개 조로 나눠서 로프체험(챌린지)과 4륜 바이크체험을 동시에 진행했다. 아찔한 높이에서 로프를 타고 총 3개의 구간을 건너갔다 오는 로프체험은 참가 학생들의 심신을 단련하고 팀워크를 증진하는 아웃도어 모험활동이다.
멘토와 멘티가 함께 로프 줄을 의지해 건너기 시작하자 발 밑에서는 ‘잘한다, 잘한다’ 등 칭찬의 응원이 계속 들려왔다. 정현(가명)이와 상훈(가명)이는 어느새 로프에 적응해 줄을 마구 흔들어댔는데, 개구쟁이들이 줄을 흔들 때 곤란한 건 멘토선생님들이다. 심한 진동을 느낀 멘토들은 줄 위에서 한걸음 한걸음 조심스럽게 나아가는 다른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장난을 말리기도 했다.
챌린지를 마치고 4륜바이크로 향하는 길. 고 3인 충선(가명)이는 전혀 무섭지 않았다며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고 중학생인 동생 효선(가명)이는 “재미있었다”고 말하며 해맑게 웃었다. 북한에 있을 때 영양공급이 원활치 않아 현재 건강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경일(가명)이는 로프체험도 멋지게 해냈지만 바이크 체험을 훨씬 재미있어 했다. 초등학교 저학년인 명이(가명)도 예쁜 원피스에 샌들을 신고 왔지만, 어떤 언니오빠보다 더 야무지게 체험에 참가했다. 선생님과 함께 와서 재미있었다는 말도 전해 왔다.
오후 순서가 시작되기 전 식사시간을 기다리며 박해진 부의장은 옆자리에 앉은 주성(가명)이와 대화를 나눴다. 주성(가명)이는 외할머니와 삼촌, 부모님과 남한에 왔다. 박해진 부의장은 주성(가명)이를 따라 캠프에 참가한 남한의 ‘절친(친한 친구)’ 찬희에게 주명이와 친하게 지내면서 학교생활도 많이 도와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3학년인 유민(가명)이는 멘토자문위원과 부채를 만들면서“대학교에 가서 또 돈을 내고 공부하는 것보다는 취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엘리제 멘토와 이규림 멘토는 “유민이 생각을 존중하지만 그래도 대학을 가서 전문분야를 공부해야 진로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고 유민이는 “대학에 갈거면 웅진세무대에 가고싶다”고 말했다.
6년 전에 북한의 청진에서 남한으로 온 손민(가명) 학생은 “친구들이 많이 다가와 줘서 지금은 잘 적응해가고 있고 영어 수학 빼고 학업을 따라가는 데 별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민이의 꿈은 외교관과 청진시 시장 2개다. 특히 외교관이 되어 중국을 통해 넘어오는 북한 사람들을 도와 공안에 잡히지 않고 무사히 한국으로 올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멘토링 참여 소감발표가 진행됐다. 정현(가명)이의 멘토인 최만순 자문위원은 “정현이가 처음에는 고개도 잘 못 들었는데 세 번째 만나는 오늘은 지나치리만큼 장난도 많이 친다”며 “가만히 있는 것보다 활기 넘치는 친구가 좋고 앞으로 자주 만나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정현이는 오늘 활동이 모두 재미있었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또한 김성(가명)학생이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라며 소감을 말하자 이 학생의 멘토인 김인배 자문위원은 “성이가 몸짱 대회에 나가기 위해 몸을 만들고 있다”며 다른 멘토들에게 철이 학생의 ‘훌륭한 바디’를 자랑했다. 다른 멘토들도 ‘잘생겼어요’라며 호응하며 성이가 선택한 길을 응원해주었다.
어깨동무하기 멘토링이 본격적으로 실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학생들이 대부분 어리고, 멘토-멘티간 서로 만난 횟수도 많지 않아 아직까지는 멘토-멘티간 대화가 부자연스러운 팀도 있었다. 방학 때 주로 무얼하고 지냈는지, 좋아하는 가수는 누군지, 꿈은 무엇인지 등 탐색단계의 멘토링 위주였지만, 이번 캠프에서 학생들은 스스로 질문도 하고 자주 웃거나 속내를 이야기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이번 캠프를 계기로 민주평통의 어깨동무하기 멘토링이 앞으로 더욱 활발하고 꾸준히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