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3~4일 시진핑 주석이 한국을 방문한다. 그러나 한·중정상회담을 앞둔 한반도의 주변환경은 복잡하기만 하다. 미·중관계는 경쟁과 협력을 병행하면서 경쟁 쪽으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 센카쿠·조어도(다오위다오)사건으로 시작된 중·일 갈등관계는 이제 군사적 갈등으로 발전할 가능성까지도 내포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도 계속되는 아베정권의 우경화 행보로 서로 간의 반목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일본은 미국과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동맹관계를 구축하는 반면, 북한과는 스톡홀름 합의를 통하여 일본 납북자 실태조사와 일본의 독자적인 대북제재 해제를 맞바꾸고 있다. 이러한 복잡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우선 한·중관계의 상황적 조건은 그다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2013년 초 한국과 중국에서 모두 신 정부가 출범하면서 한·중 양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친밀한 관계를 구축해 오고 있다. 게다가 때마침 아베정부가 우경화 작업을 본격화하면서 주변국과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가운데 미국과의 동맹만을 강화하자, 한반도 주변의 안보상황은 ‘미·일 對 한·중’으로 양분되는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이용하여 중국은 한국에 대한 ‘매력공세(charm offensive)’를 강화하고 있다. 물론 중국이 제시하는 한·중간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반일본이다. 중국은 한국과 중국이 모두 일본침략의 피해국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국과 공동으로 일본포위외교를 시도하고자 한다. 그 예로 중국은 2014년 1월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역 구내에 조선의 독립운동가 안중근을 기리는 기념관을 개관하였다. 이는 2013년 6월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방문 당시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안중근 의사의 거사를 기억하기 위하여 기념비를 세워줬으면 한다는 요청에 대한 화답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우리는 중국정부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우리의 아주 자그마한 요청에 중국이 너무나 과도하게 대응하는 것은 아닌지 부담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의 매력공세는 우리에게 기회이자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선 도전적인 요인을 보면 한·중관계가 밀착됨에 따라 우리는 한·미동맹과 한·중동반자관계를 동시적으로 관리하는 데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우리는 지난 60년간 유지해온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안보를 확고히 하고 있으며, 세계경제의 견인차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과의 동반자관계를 통하여 경제적 번영을 추구하고 있다. 물론 한·미동맹과 한·중동반자관계는 근본적으로 제로섬의 관계라고 볼 수 없으며, 우리는 안보와 경제적 이익이라는 국익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하여 그동안 이 두 관계를 적절히 관리하면서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왔다. 그러나 중국의 매력공세는 우리의 안보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물론 현재 중국이 한·미동맹에 대하여 도전을 하거나 한·미동맹을 변화시키려는 시도를 하지는 않고 있지만, 중국의 매력공세가 한일관계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한·미·일 3국협력의 기반을 흔드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은 결국 우리 안보에 대한 한·미동맹의 의미를 재고해보고 향후 한·미관계와 한·중관계를 어떻게 관리해 나가야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숙제를 부여하고 있다.
반면, 중국의 태도는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우리는 이번 기회에 한·중협력을 통한 북한문제 해결이라는 새로운 구도를 만들어 볼 수 있다. 사실 2013년 초 북한의 3차 핵 실험 이후 중국과 북한의 쌍무관계에서 과거와 같은 친밀도나 협력성이 사라지고 있으며, 특히 김정은이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른 지 2년이 넘은 상황에서도 북중지도자간의 정상회담이 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양국관계가 순탄치 못하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북한은 이러한 중국과의 불편한 관계를 상쇄하고 경제적 탈출구를 확보하기 위하여 최근 일본과 스톡홀름 합의를 이루었으며, 이 같은 북한의 행동은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강화에 더욱 적극으로 나서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이번 시진핑 주석의 방한은 중국의 대외전략구도에서 한국의 가치가 대폭 상승된 상황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따라서 이 기회에 우리는 북한문제 해결을 위한 한·중간의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 물론 중국의 북한에 대한 태도변화가 중국 대북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다만 북한의 행동교정을 위한 잠정적인 압박에 머무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긴 하지만 북한문제를 놓고 한국과 중국이 협력하는 구도를 만들어가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발전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중국을 상대로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하는 요건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우선 북한의 4차 핵 실험을 방지하는 것이다. 북한은 당면 문제들을 완화하고 국제사회로부터 지원을 얻는 방안으로 4차 핵 실험을 고려하고 있다. 중국과 한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하여 북한의 4차 핵 실험에 반대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북한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 실험을 강행할 때에 대비한 사후 조치도 논의해야 한다. 둘째, 한반도의 비핵화 지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한다. 물론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것이 북한의 비핵화를 포함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능하다면 북한의 비핵화를 의미하는 언급을 합의문에 넣는다면 이번 정상회담은 우리 외교사에 성공적인 사건으로 비춰질 수 있다. 셋째로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의 진일보된 지지를 얻어내는 것을 시도해 보아야 한다. 중국은 한반도의 자주적·평화적 통일을 지지한다고 얘기해 오고 있다. 물론 우리도 자주적·평화적 통일을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당연한 것을 지지하는 수준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중국이 한국에 의한 통일을 지지한다는 좀 더 진일보된 언급을 얻어내는 노력이 시작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항상 한반도의 통일이 멀리 있는 듯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통일은 갑자기 우리 앞에 갑자기 다가올 가능성은 있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준비하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사진제공 : 청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