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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서 돈을 찾으니 별세상 같아요”
부활하고 있는 북한 은행
▲ 평양에 있는 북한 은행의 외화교환
최근 평안북도 삭주군에 있는 최모 주민은 양강도 혜산시에서 군(軍)복무를 하고 있는 아들로부터 돈을 받았다. 제대를 앞두고 산골군에서 농사를 짓고 계시는 부모님을 위해 보낸 돈이라 은행 창구에서 돈을 찾는 최모 씨 부부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날 줄 모른다.
5년 전부터 시작된 북한 주민 은행거래
은행창구에서 돈을 찾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한국 주민들은 “은행에서 돈을 찾으니 별세상 같다”는 북한 주민의 말이 선 듯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최근 한국에서는 카카오뱅크가 출범하며 금융계를 더욱 확장시키고 있는 모습에 비하면 북한 주민들의 은행 창구에서 송금된 돈을 찾는 모습은 한국의 수십 년 전 모습이라고 하겠지만 북한 주민들에게는 마냥 신기할 뿐이다. 은행에서 자유롭게 돈 거래를 할 수 있게 된 것이 30여 년만의 일이기 때문이다.
▲ 평양정보센터에서 개발한 ‘전자결제카드’와 ‘출입카드’
또 다른 북한 주민이 전한 소식에 따르면 최근 은행을 통해서 개인 간 돈거래도 비교적 많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단 시간 동안에 상대에게 현금이 전달될 수 있는 것과 인편으로 보낼 경우 만약에 있게 되는 분실사고 등을 겪지 않아도 되는 여러 조건들 때문이라고 한다.
평안북도 주민은 “다른 사람들은 5년 전부터 카드로 다른 곳에 돈을 보내기도 했다고 하는데 (나는)처음에 그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면서 “국가기관에서 거짓말을 하면 어디다 하소연할 데도 없기 때문에 돈을 은행에 넣었다가 찾지 못할까 은행을 이용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부분 장사꾼들과 다른 주민들도 은행창구를 이용하여 돈을 송금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주민들도 자기만의 계좌를 가지고 있을까?
돈을 보내는 주민과 받는 주민은 별도의 계좌 개설이 없이 은행에서 각각 전산카드를 구매한 후 서로 전산카드에 있는 돈 자리번호를 교환하면서 확인하고 돈을 찾는다. 한국의 은행들에서 여러 조건으로 이자 몇 %라는 대출금을 주는 식의 대출이 있지만 북한에서는 일반 주민을 위한 대출은 없다. 그러면 조선중앙은행은 주민들의 송금 수수료를 어떤 식으로 받아내고 있을까?
▲ 북한 단천은행 지부사무실이 있는 주베트남 북한대사관
각 은행들에서는 주민들이 상대 주민에게 보내는 송금에 대한 수수료를 전산카드를 통해 받아낸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현재 북한 대부분 지역들의 은행들에서 판매되고 있는 전산카드의 가격은 한 장 당 1만원이라고 한다. 송금을 자주 하지 못하는 주민이 어쩌다 1년에 한 번 송금을 해도 만 원짜리 전산카드를 사야하고 송금횟수가 잦은 장사꾼들도 역시 1만 원짜리 전산카드를 구입해야 한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여러 정황들을 종합해보면 최근 몇 년 간 북한의 은행은 몰라보게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명무실한 국가기관이라는 이미지에서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서서히 주민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 스스로 돈 거래 시장을 형성하다
사실 북한에도 평양과 각 지역들에 중앙은행 지역 지점들이 존재하고 있지만 90년대 중반 대아사 시기를 거치면서 유명무실한 존재로 되어 버린 기관 중의 대표적인 것이 은행이었다. 국가 경제도 마비상태가 되면서 개인들이 은행에 맡긴 돈을 줄 수가 없었지만 최근에는 은행의 초보 기능이 복귀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민들에게는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 북한 은행과 모든 화폐 거래의 중단을 요구하는 중국의 캠페인
하지만 이런 것은 돈이 있는 주민들에게나 기쁜 일이고, 북한 경제가 조금씩 성장기미를 보이고 있는 반면에 가진 것이 없어 남의 이자 돈으로 생계를 이어가지 않으면 안 되는 계층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이 시기 전국범위에서 이런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주민들 스스로가 돈거래시장을 형성했는데, 오늘날의 이자 돈 장사꾼들이 개인은행 창구 역할을 자발적으로 맡아 나선 것이다.
1990년대 중후반 국가계획경제로 인해 노동에 대한 보수가 무용지물로 된 상태에서 사경제에 발을 잠그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의 주민들은 고리대금 이자 돈 거래를 시작했다. 이런 돈 거래는 날이 갈수록 범위가 넓어지면서 지역별로 외화도 바꿔주는 개인 외환시장도 생겨나게 됐다.
현재 북한 내부에서 거래되는 북한 원화와 외환의 환율은 1달러 당 평양 8,100원, 신의주는 8,090원, 혜산 8,080원이고, 1위안 당 평양 1,200원, 신의주 1,170원, 혜산은 1,1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북한 사경제 내 주민들이 환율변동을 통해 보는 이익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
북한 돈 장사꾼들의 등장과 이윤 창출
이런 돈 장사꾼들은 바꿈 돈(원화 대 외환 바꿈)으로 1일 이윤을 창출하는 장사꾼들이 있는 반면 이자 돈으로 월 이윤을 기대하는 장사꾼, 그리고 봄날에 하나를 주고 가을에 두 개를 받아들이는 고리대금 장사로 부류도 다양해졌다. 북한의 고리대금 장사는 도시보다도 농촌 지역에서 성행하고 있으며 주로 곡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농촌에서는 고리대금가 성행한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 북한 주민들의 말이다.
이자 돈은 장마당 장사꾼들 속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고 담보로 매대나 상품을 걸고 이자를 내주기도 한다는 것. 이자 돈 장사꾼이나 고리대금 장사꾼은 원금이 얼마인가에 따라 이익을 추정할 정도이지만 꾸어준 돈을 받기 위해 고도의 신경전과 폭력행위도 행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반대로 바꿈 돈 장사꾼은 환율변화에 따라 돈을 벌수도 있고 못 벌수도 있어서 이윤에 대한 정확한 추산을 할 수 없지만 자본금에 대한 안전성은 보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바꿈 돈 장사꾼과 이자 돈 장사꾼, 그리고 고리대금 장사꾼 모두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현재 양강도 혜산시의 대부분 지역들에서 이자는 월 12%, 8%, 5%로 돈주에 따라 이자율도 각양각색이다. 현재 이자율은 2015년 7%, 5%, 3%보다 조금 높은 가격에 책정되고 있는데, 이는 최근 이자 돈을 사용하려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위한 금융정책과 관련한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서 주민들의 사채업자를 통한 거래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사진자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