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이슈 | 포커스②

10.4 선언과 평화 만들기

박 종 철(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21일 첫 을지국무회의 및 제37회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안보태세를 점검했다

10.4 정상선언이 채택된 지 10주년이 되었다. 10.4 선언은 6.15 공동선언의 기조를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평화협력의 기초를 놓기 위한 구체적 정책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보수정부의 등장과 핵문제 악화 등으로 인해 10.4 선언은 첫 걸음을 떼기도 전에 잊혀진 존재가 되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한반도정세는 그때보다 더욱 긴박해졌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가 임계점을 향해 치닫고 있으며, 대북 예방타격론 등 한반도위기설도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다.

10.4선언은 평화의 가치를 부각시키고 평화지키기(peace keeping), 평화만들기(peace making)를 위한 대화 제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통일정책은 10.4선언의 평화담론과 기본 방향을 계승하고 있다. 따라서 10.4선언이 내포한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 통일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이를 변화된 한반도 정세에 맞게 업그레이드하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있는 지금 평화의 의미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6.25후 우리가 이룩한 산업화와 민주화, 국가위상의 격상은 전쟁이 재발하지 않고 불안정한 평화가 유지됨으로써 가능하였다. 일상생활에서 누릴 수 있는 개인의 소소한 행복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이 한반도의 현실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방지하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야 말로 최우선적인 국가목표이다.

문재인 대통령 10.4선언의 기본 취지는 우선 평화 정착과 남북관계 발전을 추진하고 이를 통해 통일을 지향하는 것이다. 통일이 궁극적 목표이지만 통일에 이르는 과정은 예측하기 어렵고 불확실하다. 또한 평화 정착과 공존을 거치지 않은 통일은 혼란과 부작용을 초래한다. 따라서 통일을 지향하되 우선 평화를 정착시키고 남북관계를 발전시킴으로써 통일의 장정으로 나아가기 위한 여건을 만드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통일정책은 평화를 우선시하고 평화정착과 남북협력을 통해 통일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10.4 선언의 기조와 맞 닿아있다.

비핵화와 함께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시킴으로써
항구적 평화를 만들어야 한다.

10.4 선언은 평화공존을 이루기 위한 첫 걸음으로 남북한이 사상과 제도의 차이를 초월하여 상호존중과 신뢰에 입각한 남북관계를 발전시킬 것을 명시하였다. 이러한 점은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 및 8.15 경축사에서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으며, 어떤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진하지 않을 것이며, 인위적인 통일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3불 원칙으로 천명되었다. 남북한의 상호 체제인정과 공존의 원칙을 토대로 평화정착과 남북관계 정상화의 구체적 경로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10.4선언은 평화지키기와 관련하여 군사적 긴장완화, 전쟁반대, 불가침을 명시하고 특히 서해를 평화수역으로 만들기 위한 군사회담을 제안하였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핵·미사일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함께 재래식 군사력에 의한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를 실시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베를린구상에서 군사적 긴장 고조행위 중단을 위한 군사회담을 제안하였다.

다방면의 교류·협력은 군사적 대립을 허물고
공존의 씨앗을 뿌릴 것이다.

평화만들기는 군사 분야에서 평화체제전환과 함께 경제·사회문화 분야의 교류·협력에 의해 다층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비핵화와 함께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시킴으로써 항구적 평화를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 논의가 구체화되면 10.4 선언에서 제시된 한반도 종전선언도 검토 대상이 될 것이다.

한편, 평화가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다면적인 교류·협력을 통해 공통으로 이익이 되는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교류·협력에 의해 사람, 물자, 생각이 교환됨으로써 이해와 신뢰가 형성되고 평화여건이 조성된다. 다방면의 교류·협력은 군사적 대립을 조금씩 허물고 공존의 씨앗을 뿌릴 것이다. 이 씨앗이 자라서 숲을 이루게 되면 분쟁이 방지되고 그 자리에 평화가 자리 잡을 것이다.

평화만들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으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더욱이 북핵문제로 인해 남북관계의 전망이 어두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10.4 선언에서 제시된 평화의 이상을 가슴에 간직하고 차가운 머리로 평화만들기를 위한 실천적 방안들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사진자료: 청와대, 연합뉴스>

※ 웹진 <e-행복한통일>에 게재된 내용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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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발행 : 2017-09-11 / 제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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