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호 > 먼저 온 통일

먼저 온 통일 / 황철주 민주평통 취업지원단장

황철주 민주평통 취업지원단장
“일자리가 아니라 교감이 먼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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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평통의 ‘통일맞이 하나~다섯 운동’은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을 통해 통일 기반을 구축하는 데 목표를 두고 멘토링, 법률 자문 지원, 의료 봉사, 장학 지원, 취업 지원 등 5대 중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올해 취업지원단장직을 맡은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로부터 그가 기획한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올바른 취업 지원 시스템’에 대해 들었다.

2014년 6월 말 기준으로 남한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은 2만6854명. 그 가운데 한창 일할 나이인 20~40대가 73.1%를 차지한다. 그러나 남북하나재단이 2013년 북한이탈주민 23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제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실업률은 9.7%에 달했고, 고용률은 51.4%에 그쳤다. 취업을 했다 해도 단순노무 종사자가 28.2%, 서비스 종사자가 21.4%였으며, 월평균 소득은 141만 원으로 남한 전체의 절반 수준이었고, 이들의 평균 재직기간이 19개월(남한 전체 67개월)에 불과해 여전히 남한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민주평통 16기 직능 운영위원으로 올해 북한이탈주민 취업지원단장직을 맡은 황철주(55) 주성엔지니어링 대표는 “사람에게 먹고사는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게 있느냐”며 말문을 열었다.

“남한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이 2만6000명가량 되는데 이들의 취업 문제가 심각하다는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북한이탈주민 수와 우리나라 벤처기업 수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떠오르는 거예요. 벤처기업 1사가 1명씩 채용하는 캠페인을 해보자고 제안한 게 취업 지원의 시작이죠.”

그러나 곧 취업 알선이 지원의 전부가 아님을 깨달았다. 북한이탈주민들은 일이 너무 힘들다거나 임금이 적다는 이유로 어렵게 얻은 직장을 쉽게 그만두었고, 고용한 쪽도 그들이 업무 능력이 떨어지고 성실하지 않다는 이유로 불신했다. 이렇게 쌓인 갈등이 어느새 적대감으로 바뀌기도 했다.

관심과 사랑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 교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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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황철주 대표가 정리된 명함들을 보여주었다. 그는 그동안 쌓은 인적 네트워크를 가동해 북한이탈주민들의 취업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북한을 떠나 남한으로 오는 이유가 뭡니까. 북한에서는 살기가 너무 힘드니까 여기 오면 쉽게 돈 벌어 편히 살 줄 알았던 거죠. 그러나 막상 지내보니 기대와 달라요. 일은 더 많이 해야 하고, 경쟁은 치열하고, 대우는 박하다고 느끼죠. 사실 이들은 북한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에 정상인과 같다고 보면 안 됩니다. 보통 사람이 4시간 일해도 거뜬하다면 이들은 한두 시간만 일하고도 힘에 부칠 수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북한이탈주민들의 상태에는 관심을 갖지 않고, 일자리를 줬으니 고마워하라며 일방적으로 우리의 요구에 맞추라고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해요.”

황 대표는 북한이탈주민과의 관계에서 필요한 것은 ‘소통’이 아니라 ‘교감’이라고 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소통이 서로의 눈높이가 같다는 것을 전제로 어떤 기대를 갖고 하는 커뮤니케이션이라면, 교감은 관심과 사랑을 바탕으로 한 조건 없는 커뮤니케이션이다.

“백일도 안 된 아기가 울면 엄마는 배가 고파서 우는지 기저귀를 갈아달라고 우는지 금방 알아채잖아요. 말로 하지 않아도 아는 것, 그게 교감이죠. 북한이탈주민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그들 스스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만들어야 해요.”

또 당장 몇 명을 고용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한 사람을 고용하더라도 ‘올바른 시스템’을 통해 고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올바른 시스템’이란, 북한이탈주민과 기업이 서로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가진 뒤 취업을 할지, 고용을 할지 각자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취업을 희망하는 북한이탈주민이 벤처기업 네댓 곳을 순회하며 3~6개월간 인턴십을 한 뒤 자신에게 맞는 곳을 선택하도록 하면 한국 기업에 대한 오해(일을 너무 많이 시킨다, 권위적이다 등등)도 사라질 것이다.

황 대표가 경영하는 주성엔지니어링에도 올봄 북한이탈주민 신입사원이 들어왔다. 청소년 시절 북한을 떠나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했지만 그에게도 여전히 ‘적응기’가 필요했다.

“인사 담당 이사에게 당장 이익을 따지지 말고 그 사원이 충분히 적응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라고 했어요. 하루 4시간만 일해도 괜찮다, 오전만 일하게 하고 오후에는 자유를 줘라, 대신 그 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보고서를 받으라고 했죠. 다행히 지금은 그 사원이 마케팅 업무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해요.”

북한이탈주민 취업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황 대표는 이노비즈협회 성명기 회장에게 공동 취업지원단장직을 맡아달라고 제안했고, 자신이 9, 10대 회장을 역임한 벤처기업협회와 현재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의 협조도 이끌어냈다.

“5000만 명인 우리가 2만6000명의 북한이탈주민도 끌어안지 못하면서 무슨 통일을 하겠습니까? 이들이야말로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동력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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