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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통일준비위원회 출범 의미와 과제

통일준비위원회 출범 의미와 과제
진정한 광복의 완성 위한 첫걸음 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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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통일준비위원회 제1차 회의를 주재하는 박근혜 대통령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가 7월 15일 출범하여 8월 7일 제1차 회의가 열렸다.
통일준비위원회의 출범은 통일에 대한 박근혜정부의 관심과 의지에서 이미 예견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통일준비위원회 출범이 갖는 4가지 의미와 향후 과제를 정리했다.

박근혜정부는 출범과 함께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4대 국정기조의 하나로 채택했으며,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목표 중 하나는 통일의 초석을 만드는 것이다. 통일이 국정지표로 채택된 것은 김영삼 정부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2014년 1월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 대박’ 메시지를 통해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극복하고 통일을 기회와 희망으로 보는 긍정적 통일담론을 확산시켰으며, 드레스덴 구상을 통해 통일에 이르는 구체적 과제들을 제시했다. 드레스덴 구상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천명한 대북정책 및 통일정책의 추진 방향을 구체화한 것으로 대북정책의 이행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으며, 통일준비위원회 출범은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통일준비위원회는 위원장인 대통령을 비롯해 민간위원 30명(정종욱 부위원장 포함), 국회 2명(여야 정책위원회 의장), 정부 위원 11명, 국책연구기관장 6명 등 총 50명으로 구성됐다. 정부 위원은 부위원장인 류길재 통일부 장관을 포함해 기획재정부·외교부·국방부·법무부·문화체육관광부·국토교통부 장관과 국무조정실장,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등이며, 국책연구기관장은 통일연구원·국립외교원·한국개발연구원·국방연구원·국토연구원·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 등이 포함됐다. 이 밖에 전문적 연구와 논의를 위해 31명의 전문위원을 포함시켰으며 시민자문단, 통일교육자문단, 언론자문단 등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고자 했다.

통일준비위원회의 목적은 민관 협업을 통해 내실 있는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기능이 통일준비위원회가 없다고 전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통일준비위원회의 출범은 다음의 몇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통일의 부정적 인식 일소, 통일준비 필요성 극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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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8월 7일 통일준비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는 박근혜 대통령. 뒤로 정종욱 민간 부위원장(왼쪽)과 정부 부위원장인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들어오고 있다.

첫째, 통일준비위원회의 출범을 통해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일소했다. 한국 사회에서 통일에 대한 관심과 의지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전쟁과 대결을 거치면서 남과 북 사이에 불신과 적대감이 쌓였고, 오랜 세월 떨어져 살다 보니 언어와 생활습관도 달라지면서 하나의 민족으로서 동질성이 약해지고 있다. 남과 북의 이념과 정치체제가 너무 달라 통일은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회의감이 증가하고 천문학적 통일비용 문제까지 겹쳐 통일을 미루거나 기피하려는 생각이 우리 사회에 확산됐다.

통일에 대한 한국 사회의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경우 통일에 대한 무관심은 통일 준비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져 ‘준비 안 된 통일’로 큰 혼란을 야기하거나 자칫 통일의 기회를 상실하게 할 우려마저 있다. 국제사회 역시 우리가 원치 않는 통일을 지지하고 도와줄 이유가 없을 것이다.

둘째, 통일준비위원회의 출범으로 통일 준비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대내외에 표명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진정한 광복의 완성은 통일이 돼야 가능하며, 분단이 장기화하면서 분단 현실에 대해 무감각해지는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고 보았다. 즉, 비정상적인 것들을 정상화하기 위해서 통일 준비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것이다.

통일준비위원회의 출범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통일 대박, 드레스덴 구상으로 이어져 온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이 단순히 정치적 구호나 장밋빛 미래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실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통일정책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진정성을 갖고 지속 가능한 정책이 돼야 할 것이다.

셋째, 통일준비위원회의 출범은 통일로 가는 길은 험난하고 많은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는 현실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통일은 대박이며 꿈과 희망이지만, 결코 요행수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며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과거를 돌아보면 통일을 내세우면서도 통일로 가는 길을 제시하지 못하거나 통일보다는 분단 관리에 몰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통일준비위원회의 출범은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이 과거의 통일 논의와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통일의 비전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에 결코 좌절하지 않고, 길이 막히면 돌아가고, 길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가겠다는 것이다.

넷째, 통일준비위원회의 발족은 통일로 가는 길에서 반드시 이뤄야 할 국론 통합의 필요성을 반영한 것이다. 통일 대박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을 향한 민족의 여정을 공표했다. 그러나 통일을 향한 긴 여정은 정부 혼자서 감당할 수 없으며, 국민들의 역량이 결집돼야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통일준비위원회에 보수와 진보를 망라한 민간 전문가와 여야 정책위의장이 함께 참여한 것은 국민적 합의 기반을 도출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며, 국책연구기관장들의 참여는 민관 협동의 활성화를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요컨대, 통일준비위원회의 출범을 통해 통일에 대한 부정적 분위기를 일소하고 한국 사회에 통일에 대한 관심과 준비의 필요성을 극적으로 높였다. 통일 준비는 대북정책뿐만 아니라 외교안보를 아우르는 개념으로서 경제 발전, 특히 개개인의 삶의 질 향상과 밀접히 연계되어 있다. 박근혜정부에서 과거와 구분되는 통일의 진정한 의미는 국가, 정치, 경제 같은 거대 담론보다는 개개인의 행복을 중시하는 데 있다. 한반도 통일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도 기여함으로써 주변국 국민들 개개인의 삶의 질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통일비전과 목표 제시, 실천해 나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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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8월 7일 개최된 통일준비위원회 제1차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

그러면 향후 이를 실현하기 위한 통일준비위원회의 과제는 무엇인가? 첫째, 통일준비위원회의 과제는 통일의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다. 통일의 비전과 목표는 대북정책의 나아갈 길을 밝히는 등대와 같은 구실을 할 것이다. 평화적이고 점진적인 방법으로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지향하는 것은 헌법정신이며,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에 내포된 국민적 합의이다. 나아가 통일한국의 비전으로 신뢰와 인간의 존엄성 등과 같은 보편적 가치가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통일의 비전에 대한 논의와 관련해 통일준비위원회가 북한의 붕괴를 전제로 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일각에서 제기될 수 있겠으나, 이는 오해에서 나온 억측일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 대박을 언급한 지난 1월 6일 기자회견장에서 인용한 세계적 투자 전문가 짐 로저스 회장이 “남북통일이 되면 자신의 전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겠다”고 한 것은 북한의 붕괴가 아닌 남북의 점진적 통합 과정이 시작되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2009년 골드만삭스의 보고서 역시 독일식 흡수통일이 아닌 중국·홍콩식의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통일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2050년까지 독일, 프랑스, 일본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만성적인 경제난에다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현 시점에서 북한의 급변이나 도발에 대한 대비를 병행하는 것은 별개이다.

둘째, 통일의 비전과 목표는 창대하더라도 이를 구현하기 위한 준비는 작고 구체적이며 실천 가능한 것부터 해나가야 할 것이다.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민생 인프라 구축을 통한 생활공동체 실현과 남북을 잇는 산림과 하천 등 생태계에 대한 공동 관리, 문화유산에 대한 남북 공동 연구 등 동질성 회복을 위한 구체적 과제들을 제시하였다.

또한 통일 준비가 과거와 달리 현실적인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북한의 실태에 대한 정확하고 체계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과거의 대북정책이나 통일 논의가 공허한 정치 구호에 머문 것은 북한 실태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와 분석을 도외시한 채 우리 방식대로 지원하고 교류했으며 통일은 저절로 오는 것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실태를 모르고 대북 지원과 남북 교류협력을 추진하는 것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셋째, 통일 준비는 질서 있고 차분하게 진행돼야 한다. 과거 얼어붙었던 남북관계에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되는가 싶으면 순식간에 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냉각되는 것을 수차례 반복한 경험이 있다. 사실 진전과 후퇴를 반복하는 남북관계의 악순환을 끊겠다는 것이 박근혜정부 대북정책의 출발점이다. 단기적인 성과를 위해 적당히 타협하고 머지않아 원점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서는 과속하지 않고 차근차근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설령 남북관계가 외형상 다소 진전된다 하더라도 핵문제와 같이 결정적 장애물이 그대로 있다면 진정한 진전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통일준비위원회는 통일 과제를 발굴하고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민간단체들의 참여를 조절함으로써 과열과 중복 현상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복합농촌단지, 모자 보건 1000일 패키지 사업 등 구체적인 과제 추진 시 통일연구원, 농촌경제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 등 민간 전문가와 교수, 기획재정부와 농림부 등 정부 당국자 등으로 구성된 작업반을 연구 단계부터 운영해 긴밀한 협업체제를 구축하고 연구가 끝나면 곧바로 실천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통일과제 연구, 국민 역량 결집해야

지금 10대 청소년들이 성인이 된 20~30년 후 그들은 어떠한 세상에 살 것인가? 여전히 남북한 대치 상태에서 북한의 핵위협을 마주하고 살 것인가, 아니면 통일된 한국에서 살 것인가? 사람마다 통일에 이르는 방법에 대한 생각은 각기 다를 수 있지만 통일 준비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독일 통일은 서독의 정치 지도자들과 동독 국민들이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서독 사람들은 동서독 통일보다는 유럽 통합에 관심을 기울였고, 동독 엘리트들은 동독을 독립된 정치체제로 유지하고자 하였다.

한국 사회에서 통일에 대한 관심과 의지가 감소하고 있다지만 서독에 비하면 여전히 대다수의 사람들은 통일의 당위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한다. 정치 지도자들의 소극적 태도도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 발언 이후 크게 변화했다.

실질적 통일 준비를 위해 대통령이 앞장서고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 국민들의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통일 준비를 위해 통일 과제를 연구하고, 정부 부처 간 역할을 조정하며, 민과 관의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여야 및 진보·보수의 힘을 모아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국제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기존의 정부 조직이 일찍이 이와 같은 과제들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다루어본 적이 없으며, 이것이 통일준비위원회의 역사적 사명이다.

 

photo 최진욱 통일연구원장
북한·통일 문제 전문가로 통일연구원에서 22년간 재직하며 통일준비위원회 위원, 통일정책연구협의회 운영의장, 통일부·외교부 정책자문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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