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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와 우리의 전략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와 우리의 전략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통일과 외교안보의 의미 있는 대안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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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7월 3일 국빈으로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청와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과 의장대를 사열한 뒤 어린이들의 환영인사에 답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통일의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 중 하나가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동북아 외교안보 환경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최근 동북아에서 전통적인 의미의 대결구도 혹은 외교안보적 이익의 차이가 사라지거나 매우 복잡하게 변화하고 있어, 우리 정부로서는 어느 때보다 정교한 외교전략이 필요하다. 북일관계, 북중관계 변화를 중심으로 박근혜정부의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이 나아갈 방향을 살펴본다.

동북아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23%를 차지하는 글로벌 경제성장의 중심이면서, 동시에 외교안보적으로도 세계 평화와 안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리트머스지로 자리 잡았다. 중국의 부상, 미국의 변함없는 전략적 의지, 한반도 문제, 러시아의 새로운 극동전략 등과 같은 요인들이 이 지역에서 서로 복잡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동북아 지역 정세의 복잡성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다수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동북아 정세 변화의 심화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며, 그러한 변화들이 한반도 문제 및 우리의 통일전략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우리 정부는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의지를 그 어느 때보다도 강조하고 있고, 한발 더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에 대한 무관심, 주변 국가의 우려, 국가 자원의 효율적인 운영 등의 목적에서 ‘통일 대박’을 언급했으며, 결과적으로 한반도 평화통일의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 중의 하나인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동북아 외교안보 환경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북일관계, 북중관계 변화가 동북아에 영향 미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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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8월 10일 미얀마 네피도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각국 외교장관들이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동북아 정세 변화는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차원에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북일관계의 변화 가능성이다. 물론 과거에도 일본 고이즈미 총리의 두 차례 북한 방문을 포함해 북일 간에 외교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가 구체적으로 오간 사례가 있으므로, 언젠가는 예상된 상황이기는 하다. 하지만 북일 간 외교관계의 진전이 어디까지 이뤄질지를 정확하게 판단키는 어려워도, 상당한 수준의 경제사회적 교류관계가 진척된다고 한다면, 이는 동북아 지역 전체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상황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전통적으로 동북아 안보 환경은 미국의 안전핀 역할을 중심으로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이 상징적으로 작동하면서, 6·25전쟁 이후 지난 수십 년 동안 안정적으로 관리돼왔다. 이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은 비록 서로 동맹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지만, 동북아 지역 질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자 하는 한·미·일의 안보이익은 서로 긴밀하게 공유돼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일관계의 발전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면서 매우 복잡한 전망을 가능케 하고 있다. 물론 북한과 일본은 외교관계의 진전을 위해서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고, 또 설사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포함한 주요 선결 과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핵문제 등 중요한 안보적 사안에 대해서 일본이 미국과 한국과의 정책 조율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즉, 어떤 형태로든 한·미·일 정책공조는 지속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일본의 외교적 선택지가 넓어진다는 점은 분명해 보이며, 이러한 현상 변화는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의 외교적 노력이 새롭게 전개돼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둘째, 현재 동북아에는 북한과 중국 관계의 변화 조짐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중국의 대북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는가를 둘러싼 다양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시진핑 체제에서 북중관계의 변화는 일시적이거나 혹은 전략적 차원의 움직임일 뿐 중국의 대북한 인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동시에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책임국가로서의 역할이 더욱 증대되고 이로 말미암아 중국의 국가이익이 변화한다면, 비록 일시적으로는 현상적인 차원에서의 변화라고 할지라도 궁극적으로 북중관계의 구조적인 변화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 또한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박근혜정부 이후 한중 외교관계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긴밀하게 유지되고 있고, 북한의 일탈성을 더 이상 수용해서는 안 된다는 국제적 공감대가 생겨나면서, 북중관계가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로 보인다. 물론 현실적인 이슈로 들어가보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한국 정부와 중국의 전제조건이 큰 차이를 보인다든지, 북한 핵문제 해결에 대한 미묘한 입장 차이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든지 하는 현상들을 발견하게 된다. 따라서 결국 우리 정부가 현재와 같은 한중 간 외교관계의 돈독한 유지를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모멘텀으로 전환할 능력이 있느냐의 문제, 또한 신형대국관계를 포함한 자국의 위상과 관련해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강대국으로서의 지위를 정립할 것인가 하는 문제, 그런 차원에서 중국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얼마나 더 진지한 노력을 기울일 것인가의 문제 등이 핵심 관건으로 등장하고 있다.

동북아 동맹구조의 단계적 변화 예고

셋째, 동북아에서는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대결 구도 혹은 외교안보적 이익의 차이가 사라지거나 혹은 매우 복잡하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게 된다. 과거 냉전기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동맹구조가 공산권 진영과 진영 대결을 벌이는 매우 가시적인 대결 구도가 존재하였고, 탈냉전기에 들어서도 유럽의 경험과는 매우 차별적인 동북아적 특징 때문에 여전히 일종의 보이지 않는 긴장관계가 존재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과거 1990년대 중반에 발표된 ‘나이보고서(Nye Initiative)’, 지난 2000년 작성된 ‘아미티지보고서(Armitage Report)’ 등은 이러한 외교적 긴장관계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그런데 최근에 들어 이러한 외교관계의 틀에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여전히 자유민주주의 국가군과 사회주의 국가군의 분류가 명확한 상황이어서, 동북아 역내 국가들 간에 전혀 새로운 외교관계가 형성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특정 사안과 이슈에 관해서는 서로 매우 복잡한 외교적 합종연횡이 전개되고 있다. 한미동맹과 미일동맹 사이의 친밀성이 아무래도 과거 같지는 않다는 지적, 경제적 중요성에서 중국과 일본의 영향력이 더 이상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 동북아의 중재자로 남아 있는 미국이 한국과 일본 혹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일관되게 어느 한 국가의 입장을 지지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사실 등과 같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향후 동북아의 이러한 외교안보적 구조는 더욱 적극적으로 전개될 것이 분명하다.

동북아에서는 향후에도 중국의 성장이 지속될 것이고, 일본의 보통국가화 프로젝트는 좀처럼 멈추지 않을 것이며, 동북아에서의 전략적 우위를 쉽게 포기하지 않으려는 미국의 노력 또한 더욱 정교하게 전개될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외교적 자산에서 한정적일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입장이 더욱 난처해진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바로 이러한 연유에서 전통적인 동북아 동맹 구조의 단계적 변화가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북아 역내 국가들 간 외교관계의 복잡성이 쉽게 일정한 마지노선을 넘어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패러독스’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적처럼 경제사회적 상호 의존이 정치군사적 신뢰로 쉽게 전환되지 않는 동북아의 현실에서 외교관계의 새로운 합종연횡은 일정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시점일수록 우리 정부의 외교전략적 지혜와 판단력이 더욱 요구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상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동북아 외교안보 환경의 새로운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전략적 선택에는 부정적인 영향만이 초래될 것인가?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모든 구조적 변화와 위기 상황은 기회의 창으로 연결될 수 있는 개연성이 존재한다는 차원에서는 물론이거니와, 최근 수년간 한국의 국제사회적 지위와 역량이 한층 증가하게 되었다는 점을 누구나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북아 질서 재편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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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 참석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 맞은편에 앉은 이가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다.

이러한 변화가 우리에게 기회의 창으로 활용될 수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무엇보다도 한반도 문제의 해결은 시작의 매듭을 찾기 어려운 동북아 안정성 확보의 가장 중요한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한반도 분단의 역사가 오로지 남북한 양자적 대결과 갈등의 결과가 아니라는 점이 잘 보여주듯이, 한반도 평화와 궁극적인 통일의 완수는 국제사회적 지지와 노력을 전제하고 있다. 동북아에서 전개되는 다양한 변수들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지역에 평화와 안정을 정착시키기 위한 실마리를 찾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동북아 역내 모든 국가들은 동북아가 지난 수십 년간의 역사처럼 갈등과 경쟁의 심화보다는 평화로운 공존의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데에 일정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고, 결국 이러한 공감대의 실천적 의지는 한반도 문제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러한 정황적 판단은 결국 우리의 정책적 자율성과 의지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돌이켜보면 동북아 지역에 현대 국제질서가 수립된 이후 우리는 역내 안보질서가 재편되거나 중요한 변화를 겪을 때마다 우리의 국가이익을 극대화하는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주변 강대국들의 선택에 의해 짜인 질서에 수동적으로 편입하거나 혹은 강대국 정치의 결과로 빚어지는 외교 질서에서 제한적으로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오늘날 발견되는 동북아 질서 변화의 모멘텀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차원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정교한 외교전략을 수립하고, 특히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질서의 안정성 사이에서 발견되는 연계성의 문제에 모든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대표적인 사례로 박근혜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강조하고 있는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은 동북아 질서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의 외교적 역량을 극대화하려는 대표적인 노력으로 이해된다. 예를 들어 동북아의 상호 존중과 협력의 문화를 정착시키는 관습을 강조하고 있는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은 역내 각국의 핵심적인 국가이익이 상호 충돌하는 상황을 배제하면서, 동시에 동북아 국가 모두의 공통적인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의미 있는 대안으로 평가되고 있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포함한 우리 정부의 다양한 정책적 노력이 최근 동북아에서 전개되는 전례 없는 변화들을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을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과거와 달리 작금의 위기와 변화가 우리의 정책적 자율성을 넓혀주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한국의 구체적인 국가이익으로 연결하고자 하는 노력과 시도는 정교하게 전개돼야 한다는 것이다.

 

photo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미국 피츠버그대 국제관계학 석사, 노스웨스턴대 정치학 박사. 현재 이화여대 국제교류처장,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외교안보 분야 전문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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