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행복한 통일

Webzine Vol.44 | 20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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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통일 | 느낌 있는 여행

가을이 오는 녹차밭길에서 차 한 잔에 취하다, 보성 한바탕 소란스러운 여름 휴가철이 끝나고 사람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차분한 마음으로 새로운 계절을 맞을 준비를 한다. 더위와 가뭄, 행락 인파로 몸살을 앓던 
자연도 다시 말간 얼굴을 되찾고 조용히 가을을 기다린다. 매년 그러하듯, 선선한 날씨에 부드러운
햇빛이 머리 위로 잔잔하게 부서지는 이 짧은 순간은, 변덕스러운 애인마냥 금세 자취를 감출 것이다. 
싱싱한 초록나무들이 힘없이 이파리를 떨구기 전에 서둘러 떠나는 곳은 바로 보성이다. 푸른 차밭 이랑이 
굽이쳐 흐르고 그 뒤로 에머랄드빛 남쪽 바다가 병풍처럼 지키고 선 곳, 맛과 향의 고장 보성으로 간다.

자연과 인간의 거대한 예술작품 ‘보성 녹차 단지’

‘녹차수도’ 보성에서 제일가는 자랑거리는 두말할 것 없이, 대한민국 차 생산량의 34%를 차지한다는 녹차다. 보성 녹차 단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하늘 높이 뻗은 삼나무 숲 터널이 방문객을 반기고, 이 숲길을 따라 100여 미터를 오르면 녹차 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입구 옆에 녹차 관련 제품을 전시해놓은 자그마한 판매점을 지나쳐 전망대로 발걸음을 옮긴다.

보성 녹차단지

한국차박물관중앙·차밭·바다전망대는 이름에 따라 각각 다른 컨셉으로 녹차 단지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이 중에서도 차밭과 바다전망대에 오르면 보성 녹차단지는 그 위용을 제대로 뽐내기 시작한다. 아래를 향해 흐르면서 굽이굽이 녹색 물결을 일렁이는 녹차밭은 바다와 함께 어우러질 때 한 폭 그림으로 완성된다. 자연에 취해 풍경에 취해 걷노라면 어느새 출발했던 장소다. 시원한 녹차아이스크림을 산 뒤, 차밭 한 켠에 마련된 쉼터에 앉아 흘러내려 오는 물에 발을 담그면 녹차 단지를 둘러보느라고 ‘수고한’ 발의 피로가 사르르 풀린다. 차의 역사를 비롯해 더욱 자세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인근에 있는 ‘한국차박물관’을 방문해보는 것도 좋겠다.

7080년대의 향수를 머금은 ‘득량역’

보성을 뒤로하고 벌교 향하는 길, 그 사이에는 최근 화제로 떠오른 역이 있다. 바로 1930년 12월 25일 일반 기차역으로서 업무를 시작한 득량역이 그 주인공. 아니 득량역뿐 아니라 주변이 모두 주인공이라고 하는 편이 맞겠다. 역을 중심으로 사방팔방으로 조성된 7080추억의 거리가 그때 그 시절 향수를 뿜어대고 있기 때문. 거리는 500m 남짓으로 그리 길지 않지만 전파사, 양장점, 쌀 상회, 금은방, 연탄 집까지…. 그 시절의 감성을 다시 일으키기 위한 아이템(?)들이 구석구석 자리하고 있다.

구경뿐만 아니라 직접 체험해 볼 수도 있다. 단돈 천 원으로 하는 그때 그 시절 교복체험, 1977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다방에서의 커피 한 잔, 미용실로 가득한 요즘 이발관에서의 헤어커팅, 그리고 오락실과 ‘로라장’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참고로 체험은 유료(1천 원~5천 원), 마을관람은 무료다.

미카3 I29 증기기관차 레일바이크

마을 이름에도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 지명인 ‘득량’이 이순신 장군과 연관 있는 것. ‘得糧’은 ‘식량을 얻다’는 말인데, 이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득량만 선소에서 무기와 병선을 만들고 군량미를 조달해 전란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데서 유래됐다고 전해진다.

소설 태백산맥의 배경 따라 걷는 ‘벌교’

현부자 집소설가 조정래의 ‘태백산맥’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곳은 바로 벌교다. 더구나 실제 소설에 나온 공간들이 존재하는 벌교는 소설 태백산맥은 물론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의 성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성지는 ‘태백산맥 문학거리’를 따라 하나하나 만날 수 있다.

1935년 8월 29일, 벌교 중심에 한옥과 일식이 혼합된 일본식 가옥이 세워진다. 이후 오랜 세월 동안 다양한 사람들이 이곳을 오갔고, 전쟁을 겪으며 여관 혹은 상가로 그 모습을 달리했다. 그러다 2004년 역사 및 건축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 제132호로 등록되면서 다시 본래의 모습을 찾아갔다. 8년간의 보수 공사 끝에 개관한 이곳은 ‘보성여관’이다.

소설 속 여관은 읍내 하나뿐인 여관이자 현부자 집 소유의 여관, 토벌대장 임만수와 대원들의 숙소로 묘사됐다. 현재 여관은 본래 기능을 회복해 ‘한옥스테이’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2층 ‘다다미방’은 전시 혹은 회의장소로 대관하고 있다. 상설전시만 구경할 것이라면 1천 원의 입장료 혹은 카페에서 커피·차(4천 원)를 마시며 둘러봐도 된다. 보성여관 구경 후 ‘문학기행 지도’ 따라 태백산맥 속 배경을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 ‘보성여관 ~ 구 벌교금융조합 ~ 홍교 ~ 김범우의 집 ~ 소화다리 ~ 태백산맥문학관 ~ 소화의집 ~ 현부자집 ~ 죽도방죽 ~ 보성여관’을 둘러보는 코스는 약 2시간 정도 걸린다.

보성

자연의 참맛을 일깨워 주는 ‘벌교 꼬막’

벌교 하면 ‘꼬막’, 꼬막 하면 ‘벌교’라고 부르는 이유는 전국 꼬막 생산량의 70%가 벌교에서 나오기 때문만은 아니다. 벌교의 갯벌은 모래 황토가 섞이지 않아 기름지고 차진 진흙 펄 속에서 더욱 건강하고 맛있는 꼬막을 품에 기른다. ‘양념을 아무것도 하지 않은 그대로도 꼬막은 훌륭한 반찬 노릇을 했다. 간간하고, 졸깃졸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한 그 맛은 술안주로도 제격이었다.’ 소설 태백산맥에 나와 있는 꼬막의 정의다. 벌교 꼬막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최근 세워진 ‘벌교 꼬막 웰빙센터’의 ‘꼬막 웰빙 홍보관’을 방문해보는 것도 좋겠다. 또한, 벌교 곳곳에 즐비해 있는 식당에 들러 싱싱한 ‘꼬막 정식’ 한 끼 맛보는 것도 잊지 말자.

벌교

직접 꼬막을 잡아보는 체험도 할 수 있다. 벌교 갯벌체험은 4월 중순부터 10월까지 당일 체험과 1박 2일 체험, 두 가지로 진행된다. 갯벌 체험을 할 때면 ‘체면’과 ‘깔끔’은 금물이다. 온몸에 머드팩 범벅은 기본이기 때문이다. 뻘배를 타고 나가 바닥에 철퍼덕 내려앉은 뒤 갯벌 아래를 슬금슬금 만지다 보면 손에 꼬막이 잡힌다. 처음이면 어려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마음껏 갯벌을 만지며 바다 생물도 볼 수 있으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체험하게 된다. 잡은 꼬막은 체험장에서 직접 조리해 먹을 수도 있다.

<글.사진 / 신영민>

※ 웹진 <e-행복한통일>에 게재된 내용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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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 전체 기사 보기 기사발행 : 2016-09-12 / 제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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