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대축제가 개최되던 날, 남산 팔각정 앞 광장에서는 시민들이 평화통일 열망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부대행사가 열렸고 다양한 통일관련 체험 부스들이 마련됐다. 부설무대에서는 아이스난타와 버스킹 밴드공연, 통일대박 터뜨리기, 통일기원 플래시몹, 게릴라 콘서트 등이 진행됐으며, 행사장 양쪽에는 손도장 대형태극기, 통일염원 캘리그라피, 구국열사와 사진찍기, 북한 장마당 재현부스들이 마련돼 시민들의 발길을 끌었다.
입구에는 ‘통일공감’이라고 쓰인 대형 원형 에어아치를 설치해 통일 축제의 장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14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덕분에 민주평통 자문위원과 그 가족 뿐 아니라 일반 시민, 외국인 관광객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행사장을 찾았다. 부대 행사는 물방울이 시원하게 흩뿌려지는 ‘아이스난타’로 막을 열었다.
‘통일캘리그라피’ 부스에서는 시민들이 원하는 통일기원 문구를 전문가들이 예쁜 손글씨로 써주기도 했고, 자기만의 멋진 캘리그래피를 직접 제작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가족 나들이객 위주인 만큼 영유아, 초등학생 관람객들도 많았는데 아이들에게 봉화 대축제는 ‘방학숙제’도 하고 여러 체험도 해보는 ‘일석이조’의 즐거운 놀이였다. 통일고깔 부스에서는 커다란 색도화지로 고깔모자를 만든 뒤 ‘평화통일’, ‘For the world peace’와 같은 문구를 풀로 붙여 머리에 쓸 수 있도록 했고 부스 안쪽에서는 어린이들의 어깨나 손등, 팔 등에 태극기 문양을 그려주는 페이스페인팅을 함께 진행했다. 또한 북한장마당 부스에서는 손가락과자, 별과자, 콩알사탕 등 이색 북한 과자를 맛볼 수 있었다.
통일 리본 달기 부스 옆, 휴전선을 상징하는 철조망에는 통일 기원의 마음을 담은 리본들이 빠르게 늘어갔다. 초등학교 5학년 유정이(사진 오른쪽)는 “빨리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고 리본에 썼다”며 “통일이 되면 북한 친구들과 놀이공원에 가서 재미있게 놀 것”이라고 말했다. 리본 중에는 탈북민이 쓴 듯한 ‘우리집 감자 먹고 싶어요’ 라는 메시지도 있었다.
그밖에 시민들이 직접 즐기며 참여할 수 있는 통일염원, 광복 기념 행사들이 많았다. ‘통일 대박 터트리기’에서는 마치 가을운동회처럼 부모와 아이가 한마음이 되어 오자미로 박을 터뜨렸고, ‘태극기 손도장찍기’ 코너에서는 빨간색 파란색 물감을 손에 찍어 태극기에 색을 채워나갔다. 이 손도장 태극기는 6시부터 행사장 하늘 높이 내걸려 펄럭이며 광복절의 의미를 사람들의 마음속에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가장 호응이 좋았던 건 ‘통일기원 플래시몹’이었다. 십수 명의 청년들이 음악에 맞춰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공연단 주변을 에두른 시민들은 큰 박수로 호응하거나 직접 플래시몹 춤을 따라하며 흥을 돋웠다. 연이어 선보인 건 안중근 의사의 사형을 모티브로 한 뮤지컬 형식의 미니 공연이었다.
특히 안중근의 어머니의 편지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즉 딴 맘 먹지 말고 죽으라’는 구절을 한 여배우가 독백으로 낭독할 때, 그리고 사형을 앞둔 안중근이 그 심경을 노래로 표현할 때 시민들의 눈가도 함께 촉촉해졌으며 공연이 끝나자 열렬한 박수로 화답했다.
서울 관악구협의회 유희 자문위원은 “오늘 자녀를 동반한 자문위원님들도 꽤 있는 것 같다”며, “시민들이 통일이라는 주제에 훨씬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행사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오후 6시, 해가 뉘엿해질 때쯤 남산봉화식이 시작됐다. 이날 행사에는 박찬봉 민주평통 사무처장을 비롯해 양우진 서울중구협의회장, 최창식 서울중구청장, 지역 국회의원 등 주요 내빈과 서울시민 등 3천여 명이 참석했으며 △통일기원문 낭독 △대북 고천식 △통일영상쇼(전국 69개 지역봉수대 점화식) △ 봉수대 점화식 순으로 진행됐다.
본 행사가 시작되었고, 최창식 구청장의 개회선언, 양우진 서울중구협의회장의 개회사가 있었다. 양우진 서울중구협의회장은 “8.15광복 70주년 전야에 한라에서 백두까지 8천만 민족 모두가 행복한 평화통일이 빨리 오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전국에서 봉화를 다 함께 피어 올리는 행사를 준비했다”며 “지금은 70개에서 멈췄지만 머지않아 이 봉화가 남산 너머 백두산까지 시원하게 이어질 수 있도록 소망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박찬봉 사무처장은 축사를 통해 “이 행사는 중구청과 중구협의회가 23년간 개최해 왔지만 올해는 광복과 분단 70년을 맞이해 전국 70개 지역협의회에서 민주평통 지역협의회 청년위원들이 중심이 되어 함께 참여했다”며 “봉화식에 앞서 전 지역협의회가 낭독한 봉화대축제 대북 통일메시지가 북한까지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전 중구협의회장인 이기선 자문위원의 통일기원문 낭독이 있었다.
다음 순서는 서울중구협의회 지해경 고문의 선창으로 다 함께 외치는 ‘만세 삼창’이었다. 관람석은 물론 주변에 서서 구경하는 모든 시민들까지 우렁찬 목소리로, 통일을 기원하며 북녘땅까지 퍼져 나갈 수 있도록 힘차게 만세를 불렀다. 이어 ‘대북 고천식’이 진행됐다. 이어 ‘대북 고천식’에서는 중구 및 민주평통 관계자 외에도 1945년 출생한 해방둥이 시민, 탈북민 대표, 경찰관 및 소방관, 학생 등이 참여해 새로운 통일 미래를 향해 전진하고자 하는 의지를 하늘에 고했다.
이날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채화식이 준비되는 동안, 무대 중앙에서는 통일기원 봉화 영상쇼가 화면으로 펼쳐졌다. 행사 당일 낮부터 남쪽 제주도를 시작으로 피어 오른 전국의 69개 봉수대 현장을 실시간으로 전송해 편집한 영상이었다. 태평성대를 알리는 봉화는 한 개를 피워야 하지만 이날 지역 봉화는 ‘다함께’, ‘평화로’, ‘통일로’라는 의미를 담았기에, 세 개의 봉화를 올렸다.
봉화 채화의 순간. 열 명의 ‘통일’ 봉수군들이 무대 위로 입장해 준비된 채화봉을 화로에 넣고 불을 붙였다. 채화식에서는 중구 관할 15개 동 대표들이 옛 봉수군으로 분장해 안내를 도왔다. 드디어 70번째 봉화를 지필 불꽃이 채화됐고 채화봉을 든 봉수군들은 모두 함께 자리를 옮겨 남산 봉수대에 점화했다. 남산 하늘 높이 통일횃불이 치솟자 장내는 큰 함성과 박수소리로 뒤덮였다.
이날 남산에 피어오른 통일 봉화가 시민들의 마음속에 활활 타올라 평화 통일의 불꽃으로 승화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