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통일골든벨 전국 결선대회인 ‘KBS-1TV 도전! 역사·통일골든벨’ 녹화가 지난 7월 19일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렸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이번 대회를 위해 지난 5월부터 전국 17개 시도 448개 고등학교에서 총 26만여 명이 참가해 예선을 치렀으며 미국, 쿠웨이트, 브라질, 중국, 베트남 등 해외지역대회 입상 학생 10명과 북한이탈청소년들을 포함 총 100여 명이 참가했다. 이날 치러진 대회는 지난 16일 KBS-1TV를 통해 방영됐다.
대회 시작 전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 앞에 마련된 세트장 양쪽 응원석은 학부모와 학교관계자, 학생 등 방청객들로 가득 메워졌다. 곳곳에 ‘골든벨 호로록~’, ‘정답을 훔치는 괴도’ 등 재치 있는 플래카드와 피켓들이 눈에 띄었다. 상기된 얼굴로 정해진 번호 좌석에 학생들이 모두 앉자 이내 커다란 함성과 함께 결선대회가 시작됐다.
광복절 특집 대회인 만큼 첫 번째 문제는 태극기 그리기로 출발했다. 건곤감리와 물결의 방향을 혼란스러워하는 학생들도 일부 있었지만 박태원 아나운서의 힌트에 힘입어 전원이 문제를 맞혔다. 다섯 번째 문제에서는 귀여운 아이의 목소리로 북한 동요가 흘러나왔다. 북한말 ‘깨꼬해요’의 뜻을 묻는 문제였는데 한겨레고등학교 탈북학생인 이금성 학생이 정답을 ‘까꿍’이라고 설명해 줬다. 2013년 동생 둘을 데리고 남한으로 온 금성이는 탈북했다 실패한 후 다시 남한으로 오기까지의 경험을 친구들에게 들려줬다. 북한에 있을 때는 드라마를 많이 봐서 연예인 장나라 씨를 좋아했지만 지금은 걸그룹 AOA를 좋아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문제는 근대사나 통일·북한 분야 외에도 상식, 문화재, 세계사, 문화예술, 맞춤법, 전통놀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출제됐다. 쟁쟁한 경쟁률을 뚫고 올라온 강자들인 만큼 대다수가 정답을 맞히며 승승장구 했지만 11번 무기의 이름을 묻는 문제에서 오답을 쓴 학생들이 대거 탈락하면서 50명이 채 남지 않게 됐다.
이어 60년대 대중가요 ‘마포종점’의 가사에 나온 서울시내 대중교통편을 묻는 문제에서 또 다시 열 명 넘는 학생이 탈락했다. 잠시 대회열기를 진정시키며, 멀리 전남에서 손자를 응원오신 87세 윤운자 할머니가 6.25 난리통에 딸아이를 출산해서 피난을 다녀야 했던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시기도 했다.
패자부활전을 거치며 다시 기회를 얻은 학생들의 눈빛이 반짝였고 표정에는 승리를 향한 의지가 강하게 맴돌았다. 한옥과 관련한 16번 문제는 난이도가 꽤 있었는데도 4명을 제외하고 전부 맞췄고 20번 이후 3문제 연속 전원이 정답을 맞추는 광경을 연출하자 응원석의 함성은 더욱 높아졌다. 소수의 학생들만 탈락한 채 27번에서도 전원정답이 나오자 박태원 아나운서는 “이대로 전원이 골든벨을 울릴 수 있을까요?”라고 말해 70주년 골든벨 타종에 대한 기대감을 더했다.
그러나 29번에서 ‘변-란-요’ 문제가 생소했는지 갑자기 많은 탈락자가 나오게 되고, 이어 32번 근대문학관련 문제에서 추가 탈락자가 나와 9명만 남은 상황이 됐다. 그때 ‘방송타고 싶어 고구마 심다 왔어요’ 응원플래카드의 주인공 경기 여강고 윤승현 학생이 소개됐다. 승현이는 지난해 친구가 음주운전 뺑소니 차량에 치여서 사고로 세상을 떠난 기억을 떠올리며 울먹였지만, 승현이가 조직한 역사동아리 회원들의 힘찬 응원에 힘입어 다시 골든벨에 대한 의지를 힘차게 다졌다. 윤승현 학생을 비롯해 이번 대회에서는 수준급의 역사 지식,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춘 학생들이 많았다. 강원 홍천고 2학년 주원기 학생은 “독도가 우리 땅이며 일본이 조선인 강제 징용장소인 군함도를 염치없이 세계유네스코문화유산으로 등재한 점, 그리고 위안부들의 상처를 절대 잊으면 안 된다”고 힘찬 목소리로 웅변했다.
41번 문제에서 최후의 4인이 결정됐다. 이제 남은 학생은 하남고 전진웅, 청주대성고 이수지, 의왕 우성고 이정현, 제주 오현고 김성민 학생까지 4명뿐. 각오를 한마디 듣는 시간에 김성민 학생은 ‘물건너 왔는데 제주도를 대표해 내가 꼭 골든벨을 울린다’고 말했고 이수지 학생은 ‘여자의 자존심을 걸고 꼭 골든벨을 울린다’, 이정현 학생은 ‘전국 이과생을 대표해서 여기까지 왔고 골든벨의 역사를 새로 쓰겠다’, 전진웅 학생은 ‘막내의 반란을 일으키겠다’고 다짐했다.
42번 문제는 윤봉길 의사의 손녀인 윤주경 관장이 출제했다. 출제에 앞서 윤 관장은 “광복70년 독립기념관에서 100명의 학생들이 골든벨을 향해서 도전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며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그토록 지켜주고 싶었던 것이 여러분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42번 문제에서는 4명이 가볍게 정답을 맞혔지만 43, 45번 문제에서 두 명이 탈락, 46번 문제에서 이수지 학생이 답을 쓰지 못해 마침내 하남고 1학년 전진웅 학생이 형 누나들을 제치고 최후의 1인에 등극했다. ‘전진하는 곰’이라는 별명을 얻은 진웅이는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찬스조차 쓰지 않고 49번 문제까지 맞혀나갔다.
마침내 마지막 문제만을 남겨놓고 골든벨 아래로 이동한 진웅이에게 응원문자들이 도착했다. 담임선생님은 ‘네가 골든벨을 울릴 거라 믿는다. 진웅이는 뭐든 할 수 있는 아이니까. 우리반 아이들 모두 기도할게’라는 문자를 보내오셨고 진웅이는 ‘선생님 사랑합니다’라고 답했다. 5개의 골든벨 문제 중 빨간색을 문제지를 고른 진웅이는 “열정의 색, 마지막까지 불타오르겠다”고 외친 뒤 힘차게 골든벨을 향해 걸어들어갔다. 그리고 한양 동서남북 4대 문 명칭을 쓰는 50번 문제까지 당당히 맞혀 마침내 110대 골든벨의 주인공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