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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칼럼

북한은 다시 개성공단을 위기로 몰지 말라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개성공단이 불을 밝히고 가동된 지 10주년이 됐다. 많은 난관은 있었지만, 남북을 연결하는 상생의 장이며, 통일경제로 가는 관문이다. 그런 개성공단에 또다시 불안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북한이 개성공단 노동자의 임금 인상률 제한 폐지 등 일방적으로 노동 규정을 개정한 것이다. 지난 12월 6일 북한 대남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개성공업지구 노동규정’의 10여 개 조문을 개정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종업원 월 최저 노임을 50달러로 하고 전년도 최저 노임의 5%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인상하도록 한 내용을 없애고 중앙공업지구지도기관이 해마다 정하도록 변경했다. 연장근로 시 지급되는 야근수당 기준도 현 50%에서 50~100%로 상향했다.

우리 기업이 북한 당국에 지급하는 사회보험료도 인상했다. 기존에는 기본급의 15%로 산정했지만 기본급과 시간외 수당을 더한 금액의 15%를 지급토록 수정했다. 퇴직금 지급 대상도 확대했다. 현재는 1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가 기업의 사정으로 퇴직한 경우에 지급하기로 돼 있으나 기업의 사정이라는 단어를 삭제해 자발적 퇴직 등의 경우에도 지급토록 바꿨다. 또 임금을 화폐로 종업원에게 ‘직접’ 주어야 한다는 문구에서 ‘직접’을 삭제해 임금 지불제 조항도 무력화했다.

북한이 상한선 없이 마음대로 임금을 받겠다는 것이다. 개성공단 임금 결정은 북한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남측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와 북측 중앙특구개발총국의 합의로 결정하게 된다. 북한의 노림수는 뻔하다. 개성공단을 통해 남쪽을 압박하고, 일방적으로 개성공단 제도를 운영하며, 외화를 더 챙기겠다는 의도다.

그렇게 되면 개성공단은 다시 존폐의 기로에 설 수 있다. 개성공단 경쟁력이 급격히 저하돼 기업들은 더 이상 개성공단에서 경영할 목적이 사라지게 된다. 개성공단 운영의 원칙이 무너지면서 남북경협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개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북한은 더 이상 개성공단을 위기로 몰아선 안 된다. 북한의 무모한 행태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꼴이다. 국제적인 룰과 비즈니스 상식도 없이 북한이 마음대로 하게 되면 세계 어느 기업이 북한에 투자하려 할 것인가.

우리 정부도 북의 무모한 행태에 휘둘리지 말고 원칙에 입각해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 북한이 노린 의도를 명확하게 분석하고 합리적인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개성공단의 생명은 기업이다. 기업이 잘돼야 개성공단이 유지되고 발전한다. 이번 사태로 개성공단 바이어들이 이탈하고 적자 경영을 초래해 기업 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북한에 설명해야 한다. 개성공단이 안정적으로 발전해 기업 생산성이 높아지고 많은 수익을 내게 되면 임금 직불제를 시행해 개별 근로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도 제안해볼 수 있다.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소나기가 그치고 나면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를 통해 새로운 남북경협 거점으로 확장시켜나갈 수 있다. 산업, 농촌, 관광, 지식서비스의 복합기능을 갖춘 창조적 복합산업단지 조성도 구상해볼 수 있다. 북이 추진하고 있는 개성고도과학기술구와 연계하고, 남·북·중 다자 간 협력 모델로 개발하면 의미가 매우 클 것이다. 2015년 희망의 새해가 밝아오면 분단 70년의 고통을 해소할 수 있는 따뜻한 바람이 개성공단에서 불어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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