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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 ‘김정은 지키기’에 나선 북한의 외교

‘김정은 지키기’에 나선 북한의 외교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의 개혁·개방 이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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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014년 9월 27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이수용 북한 외무상이 반기문 총장을 만났다.

국제무대에서 북한의 공세적 외교가 눈길을 끌고 있다. 이수용 외무상이 15년 만에 유엔총회에 참석하는가 하면, 강석주 국제비서가 유럽 순방에 나섰고, 최룡해 노동당 비서는 김정은 특사 자격으로 러시아를 방문했다.
이러한 북한의 다면 외교에는 ‘김정은 지키기, 대북 제재 상황 탈피, 국제적 고립 탈출, 외국 투자 유치 및 외화 획득, 중국과 미국에의 구애’와 같은 다층적 의도가 담겨 있다.

한 나라의 외교가 이전에 비해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면, 뭔가 새로운 이유가 있는 것이다. 사실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가장 고립되고 소외된 국가로 정평이 나 있다. ‘우리 식대로 살아나가자’는 10글자에 집착하며, 자의든 타의든 그렇게 됐다. 핵을 개발하고 핵실험을 하는 등 국제법을 위반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부터 수차례의 제재를 받았고, 1718호, 1874호, 2094호 등의 유엔 대북 결의안들은 아직도 유효하다. 게다가 3차 핵실험과 장성택 처형 이후 전통적 우호국이었던 중국과의 관계도 악화되면서 더욱 고립 상태에 놓이게 됐다.

이런 북한이 지난 1년간 예전과는 다른 외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2014년 초에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혔는가 하면, 2월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소치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 영국 캐머런 총리,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아서 다소 소외된 듯한 러시아에 힘을 실어준 셈이 됐다. 그래서 김영남의 러시아행은 나름 주목을 받았다. 이 밖에 북한은 유엔에서의 활동을 비롯해 국제기구 참여, 비동맹국가 회의 참석 및 중동·아시아권 방문 외교, 투자 유치 활동, 특사 파견 등 다면 외교를 펼쳐나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2014년 한 해 동안 북한이 펼친 외교는 어떤 특징을 담고 있으며 북한이 공세적으로 외교를 펼치게 된 이유와 의도는 무엇인지, 우리는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살펴본다.

2014년 북한의 외교 동향은 몇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첫째, 외교 담당 인사들의 활발한 방문 외교와 고위급 특사 외교가 이뤄졌다. 주지하는 바처럼 2014년 4월 최고인민회의 제13기 1차 회의를 통해 강석주 노동당 국제비서와 이수용 외무상 체제가 출범했다. 새로이 외무상에 임명된 이수용은 김정은이 스위스에서 유학할 때 그를 돌봐준 인물이며, 이에 대한 보은이자 친정체제 수립 인사로 해석됐다.

이수용은 5월 알제리에서 개최된 비동맹운동(NAM)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했고, 8월에는 미얀마에서 개최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9월에는 유엔총회, 10월에는 러시아를 방문했다. 회의 참석 길에 주변국도 방문했다. 중동지역의 쿠웨이트, 감비아, 모잠비크, 레바논, 시리아를 방문했으며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 지역도 순방했다. 유엔 방문은 15년 만에 이뤄진 것이어서 그만큼 국제적 관심을 모았다. 10월 초 러시아 방문 시에는 모스크바, 하바롭스크, 사할린주, 연해주 등을 거치면서 열흘 이상 머물렀다. 일 년 중 상당 기간을 해외 순방에 할애한 것이다.

강석주 국제비서 역시 9월 독일, 벨기에, 스위스, 이탈리아 등 유럽 순방에 나섰다. 고위급 인사 해외 방문 외교의 정점은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김정은 특사 자격으로 러시아를 방문한 것이었다. 이수용 외무상과 같은 경로를 밟았으며, 김정은 친서를 푸틴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라브로프 외무장관과도 회동했다. 북·러 정상회담의 개최 문제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광폭의 외교 행보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별로 거두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을 바라보는 국제 여론과 시각이 녹록지 않은 데다 ‘세습체제의 독재국가’, ‘잔인한 공포정치의 나라’ 등 김정은 체제의 좋지 않은 이미지 역시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방문 외교와 고위급 특사 외교, 성과는 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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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북한 김정은 특사로 러시아를 방문한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11월 18일 크렘린 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촬영.

두 번째 특징은 북한이 일본과의 관계 개선, 그리고 러시아와의 관계 긴밀화에 나섰다는 점이다. 북한과 일본은 2014년 5월 북·일 국장급회의를 개최하고 ‘스톡홀름 합의’를 발표했다. 북한이 일본인 납치 피해자를 재조사하고, 일본은 대북 제재 완화와 대북 지원을 검토하기로 한다는 것이었다. 일본의 한·일, 중·일관계 악화 상태의 극복과 견제, 북한의 제재 탈피와 외교 고립 탈출 등의 이해가 부합된 결과물이기도 하다. 일부 진전은 있었지만, 재조사의 신빙성 문제, 북한 핵문제를 비롯해 한계점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한편, 북한과 러시아 간의 관계 진전 및 긴밀화는 제법 많이 이뤄졌다. 유리 트루트네프 러시아 부총리 겸 극동지역 대통령 전권대표, 갈루시카 극동개발부 장관, 로그비노프 6자회담 차석대표, 민니하노프 타타르스탄 공화국 대통령 등 고위급 인사들이 연이어 북한을 방문했다. 최근 들어 가장 많은 러시아 고위급 인사들이 북한을 방문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 역시 최룡해를 비롯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이수용 외무상, 이용남 무역상,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등이 러시아를 방문했다.

이 밖에도 루블화 결제, 북한 철도 현대화 사업, 이전 차관 탕감과 신규 차관 도입 논의, 지하자원 개발과 구 소련 공장 복원 참여, 소방차 및 밀가루 지원 등 다방면에서 협력이 이루어졌다. 러시아로선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국제적 고립의 탈출, 북·중관계 악화에 따른 대북 영향력 제고, 나진~하산 물류사업 등 남·북·러 3각 경협의 현실화 계기 마련 등의 측면에서 실익을 얻을 수 있다.

북한 역시 대러 접근을 통해 김정은 체제에 대한 지지 획득, 대중 견제의 전략적 카드로의 활용, 러시아로부터 경제·군사 원조 획득, 관광 유치 및 노동력 파견을 통한 외화 획득 등의 이득을 볼 수 있다. 국제정치 환경과 양국 간 제 부문에 걸친 상호 이해가 부합된 결과인 것이다.

특히 푸틴-김정은 정상회담이 개최될지 여부는 중요한 관심사로 부각될 것이다. 김정은이 러시아를 방문하거나 푸틴이 방일 시 경유지로서 북한을 방문하는 등 여러 가지 형태로 성사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만 푸틴은 부정적 이미지를 가진 김정은을 국제무대에 데뷔시켜준다는 정치적 부담을, 김정은도 중국에 앞서 러시아 방문을 하게 될 경우 중국과의 관계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부담이 있다. 향후 귀추가 주목되는 것이다.

셋째, 대남 부문에서는 별로 변화된 점이 없다. 즉 북한은 연초부터 정치·군사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했지만, 동시에 대남 도발을 지속하는 이중 전략을 구사했다. 2월에 북한은 1차 고위급 접촉과 이산가족 상봉에 응하였지만 단발성에 그쳤다. 최룡해 등 핵심 실세 3인의 10월 인천 방문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기대를 모았으나, 전단 살포와 군사 훈련을 이유로 2차 고위급 회담을 무산시키는 등 과거 행태를 여전히 보여주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각종 로켓·탄도미사일 발사, 무인기 침투,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의 포사격 훈련, 대북 전단 풍선에 대한 고사포 사격, 군사분계선(MDL) 정찰활동 강화 등 대남 도발을 지속했다.

마지막으로 북한은 이전에 비해 해외 투자 유치, 외화 획득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 부족한 외화를 충당하기 위해 해외에 노동자들을 적극 파견하고 있다. 러시아 시베리아 벌목장과 블라디보스토크 건설 현장에도 많은 북한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도 파견되고 있다. 북한 내 경제개발구를 설치하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려는 것에 덧붙여 나름 외화 수입 통로의 다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핵과 인권 문제, 북한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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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014년 10월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사진 왼쪽에서 세 번째)이 아프리카 순방에 나섰다.

북한이 다면 외교를 전개하고 있는 의도는 무엇일까. 다음과 같이 파악해볼 수 있다. 첫째는 소위 ‘최고 존엄’으로 부르고 있는 ‘김정은 지키기’ 측면이 강하다. 북한은 유일영도체제 구축에 나서고 있으며, 김정은을 건드리고 도전하는 세력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거만해 보였다는 것도 장성택을 형장의 이슬로 보낸 이유 중의 하나였다. 요즘 김정은을 수행한 사람들은 공손히 두 손을 모으고 있고, 필기도구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누구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것이다. 대북 전단 살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4년 2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북한 정권이 반인도 범죄로 볼 수 있는 인권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며 유엔총회와 안보리에 조치를 권고했다. ‘최고 존엄’이 자칫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될 수도 있으니 북한에 비상이 걸렸음은 당연하다.

이후 북한의 외교는 유엔총회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이수용 외무상이 비동맹회의에 참석해 회원국들에게 설득 작업을 벌이고,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을 돌고, 15년 만에 유엔총회에 참석하고, 투표 직전에 미국인 인질 2명을 석방하는 등등이 모두 김정은 지키기의 일환이었던 셈이다. 또한 북핵 및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최근 국제 여론이 북한에 불리하게 돌아가자 이에 대처하는 측면이 담겨 있다.

둘째는 외교적 고립 탈출 및 대외 투자 유치의 일환이다. 최근 북한의 대외 행보에 가장 기본을 이루고 있는 것은 2013년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의 ‘경제 발전을 위한 우호적 대외 분위기 조성’ 결정이다. 북한은 이제 핵무기를 보유한 기반 위에 경제를 개발하는 것이 남아 있는 국가 목표이며 인민 생활을 개선하는 것이 당면 과제라고 여기고 있다. 내각에 대외경제성을 신설하고, 대외적으로 경제 발전을 위한 환경 조성 및 대외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무대에서 외교적 고립 상태를 탈피하고, 각종 제재로부터도 벗어나야 한다.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와 한국의 5·24 제재 조치 등의 해제를 이끌어내는 데 힘쓰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경제 분야에서 김정은의 가시적 업적 달성과 과시를 통해 권력 공고화와 체제 안정을 도모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셋째, 북·중관계 악화에 따른 부정적 여파를 피하고, 일본과 러시아를 전략적 지렛대로 삼아 중국과 미국에 구애하는 뜻도 담겨 있다. 북한으로서는 악화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일본과 러시아를 전략적 카드로 활용하는 측면이 있다. 과거 북·중·러 3각 관계에서 펼친 중·러를 향한 곡예외교와는 다르지만, 일방에의 접근 강화를 통해 상호 경쟁을 유발해보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집약하면 2014년 북한의 다면 외교는 ‘김정은 지키기, 대북 제재 상황 탈피, 국제적 고립 탈출, 외국 투자 유치 및 외화 획득, 중국과 미국에의 구애’라는 다층적 의도가 담겨 있다고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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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강석주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오른쪽)가 2014년 9월 6일 유럽 순방길에 오르기 전 평양 순안공항에 배웅 나온 토마스 셰퍼 평양 주재 독일대사와 악수하고 있다.

2015년에도 북한은 김정은 권력체제 공고화, 대외 투자 유치 적극화, 경제 개혁 확대, 외교 고립 탈피, 대남 교류 개선 제스처 등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것으로 보인다. 대남 부문에서 북한은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가시화되고 있는 ‘도발과 대화를 병행’하는 전술을 계속 구사해나갈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북·미 대화 재개, 북·러관계 증진을 도모해나가고 김정은의 방중, 방러 탐색 등을 통해 중국과의 관계 조정에도 힘써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러시아는 북한의 접경 국가로서 경제적 지원 획득, 대미 대결에의 후원자, 중국에 대한 전략적 지렛대로의 활용 등의 측면에서 북한의 가치를 평가하고, 이를 적극 활용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는 북한의 대외 행보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기본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즉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국제법과 국제 규율을 준수하는 정상국가로 거듭나도록 만드는 것이다. 북한 인권 문제도 인류 보편적 가치의 측면에서 접근하고 시정과 개선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국제사회의 힘을 모아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이끌어내고 정상적인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미래 통일한국의 디딤돌을 놓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photo 서동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동 대학원에서 석사·박사학위 취득, 국제문제조사연구소 국제관계연구센터장, 국가안보전략연구소 국제안보연구실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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