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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통일금융 청사진
통일 비용, 세금 아닌 투자로 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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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1월 1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반도 통일과 금융 컨퍼런스‘에서 발제를 하고 있는 신제윤 금융위원장.

통일금융이란 한반도 경제 통합 과정에서 요구되는 금융 수요에 대응하고 새로운 금융제도를 구축하기 위한 금융 분야의 모든 준비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지난 11월 19일 금융위원회(위원장 신제윤)가 발표한 통일금융 청사진의 주요 내용을 살펴본다.

남북한 간 통일이 되면 북한 지역의 경제적 발전, 체제 이행, 그리고 양 지역 간 경제 통합이라는 세 가지 과제에 직면하게 된다.‘발전’이란 지속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는 과정이다. 구체적으로는 산업 육성, 철도·항만 등 인프라 재건, 대외 개방·무역 활성화, 지역 개발과 자원 발굴 등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이행’이란 사회주의적 계획경제 체제를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하는 것으로, 핵심 시스템을 수용하는 과정이다. 주요 정책 과제는 가격 자유화, 국유재산의 사유화, 시장제도의 정착 등을 포함한다. ‘통합’은 남북한의 상이한 두 개의 경제 단위를 단일하게 통합하는 과정이다. 이를 달성하려면 남북한 간 법제 통합, 인프라 통합, 시장 통합 등을 이루어야 한다.

한반도 통일 시 경제 통합의 속도나 방식을 미리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위에서 열거한 과제들은 필수적으로 수행돼야 할 정책 내용이다.

낙후된 북한 경제 수준을 고려하면 향후 막대한 통일비용이 발생할 것이며, 북한 지역의 개발 지원에도 상당한 경제적 부담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개발 재원을 지나치게 정부 재정에 의존할 경우 사회적 갈등이 유발될 우려가 있고, 해외 공적개발원조(ODA)도 보완적인 역할만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통일 이전에 북한 지역의 경제 개발을 지원해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는 것이 통일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으며, 이런 점에서 금융의 역할이 매우 긴요하다.

현재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은 33조6000억 원으로 추정되며 한국의 2% 수준에 해당한다. 북한의 1인당 GDP는 1251달러로 추산되며, 20년 후 1만 달러 수준으로 향상시키려면 약 5000억 달러(500조 원)의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그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인프라와 산업 부문 육성에 들어갈 재원으로 1750억 달러가량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개발 재원은 해외 ODA와 정책금융기관 자금, 민간 투자자금, 북한 자체 창출 재원 등으로 20년간 5000억 달러를 조달할 계획이다. 이 중 정책금융기관을 활용해 마련할 자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개발 재원의 50~60%에 달하는 2500억~3000억 달러를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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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개발을 위한 실물 지원 방안

북한의 경제 체제를 가격 기능이 작동되는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하려면 무엇보다 금융 시스템의 안정적 정착이 긴요하다고 판단해, 초기에는 간접금융 육성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면서 금융 인프라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금융 시스템 구축을 위해 상업은행 지도를 도입하고 한국·외국계 상업은행의 북한 진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산업 발전 및 인프라 투자를 견인하기 위한 정책금융기관을 설립해야 한다. 은행 시스템이 안착해가는 추이를 보아가며 제2금융권을 육성하는 등의 정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경제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우려가 높은 거시경제적 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도 강구돼야 한다. 화폐 통합은 노동시장에 대한 영향 및 경제력 격차를 고려해 종합적인 시각에서 교환비율이나 환율제도 등을 결정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체제 전환기 국가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높은 인플레이션, 대외 지급여력 악화, 재정적자 급증 등 발생 가능한 거시금융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탄력적인 금융정책 운영 기조를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통일금융의 긍정적인 측면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점진적 경제 통합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한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견지해온 3단계 통일 방안과 부합하는 것으로 기존의 3단계 통일 방안을 지원하기 위한 금융 분야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통일 방안을 진전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둘째, 정책금융기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금융기관의 레버리지를 국민들의 부담 저하에 활용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셋째, 개발 재원 우선순위에 대한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단순한 투자가 아니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투자 방향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제한된 재원의 투입 우선순위를 고용 효과 혹은 성장 효과와 같은 기준을 활용하도록 촉구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논의보다 경제적 합리성이 높은 방안이다. 넷째, 투자 대상을 북한이 제시하고 있는 경제특구를 우선적인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북 협력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통일금융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발표는 제한적인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부처 가운데 처음으로 통일과 관련한 구체적인 정책 방안을 제시해 지금까지의 통일정책 논의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른 부처에서도 소관 업무와 관련된 통일 방안을 연구하고 제시할수록 통일은 더 실현 가능하고 충격이 적은 형태로 우리 앞에 다가올 것이다.

 

photo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독일 킬 크리스티안알브레히트대학 졸업, 동 대학원에서 석사·박사학위 취득. 현재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자문위원.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기재부 장관 자문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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