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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김정은 집권 3년 성적표와 전망

김정은 집권 3년 성적표와 전망
‘홀로서기’엔 성공,
대외 개방과 경제 개혁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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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014년 7월 8일 김일성 사망 20주기를 맞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평양체육관 중앙추모대회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집권 3년을 맞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장성택 처형을 계기로 당·정·군 영역에서 아버지 김정일의 그림자를 지우고 독자적인 권력 엘리트를 세우는 데 성공했다.
2015년에 김정은은 대외 개방, 경제 개혁의 성과와 함께 북한 인권 문제를 겨냥한 국제사회의 압박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로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2014년에도 북한은 김정은 리더십의 안정성을 확대하고 권력 승계 이후 당·정·군의 역할 분담을 안정적으로 정착시켰다. 장성택 처형 이후 최룡해 비서를 중심으로 당을 이끌고, 황병서 총정치국장을 주축으로 군을 추스르는 시스템을 갖추었다. 내각은 2013년 새로 발탁된 박봉주 총리 아래에 상대적으로 젊은 상급 테크노크라트들을 배치했다.

당·정·군 관계에서 당의 우위 방침은 김정은 시대에 들어 지속되고 있다.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황병서에게 넘겨준 이후로도 최룡해는 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당 비서 및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을 역임하면서 장성택 이후 김정은의 최측근 실세 지위를 유지했다. 김일성 가문의 백두혈통과 이를 보위하는 빨치산 출신 만경대 혈통의 대표주자로서 최룡해는 김정은 체제에서 확고한 입지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최룡해가 북한 정권에 일정한 지분을 갖는 주주라면, 황병서는 능력과 성실함으로 발탁된 전문경영인이다.

당·정·군에서 독자적 권력 장악

김정일 시대의 선군정치가 상대적으로 군부의 위상과 역할을 증대시켰다면, 김정은 시대 3년 차의 당·군 관계는 명백히 당 우위로 자리 잡았다. 사실 총정치국장이 자동으로 정치국 상무위원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김정은 후계체제의 2인자였던 이영호는 인민군 총참모장 타이틀로 정치국 상무위원과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차지했다. 최룡해는 총정치국장이 아님에도 김정은의 특사로서 러시아를 방문함으로써 김정은 체제의 최고 실세임을 입증하기도 했다. 이제 총정치국장과 총참모장 그리고 인민무력부장의 정치적 위상과 격은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인민군은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이영길 총참모장 체제로 새롭게 포진되었다. 잦은 군부 인사 교체 이후 김정일 시대에 발탁된 사람 대신 김정은 사람으로 신군부 진용을 형성 중인 것으로 분석된다. 권력 승계 이후 이영호 숙청으로 인민군을 군기잡고, 최영림 총리 대신 김정일 시대에 좌천됐던 박봉주를 새 총리로 임명하면서 내각의 면모를 일신했다. 또 장성택 처형으로 노동당을 일대 쇄신함으로써 이제 김정은은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당·정·군에서 독자적인 권력을 장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3년에 걸친 꾸준한 권력 장악 과정은 본질적으로 김정일의 사람을 김정은의 사람으로 교체하는 것이었고, 김정일 시대의 선군정치가 빚어낸 군부의 과잉 비대화를 완화하고 당 중심의 지도체제로 정상화하는 것이었다. 최룡해 중심의 당 재편, 홍영칠·마원춘 등 삼지연 5인방의 부상, 김여정의 당내 역할 공식화, 김정은이 직접 발탁한 황병서 중심의 군 재편 등은 그 결과이다. 군부 독자의 권력화를 막기 위해 최룡해, 황병서 등 당 출신 인사가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맡는 것도 그 맥락이다.

집권 3년 차의 김정은 체제는 당 우위의 당·정·군 관계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김정은의 리더십이 강화되고, 김정일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홀로서기’가 완성됨에 따라 정치적 안정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경제 상황 호전으로 북한 경제 숨통 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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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014년 11월 김정은이 왼손엔 지팡이, 오른손엔 지시봉을 들고 평양 순안국제공항 2청사 건설 현장을 방문해 현지 지도를 하는 모습. 사진 출처 노동신문.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경제 역시 바닥을 치고 올라가면서 플러스 성장을 보이고 있다. 시장을 전면적으로 허용하고 공장, 기업소의 자율성을 대폭 강화하면서 경제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장을 허용하는 경제 전략이 북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고, 급성장하고 있는 북·중 교역이 시장의 유통을 활성화하고 있으며, 공장과 기업소의 자율적 이윤 추구 바람이 전역에 확대됨으로써 김정은 체제 이후 북한 경제는 숨통이 트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 경제는 2014년에도 상황이 호전됐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보수적으로 평가한다는 한국은행의 북한 총생산 추정치도 2011년부터 연속 플러스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세계식량계획(WFP)도 인정할 정도로 식량난이 완화됐고, 북·중 교역을 핵심으로 다방면의 대외 교역이 급증하면서 경제 전반에 활력이 돌고 있다는 게 북한 경제 전문가들의 일반적 평가다.

석탄, 철광 등 자원 수출에 이어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에 대규모 인력 송출을 진행하면서 외국으로부터 외화를 벌어들이는 데 적극적으로 힘을 쏟고 있다. 2014년 9월 중국 다롄에서 개최된 투자 설명회에 서구식 프레젠테이션이 선보이고 투자를 희망하는 외국의 요구를 법제화하는 등 외자 유치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013년 11월 신의주 특구와 13개의 경제개발구를 발표한 데 이어 2014년 7월에는 경제개발구를 추가로 6개 발표함으로써 5개의 국가급 경제특구와 총 19개의 경제개발구로 대외개방을 모색하고 있다. 달러가 되는 것이라면 자원도, 인력도, 심지어 주권도 넘기면서 과감하게 김정은 체제는 적극적 개방을 하고 있다.

6·28 방침 이후 경제 개혁도 속도를 내고 있다. 6·28 방침의 시범 실시에 이어 2014년에 전면적 시행을 담보하는 5·30 조치가 실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 전역의 모든 기업과 공장과 회사와 상점 등에 전면적 자율권을 부여하고 있다. 공장과 기업의 지배인에게 확고한 자율성을 부여함으로써 공장별 근로자의 임금 격차가 수백 배가 날 정도이다. 농업 개혁 역시 생산성 증대를 위한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사실상 가족농 규모의 포전 담당제로 협동농장의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과거 김정일 시대에는 시장경제를 묵인과 억압으로 반복해서 통제했다면 2010년 이후에는 아예 시장경제를 활성화함으로써 국가 재정과 계획경제를 살리는 방향으로 자리 잡았다. 시장을 허용하되 국가가 일정 부분을 상납받음으로써 이른바 시장의 전면 허용과 이를 통한 ‘지대 추구(Rent Seeking)’ 방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북한식 개혁과 개방이 시장경제와 공존하면서 북한 경제를 호전시키고 있는 셈이다. 집권 3년 차를 맞는 김정은 체제는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정치·경제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북·중관계 회복 노력과 외교 다변화 펼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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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최고인민회의 제13기 1차 회의를 하루 앞둔 2014년 4월 8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2015년의 북한을 전망한다면 대내 정치는 권력 승계 이후 김정은의 독자적 리더십 확보라는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특히 대내적 권력 장악에 성공했다는 일정한 자신감을 토대로, 2015년에는 대외적인 관계 확대와 외교적 다변화 노력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이미 2014년에 북·러 협력 확대와 북·일 교섭 재개 등 김정은 시대의 외교 다변화 노력을 보여줬다. 2015년에는 북·러 정상회담 개최로 북·러 협력의 정점을 과시하는 한편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북한 특유의 ‘시계추 외교’를 강화함으로써 결국에는 북·중관계 정상화를 시도할 것이다.

이에 따라 김정은 시대 대외 관계 정상화의 최대 과제인 북·중관계 회복에서 가시적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킴으로써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고, 북·중관계 강화를 통해 정치·경제적 협력을 확보하려 할 것이다. 3차 핵실험 이후 껄끄러워진 북·중관계를 정상회담으로 돌파하면서 김정은 체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핵·경제 병진노선을 공식 인정받는 효과를 챙길 수 있다.

최근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김정은 개인에게 집중되면서 2015년 북한은 국제사회의 요구와 개입에 대해 반박할 것은 반박하고 해명할 것은 해명하며 동시에 개선할 것은 개선하는 적극적 외교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의 규범과 압박에 김정은 체제는 나름대로 적극적 맞대응을 높여가면서, 이는 사실상 김정일의 ‘무시’ 전략과 달리 김정은이 국제 인권 프레임에 스스로 발을 들여놓는 효과를 보일 것이다.

2015년 북한 경제는 개혁·개방이 지속성을 갖고 확대될 것이다. 6·28 방침과 이에 기초한 5·30 조치에 따라 공장, 기업소에 전면적인 자율성이 부여되고 시장에서 부를 축적한 ‘돈주’들에게 공장과 상점 등을 맡겨 자율 경영을 확대함으로써 시장 세력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사실상의 민영화가 늘어나고 있다.

2015년에는 북한이 국가급의 경제특구와 지방 거점의 경제개발구를 실질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해 좀 더 획기적인 대외 개방을 시도할지도 관심거리다. 김정일 시대의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자신감을 토대로 김정은 체제는 2015년에도 대내적인 권력 장악을 확고히 하는 한편, 북·중관계 정상화 등 외교관계 확대를 모색하면서 대외 개방과 경제 개혁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다.

 

photo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서울특별시 남북교류협력위원,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특별수행원, 경실련 통일협회 운영위원장 등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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