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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판 설치 北주민
“자본주의가 사회주의를 이겼다”

강미진(데일리NK 기자)

북한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2015년부터 평양 가정집에는 태양광판이 3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전기 공급이 열악해 전력난에 시달리던 북한 주민들이 중국에서 들어온 태양열 전지판을 활용해 밥을 해먹거나 온수를 사용하고 있는 것. 중국에서 수입한 50와트 태양광판은 미화 35달러에, 200와트 급은 160달러에 판매되기도 한다. 북한 주민의 태양광판 이용 현황을 알아본다.

집집마다 새어나오는 불빛의 정체

'개성시 태양열광판 ▲ 개성시 태양열광판 “아버지 어머니 올해 우리 집 목표는 태양열광판을 무조건 마련하는 거죠? 대학공부에 돈 들어가는 것은 많지만 저도 절약해 쓸게요” 평양시 개선구역의 한 가정에서 나온 말이다. 남한 주민들은 새해가 되면 저축과 다이어트, 금연, 금주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차를 새로 구매하거나 바꾸는 등 건강과 미래의 나은 삶을 추구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렇다면 북한 사람들의 새해 계획은 어떤 것일까?

북한 주민들은 90년대 중반이후부터 만성화된 전력난으로 전기의 덕을 보는 날이 드물다. 오죽하면 ‘이번 명절엔 전기를 공급해주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할까?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고 한다. 여전히 국가 전력공급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주민들이 살고 있는 살림집에는 저녁마다 환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다.

필자가 북한 내부로부터 받은 2016년 10월과 2017년 5월 평양시 야경을 찍은 사진을 통해 태양광판의 덕을 보는 주민들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평양시 개선구역과 개성시내 모습이 담긴 사진에서는 주민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 설치된 태양광판이 흔히 눈에 띈다.

함경북도 라선시와 산골군인 명천군에서도 곳곳에서 태양광판을 볼 수 있다. 또 최근 건설된 미래과학자거리와 여명거리 등에 있는 일부 상업망들에서는 야광알림판들이 설치되어 있어 야간에 식당을 찾는 주민들은 물론이고 지방에서 온 주민들이 야간에도 쉽게 건물을 찾을 수 있어서 좋다는 반응이라고 한다.

쌀 50~70kg 시세로 살 수 있는 “태양광판”

'개선문 주변 태양열광판 ▲ 개선문 주변 태양열광판 평양과 국경지역을 기본으로 전국 곳곳에 설치되고 있는 태양광판 덕에 대부분 주민들은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다는 것이 북한 주민의 말이다. 지난해에는 아파트의 다른 주민에게 부탁해 전기를 충전해왔던 국경지역의 한 주민은 지난해 가을부터 돈을 조금씩 모았다가 올 봄에 태양광판을 사서 설치했는데 ‘밝은 집에 앉아 있으면 마음까지 밝아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한 많은 주민들이 눈치를 보면서 남의 집에서 충전을 하던 것에서 벗어나 이제는 자기 집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전기를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게 되면서 태양광판 판매 시장도 활성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양강도 혜산 농민시장에 30W용 태양광판 가격은 북한 돈으로 23만 5,000원, 50W용은 30만 원 가량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현재 시세로 쌀 50~70kg을 살 수 있는 돈으로, 일반 주민들에게는 거금이라고 할 수 있다.

주민들은 알뜰히 모은 돈으로 태양광판 구매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하여 북한 양강도의 한 주민은 “1~2년 전만해도 많은 주민들이 태양광판이 있는 집에 돈이나 음식을 주고 충전을 부탁했었지만 이제는 구입을 꿈꾸고 있다”면서 “자꾸 부탁하는 게 껄끄럽다고 느껴져 ‘올해는 꼭 태양광판을 사자’는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몇 년 전에는 중앙기관이나 1, 2급 기업소, 무역관련 회사에 주로 설치됐던 태양광판이 이젠 일반 가정집에서도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태양광판이 설치된 평양 주거지 ▲ 태양광판이 설치된 평양 주거지

일상생활에서 태양광판에 대한 요구가 지속적으로 많아져서 그런지 혜산과 위연 장마당의 햇빛판 매대에도 상품이 가득 쌓여 있다고 한다. 이 북한 주민은 “주민들은 태양광판으로 집안을 밝히는 것은 물론이고 전기 밥가마(밥솥) 등 각종 전자제품을 사용할 때도 유용하게 활용한다”면서 “특히 몰래 남조선(한국) 영화를 보기 위해 무리를 해서라도 태양광판을 구입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상황은 북한 체제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에 기름을 붓는 작용을 하기도 하는데, 주민들은 “국가에서 하는 말을 믿으면 낭패 보지만 돈 벌고 싶다면 돈을, 전기가 필요하면 전기를 줄 수 있는 장마당을 믿으면 손해는 없다”고 말한다.

가정용 태양광판, 전기제품 수요와 함께 늘어

'평양 ▲ 평양 소식통은 “태양광판을 설치한 일부 가정들은 걱정 없이 전기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 일부 주민들은 ‘자본주의가 사회주의를 이겼다’고 말한다”면서 “위(당국)에서는 자본주의가 나쁘다고 선전해도 주민들은 콧방귀를 뀐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함경북도 연사군의 한 시골에서 살고 있는 한 주민은 “6~7개월 키운 돼지를 팔아서 태양광판을 샀는데 밤에 전기 불을 보는 것은 물론이요, 녹음기로 노래도 듣고 어떤 날은 몰래 감춰둔 한국영화도 볼 수 있어서 ‘세상에 부럼 없어라’라는 말이 절로 나간다”면서 “농촌이라 자주 검열하지 않고 단독으로 집이 지어져 있어서 몰래 영화보기 딱 좋은 조건이지만 태양광판의 덕을 보지 못했을 때에는 이런 것은 꿈도 꾸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주민들의 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적인 수준에 오르게 되면서 전기제품에 대한 수요가 상승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도시에서도 그렇지만 농촌에서도 태양광판 설치여부가 빈부의 차이를 말해주고 있기 때문에 많은 주민들이 돈을 아껴서라도 구매하려는 실정이라고 부연했다.

이뿐이 아니다. 곳곳에 태양광판을 이용한 남새(채소)온실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내부 소식통이 전했다. 평양 남새연구원과 평성지역의 남새농장들에서도 태양열을 이용하여 이른 봄채소 생산에 활용하고 있다고 평안남도 삼화동 주민은 말했다.

아울러 북한 주민들의 태양광판 이용으로 전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시장에서도 이에 발을 맞춰서 무역과 밀수를 통해 대량의 태양광판이 북한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진자료: 연합뉴스>

※ 웹진 <e-행복한통일>에 게재된 내용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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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발행 : 2017-07-11 / 제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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