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이슈 | 포커스

신정부의 출범과
북한의 전략적 동향

이기동(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체제연구실장)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긴급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개최해 회의를 주재하는 문재인 대통령 ▲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긴급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개최해 회의를 주재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정부는 열악한 외교안보 여건 속에서 출범하였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실리 성향의 미국 트럼프 행정부, 사드 보복과 압박을 멈추지 않는 강경 성향의 중국 시진핑 정부, 위안부협상 이행을 고집하는 불통 성향의 일본 아베 정부, 그리고 핵능력 고도화를 질주하는 비타협 성향의 북한 김정은 정권을 상대해야 한다. 어느 하나도 녹록지 않은 상대들이다. 이 중에서도 김정은 정권은 상대하기 가장 어려워 보인다. 한국과 국제사회를 대하는 북한의 셈법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북한의 속셈은 자국의 안전보장을 넘어 동북아 국제정치에서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되는 것이다. 미국·중국을 비롯한 강대국들과 대등한 관계를 목표로‘핵보유국 정치’를 구사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달라진 전략적 위상’(핵보유국)에 기초하여 유리한 대외관계 구도를 만들고 대외정책을 펼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이를 실력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북한은 지난해 이례적으로 두 차례의 핵실험을 단행하고 각 종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실시하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과 ‘화성-12형’을 포함한 다양한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감행하더니, 결국 7월 4일에는 우려했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화성-14형’시험발사를 강행하였다.

ICBM 시험발사를 계기로 북한은 추가적인 전략적 도발을 통해 게임체인저로서의 위상을 확보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시험발사한 사정거리 7,000km 수준(알래스카와 하와이 타격권)의 ICBM으로는 북한의 타격 목표인 미국 본토(10,000~11,000km)에 미치지 못한다.

북한은 게임체인저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 협상의 방법을 동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핵무기의 전략적 능력을 확보한 다음 북한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협상의 길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북한은 이미 여러 개의 로켓엔진을 하나로 묶는 클러스터링 기술을 확보한 상태에서 미사일 추진체를 2단에서 3단으로 늘일 경우 본토 타격 능력을 갖추는 데는 그리 오랜 시일이 소요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추가적인 ICBM 시험발사 여지가 남아있다. 또한 미국의 탄도미사일방어체계가 날로 발전하는 상황에서 이를 교란하거나 우회할 수 있는 다탄두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개발과 시험발사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아울러, 추가적인 핵실험을 통해 핵폭탄의 전략적 능력을 증강시켜 나갈 필요성도 남아있다.

지난 4일 북한이 실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_화성-14_ 발사 ▲ 지난 4일 북한이 실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_화성-14_ 발사 북한은 게임체인저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 협상의 방법을 동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핵무기의 전략적 능력을 확보한 다음 북한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협상의 길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핵능력 완성 이후 미국의 선택은 협상의 길 밖에 없다는 것을 인도의 사례를 통해 터득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북한 핵시설에 대한 선제공격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으나 실행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지 않는 것 같다.

따라서 북한은 현존 핵능력을 인정받는 대신 미래 핵능력과 핵프로그램 포기를 흥정의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북한은 현존 핵능력으로 안전을 보장하고 미래 핵능력 포기로 경제적 이득을 챙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 이러한 상정 가능한 북한의 <현존 핵능력 인정, 미래 핵능력 동결·포기> 구도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수용 여부가 관건이다.

북한은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판단하는 정치군사적 의제를
우선적으로 다루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피력하고 있다.

'쌍안경으로 시험발사를 지켜보는 김정은 ▲ 쌍안경으로 시험발사를 지켜보는 김정은 북한의 핵보유국 정치는 대남정책에서도 발현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북한은 남북관계를 미북관계의 종속구조로 여기고, 미북관계가 해결되면 남북관계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은 “핵문제는 북미 사이의 문제이므로 남한은 빠져라”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평화체제 논의에서 우리의 당사자 자격을 배제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북한은 남북관계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우선, 북한은 우리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과 민간단체의 방북 허용 조치를 거부하는 대신, 군사당국자회담 개최를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다. 또한 전북 무주에서 열린 세계태권도대회에 참석했던 북한의 장웅 IOC위원은 우리 정부의 남북체육교류 희망 의사에 대해 “정치가 우선시되기 전에 (남북관계를) 체육으로 푼다는 건 천진난만하기 짝이 없고 기대가 지나친 것”이라는 발언으로 응답하였다.

이처럼, 북한은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판단하는 정치군사적 의제를 우선적으로 다루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피력하고 있다. 우리의 양보가 선행되지 않는 한 북한의 이런 태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자료: 연합뉴스>

※ 웹진 <e-행복한통일>에 게재된 내용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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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발행 : 2017-07-11 / 제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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