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이슈 | 포커스
미·중 정상회담의 의미와
한반도 정세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압박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을 압박하던 트럼프가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의 시진핑 주석을 과연 설득할 수 있을지 국제사회는 불안감을 갖고 사태를 관망해왔다. 그러나 트럼프는 무역적자의 폭과 환율 조작국 지정을 과감하게 양보하며 중국을 대북압박에 동참시키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은 공동선언문과 기자회견 없이 끝이 났지만 트럼프는 계속 중국을 압박하고, 동시에 칭찬을 하며 북핵문제 종결이 말뿐이 아니라 실제로 자신이 가장 원하는 정책목표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이 하지 않으면 미국이 혼자서 해결하겠다는 주장을 반복하면서 미국은 칼 빈슨 항공모함 뿐 아니라, 핵잠수함 미시간 호를 한반도 해역에 배치했고, 인도양에서 마킨 아일랜드 강습 상륙함을 한반도로 이동시키고 있다. 중국 역시 이러한 미국의 압력을 인식하여 대북정책에 대한 조심스러운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외과 수술식 선제 타격은 허용하되 미국이 38선을 넘어 군사력을 동원 북한을 무너뜨리는 것은 반대한다는 중국 관영지 환구시보의 사설은 의미하는 바가 매우 크다. ‘강대강’ 일변도로 마주 달리던 중국과 미국이 북핵문제를 놓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합종연횡이 얼마나 오래 갈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중국은 일단 9월로 예정된 19기 전당대회까지는 미·중관계의 안정이 필요하다. 미국도 내년 11월 중간선거까지 국내정치에서 오는 불안감을 해소하고 정책의 추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4월 29일이면 트럼프 집권 100일 계획이 종료된다. 현재 트럼프에 대한 대국민 지지는 41%로 역대 미대통령의 같은 기간 통계 중 제일 낮은 편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시리아 폭격과 강력한 대북압박은 트럼프가 의회와 국민들의 지지를 회복하는 승부수이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트럼프는 자신이 갖는 모든 옵션을 활용 북핵문제 해결에 승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리더십 공백으로 인해 미국과 긴밀하게 협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선 기간 중이다보니 중국과 미국이 모처럼 한 방향에 서있고,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대북압박을 강화하는 현 시점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외과 수술식 선제 타격은 허용하되 미국이 38선을 넘어
군사력을 동원 북한을 무너뜨리는 것은 반대한다는
중국 관영지 환구시보의 사설은 의미하는 바가 매우 크다.
비록 일부이긴 하지만 아직도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고 일부정당 대선후보들은 사드배치가 조속히 진행되는 데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북한과 동맹을 맺고 있는 중국이 미국의 ‘외과 수술 식 선제타격’을 용인하는 코페르니쿠스적 상황 하에서 우리 후보들의 입장은 혁신적이지 못하다. 오히려 미국 주도의 국제사회 움직임에 배치되는 인상을 주고 있다. 지난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포함 15개 유엔안보리 이사국 대사 전원을 백악관으로 불러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26일에는 미 상원의원 100명을 전원 참석시켜 국무장관, 국방장관, DNI 국장과 합참의장이 대북 상황 브리핑을 했다. 28일에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유엔 안보리 15개국과 ‘최고의 압박’(maximun pressure) 및 개입 정책을 구현하기 위해, 북한과의 외교적 단절을 포함한 강도 높은 압박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상원 의원들이 버스 7대에 나눠 타고 백악관을 방문해 북한 위기 상황에 대한 정부 측 입장을 청취한 것은 미 의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대북압박에 차기 정부가 적극 동참하지 않는다면 당분간 대북문제에 관한 우리의 입지가 매우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오고 간 내용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와 시진핑 간에 공동의 이익을 찾기 위한 충분한 시간을 가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중국은 1조 달러에 달하는 미국 채권을 보유하고 있고 미국과의 무역흑자도 5천 억 달러가 넘는다. 상대적으로 북한과의 무역총량이 48억 달러에 불과한 점을 고려한다면 한반도 상에 유사상태가 발생할 경우 누가 가장 손실을 볼 것인지는 자명하다. 중국이 만약 북한 편에 서서 미국과 대결한다면 1조 이상의 채권과 5천억 달러의 무역 흑자를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는 점을 트럼프가 암시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중국 경제에 큰 타격이 올 수 있으며 중국의 실업인구가 1억 이상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한반도가 과거 중국영토의 일부였다는 대목이 정확히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 판단하기 힘들다. 아마도 북한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중국의 전통적 우위를 인정해달라는 설득과정에서 나왔을 것이다.
주변국가가 우리 국내정치를 빌미로 강압외교를 펴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정부는 국방주권에 관한한 결연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중국과 직거래를 할 수 있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을 다룸에 있어서 한국정부의 의견에 목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대선기간 중 어느 유력 후보는 ‘코리아 패싱’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렇게 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기에 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지금은 트럼프가 상황을 주도하고 있다. 그가 듣고 싶은 말은 한반도 북핵 위기 해결을 위해 우리 정부가 미국의 이니셔티브에 적극 협조하며 어떠한 희생도 감수할 수 있다는 공개적인 입장일 것이다. 겉으론 트럼프의 문제 해결 의지를 칭찬하되, 군사적 옵션을 사용할 경우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옵션을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고 귓속말로 다짐을 받아야 할 것이다.
과거 영국은 1940년 9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독일로부터 엄청난 공습을 받았다. 각종 로켓포와 폭격으로 110만 이상이 주거시설을 잃었고 6만 이상의 사상자가 났지만 영국은 이를 이겨냈다. 독일은 영국국민이 공포와 혼란 속에 노출되면 처질 정부가 전쟁 수행의지를 잃게 되리란 기대 하에 고도의 심리전을 전개했다. 그러나 영국 국민들은 방공호 생활 속에서도 두려움을 이겨냈고, 국민이 단합했으며, 이러한 고난의 시기를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시기(finest hours)라고 기억하고 있다.
우리도 만에 하나 북한이 도발한다면 강력한 군사력으로 이를 극복해야 하고 우리 군은 최단 시간 내에 북한을 격멸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를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단합된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이는 위대한 국민으로서 자세가 아니며 오히려 북한 지도부를 돕는 일로 오해 받을 수 있다. 국제정세는 그야말로 요동치고 있다. 사드 사태에서 보듯이 주변국가가 우리 국내정치를 빌미로 강압외교를 펴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정부는 국방주권에 관한한 결연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가적 자존심을 지키는 일에 단합된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사진자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