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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스토리 | 통일을 여는 사람들

“통일에 대한 관심은 ‘북한을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 영화 ‘태양 아래’ 배급한 허은도 명보아트 시네마 대표”

‘아는 것’은 모든 것의 시작이다. 알면 관심 있게 보고, 관심이 생기면 직접 행동으로 나서고, 행동하다 보면 결국 무언가를 이뤄낼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일 역시 마찬가지다. 북한의 현실을 바로 알고, 통일의 필요성을 ‘아는 것’에서부터 통일의 발걸음이 시작된다. 
지난 30여 년 간 전 세계 독립예술영화들을 주로 국내에 선보여 왔던 명보아트 시네마 허은도 대표가 비탈리 만스키 감독의 다큐멘터리 ‘태양 아래’를 처음 접했을 때, 그는 이 영화가 북한과 통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허은도 대표를 만나 영화 ‘태양 아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평양 시내를 ‘날 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화 ‘태양 아래’?

허은도 대표‘태양 아래’는 진미라는 8살 아이가 조선소년단에 가입해 ‘태양절’을 준비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예요. 오랫동안 유럽 독립영화를 수입배급해 오다 보니, 좋은 영화가 있으면 항상 먼저 보내주는데, 1년 전 독일에서 보내온 영화가 바로 ‘태양 아래’였어요. 처음 영화를 봤을 때 큰 충격을 받았고 겁도 좀 났어요. 그 전에도 북한 관련 다큐멘터리는 여러 편 있었지만, 이 영화만큼 평양 시내를 ‘날 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여준 영화는 없었거든요. 북한이 단순히 ‘헐벗고 굶주린 곳’이 아니라, 철저하게 통제되고 감시받는 거대한 세트장 같다는 느낌을 주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봐야 할 의미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영상 촬영 후 비탈리 만스키 감독이 매일 호텔 문을 소파로 막아놓고 잠들었던 이유?

비탈리 만스키 감독은 러시아와 북한의 요청으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러 들어갔는데, 막상 가보니 북한 당국이 모든 시나리오를 각색하고 왜곡하며 검열하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해요. 그래서 왜곡된 모습, 그 이면을 보여주는 쪽으로 제작방향을 선회했어요. 고발다큐멘터리로 바뀐 거죠. 북한 당국이 최신 디지털 메커니즘을 잘 몰랐기 때문에 의도한 장면을 몰래 촬영할 수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순 없었죠. 무섭고 불안했을 겁니다. 그래서 혹시나 들이닥칠까 봐, 항상 문을 소파로 막아놓고 잤다고 해요. 어떻게 영상을 북한 밖으로 반출했는지는 절대 알려주지 않더라고요. 촬영팀을 도왔던 내부인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인 듯해요.

허은도 대표

북한은 전체가 거대한 세트장, 영화 속 진미의 눈물에서 느껴지는 자유의 소중함?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진미의 눈물을 이야기해요. 저도 클로즈업된 화면에서 진미가 눈물을 뚝뚝 흘리는 장면을 보면서 가슴이 먹먹해지는 걸 느꼈어요. ‘울지 말고 대신 좋은 것에 대해 생각해보라’는 말에 ‘잘 모른다’고 이야기하잖아요. 그런데 ‘아는 시를 외워보라’고 하니까 소년단 가입 선서를 기계적으로 외우는 장면에선 서늘한 공포심마저 일더라고요. 훈장을 주렁주렁 단 노병이 초등학교에서 ‘놈’이라는 말을 써 가며 사상교육을 하는 장면도 충격이었고요. 비탈리 만스키 감독의 말처럼 ‘현재의 삶 외에 다른 삶이 있다는 걸 알지도 못하고, 평생 그런 자유를 가져본 적도 없는 이들의 삶’을 다큐멘터리로 보는 건, 백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더 큰 울림을 줄 거라고 생각해요.

아는 사람은 잘 알고 모르는 사람은 전혀 모르는 영화?

허은도 대표영화에 대한 해외영화제의 반응은 매우 좋아요. 빌뉴스 영화제, 홍콩국제영화제, 지라바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심사위원상, 최고상 등을 수상했고 이달부터는 미국에서 상업영화로도 개봉해, 미국과 캐나다 15~30개 도시에서 상영될 예정이예요. 러시아를 제외한 동유럽권 역시 많은 나라들의 국민들이 이 영화를 볼 수 있게 됐고요. 북한 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바로 해외 여론이에요. 이번 노동당대회에서 주인공 진미를 ‘화동’으로 불러 세운 것도 이런 해외 여론이 두려웠기 때문일 겁니다. 영화가 세계인들에게 많이 소개될수록 진미와 그 가족들은 더욱 안전해질 수 있어요.

현재 태양 아래 국내 관객수는 3만2천 명 정도로, 다큐멘터리 장르치고 나쁜 성적은 아니에요. 히지만 북한의 핵실험과 UN 대북제재 등 이슈가 많은 상황에서 언론에 영화가 자주 오르내렸는데도, 정작 극장에서는 상영관을 내주지 않다 보니 시사 프로그램을 즐겨보시는 분들 외에는 이 영화를 잘 모르시더라고요. 아주 잘 알거나 전혀 모르거나 둘 중 하나인 거죠. 공포물이나 성인영화도 아닌데 심야와 이른 아침, 두 타임에 영화를 걸면 어떻게 청소년들이 볼 수 있겠어요?

모 학교 중학생들에게 무료로 ‘태양 아래’ 관람 기회를 제공했다?

장르가 장르이니만큼 흥행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 의식 있는 사람들이 그 영화를 보고, 북한과 통일에 관심이 있는 또 다른 사람들의 손을 이끌어 극장에 데리고 와주길 바랐죠. 영화계 사람들은 IP TV를 통해 공급하거나 DVD로 출시하면 어느 정도 큰 수익은 남길 수 있을 거라고 말하지만, 저는 극장상영을 계속 고집하고 있어요. 마지막 클로즈업 화면인 진미의 눈물은 큰 스크린에서 봐야 그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이 영화를 일반국민, 특히 학생들이 꼭 보길 바래요. 얼마 전 충북 음성의 한 중학교 선생님이 이 영화를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싶은데 예산이 없다고 하기에 무료로 보여드린 적이 있어요. 나중에 선생님에게 메일이 왔더라고요.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학생들이 북한에 대해서 알지도 못했고 관심도 없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 관심을 갖게 됐다고요.

해설과 영어자막을 입힌 ‘태양 아래’의 또 다른 버전 재상영?

허은도 대표개봉한 지 한 달 보름가량 됐는데도 주목도 대비 관객수가 많지 않아, 그 이유를 물었더니 의미는 있지만 어렵고 재미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단점들을 보완해 해설판을 제작했어요. 통일MC 김희영 씨가 내레이션을 입혔는데 지루한 느낌이 사라지고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예를 들어 영화 말미에 나오는 ‘발걸음’이라는 노래는 왜 만들어졌으며, 왜 아이들이 불러야 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주죠. 국내 거주 외국인들도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 영어 자막판도 상영할 계획입니다.

가끔 어떻게 해야 통일을 앞당길 수 있을까 묻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영화 속에 답이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자신이 누리는 자유가 얼마나 큰 행운인지, 왜 하루빨리 통일이 되어야 하는지 영화가 말해주거든요. 딱딱한 교육보다는 영화와 같은 문화매개체를 통해 자연스럽게 통일의 필요성을 받아들이도록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문화는 힘이 세니까요. 제2, 제3의 진미가 눈물 속에서 살아가지 않도록 더욱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글.사진 / 기자희>

태양아래 영화 소개 영상 보기

※ 웹진 <e-행복한통일>에 게재된 내용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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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 전체 기사 보기 기사발행 : 2016-07-15 / 제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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