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아프리카 연합(AU)에서의 연설을 통해 아프리카와의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경제협력 확대와 개발협력과 문화외교를 결합한 새로운 개발협력 프로젝트인 ‘코리아 에이드(Korea Aid)’를 추진하였으며 북한의 무모한 핵 개발 저지를 위한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에 아프리카 각국의 지속적 지지와 적극적 동참을 호소하여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기반을 대폭 확대하였다. 따라서 이번 순방은 한편으로는 하위정치(low politics) 차원에서 아프리카와의 경제협력과 코리아 에이드를 통한 소프트 외교적 접근과, 다른 한편으로는 상위정치(high politics) 차원에서 한반도의 안보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압박의 대 아프리카 하드 외교적 접근을 시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로 이어진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3개국 순방은 북한과 이들 아프리카 국가 간 네트워크 차단 측면에서 북핵 해법 중 하나의 실마리를 찾는데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전통적으로 에티오피아와 우간다는 북한과 군사협력 및 교류를 최근까지 해 왔던 나라들이다. 첫 번째 방문국인 에티오피아는 과거 냉전시기에 사회주의 국가체제로 구 소련제 무기들을 북한에서 수입해 왔으며, 북한과의 무기거래와 금수품목인 사치품을 수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나라이다. 두 번째 방문국인 우간다는 최근까지 북한과 군사 및 경찰분야에서 협력관계를 유지해왔으며, 특히 우간다의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은 김일성 생전에 평양을 세 차례나 방문하며 반식민지 투쟁과정에서 북한의 지원을 받았던 대표적인 아프리카 친북국가로 꼽힌다.
이번 박 대통령의 순방을 통해 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는 한반도 비핵화 지지를 천명하였는데, 에티오피아의 경우 아프리카 내 외교무대의 중심국가로서 타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활용하여 역내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한반도 비핵화 지지를 위한 공조를 약속하였다. 또한 우간다는 5월 29일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과의 안보·군사·경찰 협력 중단을 전격 선언하고 안보리의 대북 결의안 이행 방침을 밝혀 북에 큰 충격을 안겼다.
마지막으로 이번 순방으로 케냐는 지난 1~2월 북한의 도발행위에 규탄성명을 발표하지는 않았으나 이번 박 대통령의 방문으로 북한의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유엔안보리 결의 이행 의지를 밝혔다. 여기에 더해 우리 정부는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간다 및 에티오피아와 국방협력 양해각서도 체결하고 군사외교에 시동을 걸었다. 북한이 이들 지역을 군사협력으로 공략해왔다는 점에서 볼 때 이들 국가와의 국방협력은 북한의 대북제재·압박 회피를 차단한다는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순방으로 대북압박 외교가 실질적인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최소한 다음의 세 가지 사항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첫째, 비록 우간다가 대북 관계에서 안보, 군사 및 경찰 협력에 대해서는 중단을 선언하였으나 전면적인 외교관계를 단절한 것은 아니라는 점과, 이번 순방국에서 제외된 아프리카 국가들 중 적도기니, 앙골라, 콩고 민주공화국, 부룬디 등은 여전히 친북 국가들로 남아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냉전 시기에 우세했던 정치이념보다는 경제적인 이해관계가 보다 중시되는 탈냉전과 세계화의 시기에 북한보다는 남한이 아프리카와의 외교전에서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아프리카의 지도자들은 아직도 북한과 냉전기 당시에 공유했던 정치·문화적 및 정서적으로 깊은 유대감을 가지고 있다. 특히 단시일 내에 친북 아프리카국가들이 반신식민주의와 반제국주의의 이념적 측면에서 북한과의 수교 관계 단절뿐만 아니라 실질적 협력 관계를 청산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UN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와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제재조치 등 압박 및 고립외교만으로는 북핵문제 해결의 충분한 조건이 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은 현실주의적 대북 압박 및 고립외교와 더불어 다양한 접근 방식들의 접목이 함께 요구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둘째, 박 대통령이 아프리카 연합(AU) 연설에서 강조했던 아프리카의 해적퇴치, 평화유지군(PKO) 확대, 테러리즘 및 폭력적 극단주의 척결 등 아프리카의 지속가능한 평화와 안보구축 사안을 국제안보 차원에서 북핵문제와 연계시킴으로써 아프리카와 한반도 문제가 서로 이질적인 사안이 아니라 오히려 상호 긴밀한 공조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환기시켰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한 실질적인 협력의 가치와 중요성을 아프리카 국가 지도자들이 향후 지속적으로 학습 및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며, 이는 단기적 접근으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중·장기적으로 우리 정부의 대북 압박 외교가 보다 큰 실효성을 가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아프리카 순방을 통해 우리나라는 아프리카 국가와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상생의 협력관계를 강조하였다. 이번 박 대통령의 순방을 통해 경제분야에서 모두 76건의 양해각서를 체결하였고, 건설, 에너지, 플랜트 등 총 12건에 해당하는 28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 수주 기반을 마련하였다. 특히 에티오피아는 섬유산업, 우간다는 농업, 케냐는 에너지 인프라 등 대규모 인프라 사업 협력을 강화하는 3개 국별 맞춤형 경제협력 성과를 도출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대북 압박외교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보다 한 차원 더 높은 인식제고가 필요하다. 사실 박 대통령이 아프리카 연합(AU)에서 강조한 호혜적(reciprocal) 경제 관계는 대등하고 동등한 관계를 의미하지만, 불리한 교역조건을 가지고 있는 아프리카는 본질적으로 대등하고 동등한 관계 형성을 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이다. 포스트 로메(Post-Lome)1) 협정 시기인 새천년 이후 서방세계가 아프리카와의 무역관계를 비호혜적 관계에서 호혜적 관계로 전환하면서 신식민주의적이고 신제국주의적인 차원에서 무역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는 문제제기가 존재한다는 점을 우리 정부는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우리 정부는 그 동안 서방세계가 아프리카를 단순히 원료를 포함한 1차산품의 공급지로서만 인식하여 접근한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 아프리카와의 경제협력 관계를 종속적 및 수탈적 관계가 아니라 오히려 아프리카의 고용창출뿐만 아니라 기술이전을 통한 실질적인 상생협력 관계의 발전 의지를 밝힌 만큼, 이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결국 아프리카에서 대북 압박외교를 통한 북핵문제의 해법은 보다 다차원적인 접근방식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정부는 아프리카 국가들과 경제 및 군사협력을 통한 현실주의적 접근 방식과 함께 보다 다각적이고 신축적인 외교지평의 확대적 접근 방식들을 활용해 아프리카 국가 지도자들의 인식제고를 지속적으로 유도 및 확산시킴으로써 대북 압박외교를 최적화해야 할 것이다.
<사진.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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