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민주평통 경제과학환경분과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이번 대토론회는 경실련통일협회·국민대통합위원회·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북한연구학회·전국경제인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수출입은행·IBK기업은행 등 9개 기관이 공동 주최기관으로 참여했으며, 관계인사 200여 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전문가 패널들은 북한의 경제 발전과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한 분야별 전략과 정책 대안을 다양한 각도에서 제기하는 등 열띤 토론을 벌였고, 특히 남북 경제협력 활성화와 북한경제 발전을 위한 정부, 민간 등 섹터별 전략, 1.5트랙 정책네트워크를 모색했다. 토론회에 앞서 현경대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개회사를 통해 “통일대박은 전쟁 때문에 폐허가 된 대한민국이 ‘한강의 기적’으로 세계 8위의 무역대국, 세계 10위의 경제 강국을 이룬 저력으로 ‘대동강의 기적’을 통해 한반도 전체에 번영을 이루자는 원대한 구상”이라며 “이를 통해 북한 주민이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하고 원하는 체제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변화를 유도하는 일은 통일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1세션은 전홍택 KDI 국제정책대학원장의 사회, 좌승희 영남대 석좌교수(민주평통 경제과학환경분과위원장)의 발제로 문을 열었다. 좌승희 교수는 ‘대동강 기적’이라는 새 패러다임을 소개하며, 한국의 개발연대(1960~1980년대), 중국의 지난 30여 년과 같이 ‘정부주도의 통제된 시장경제체제’를 통한 경제발전전략을 북한의 경제도약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좌 교수는 이러한 체제하에서 북한의 지배층은 타도대상이 아니라 경제개혁을 이끄는 주체로서 장기집권과 국민과의 공동번영 추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대동강 기적의 모델, 즉 ‘한강의 기적’의 성공원리로 정부가 국민들에게 경제발전의 동기를 부여하고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경제발전을 이루는 ‘정부주도의 신상필벌 경제적 차별화 정책’, 경제정책결정에 정치의 영향을 차단하는 ‘정치의 경제화’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북한은 1만불 이상의 1인당 소득을 달성하며, 북한은 한국경제의 중화학산업을 인계 받고, 한국경제는 IT 융·복합, 고급서비스산업에 특화하여 상호 시너지를 극대화할 뿐 아니라 남북한이 1국 2체제의 자유왕래 속에 평화롭게 공존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통일비용 없는 통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회장은 “대동강의 기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주변국과 협력하여 핵문제를 해결하는 가운데, 남북간 장기적인 교류협력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 스스로 한국의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수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야만 한다”고 말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통일은 어느 역사적인 날, 역사적인 회의에서, 역사적인 결정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수많은 이정표와 단계를 거치는 과정이었다”는 독일동방정책의 브레인 에곤 바르(Egon Bahr)의 말을 인용하며, 협력사업을 세분화해 단계적 성공을 토대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면서 사업을 확대해 나가는 방안을 추천했다.
이승률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 이사장은 “남북중 남북러 등 접경지역에서의 다자경제협력을 통해 남북경제협력을 이끌어내는 신북방경제모델을 만들어 나가면 북한도 변화를 통해 자신감과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허경회 홍익대 교수는 ‘통일헌장’에 ‘대동강의 기적’ 같은 비전과 전략 등이 담긴다면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2세션은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최수영 박사(한국경제연구원)의 발제로 시작했다. 최수영 박사는 통일준비를 위한 남북경제공동체는 북한의 경제적 주권을 담보하기 위해 그 목표를 ‘공동시장’ 정도로 낮추고 제도적 통합이 아니라 기능적으로 남북한 경제부분이 강하게 결속되는 경제공동체를 추구한다면 북한의 동참을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경제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남북경협이 북한에 다수의 개인기업 및 소기업 등이 출현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어야 하고, 특히 북한경제가 고도성장을 이룰 수 있어야 하는데, ‘한강의 기적’을 이뤘던 방향을 따라가면 ‘대동강의 기적’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훈 박사(한국농촌경제연구원)는 농업분야의 성장이 북한경제의 성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작은 협력을 통해 큰 변화를 견인하는 농업협력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배종렬 통일경제연구협회 사무총장은 “향후 한국의 북방진출 전략구도는 북한보다는 연해주나 동북3성지역에서 추진할 수 있는 남북중·남북러 삼각협력프로젝트 발굴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개성공단이 대동강 기적을 이끄는 핵심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중국기업 친화형 모델이 아닌 유일하게 남북모델을 적용하고 실험하고 있는 곳이 개성공단”이라며 “북한 스스로 한강의 기적 모델을 일부 채용하려는 노력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봉현 박사(IBK기업은행)는 “북한이 수출자유지역을 중심으로 한 경제특구를 발전시키고 여기에 금융이 작동될 수 있도록 만들어나간다면, 우리는 한강과 대동강의 물이 만나 통일경제의 기적을 창출할 수 있도록 북한의 외자유치를 돕고 남북간 협력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남북 경협 활성화와 북한의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위해 ‘무엇’을 협력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북한 스스로 경제 발전과 개혁·개방에 우호적이 되도록 ‘어떻게’에 대해 협력하고 조언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우선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으며, 그 중에서도 ‘한강의 기적’ 성공경험과 노하우 전달에 주목했다. 민주평통은 앞으로도 통일준비를 위한 지속적인 의견 수렴을 위해 광복 70주년 기념 ‘평화통일 대토론회’를 올해 세 차례 더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