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선 선생님을 따라 들어간 생활지도부 교실에서 중학생 역사·통일 퀴즈왕대회 출전 경험이 있는 종헌이와 민서, 성식이, 주원이를 만날 수 있었다. 지난해 일동중학교는 4명의 학생이 시·도 대회에서 입상했고 교사상과 학교상도 가져왔다. 이날 만난 학생들은 당시 2학년이었는데 수상은 모두 졸업한 3학년 형들의 몫이어서 아쉬움이 컸다며, 올해 대회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작년 대회 출전경험을 물었더니 누가 먼저 대답할지를 놓고 귀엽게도 가위 바위 보로 순서를 정한다. 첫 번째 순서는 종헌이었다.
“생각보다 규모가 커서 처음에는 기가 죽었어요. 처음으로 칠판을 들고 퀴즈를 푸는 게 설레기도 했고요. 작년에는 개항기 이후의 역사를 배우기 전이었기 때문에 근현대사 부분에 대한 뼈대가 안 세워졌었거든요. 하지만 올해는 자신 있어요.”
종헌이는 올해 대회에서 1등을 하겠다면서도 ‘상을 받는 것보다는 통일에 대해서 알아가는 것에 중점을 더 두겠다’며 기특한 이야길 한다.
“제가 태어났을 때부터 우리나라는 이미 분단돼 있었고, 전쟁이 일어날 정도는 아닌 것 같아 분단을 심각하게 생각한 적은 없어요. 하지만 국어시간에 김광규 시인의 ‘동서남북’이라는 시를 배웠는데, 북한이나 남한이나 시냇물도 왔다갔다 흐르고 동치미 맛도 같은데 왜 남과 북이 나뉘어 있나 하는 내용을 보면서 통일이 되어야겠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민서는 주원이와 함께 1학년 때도 출전했다. 그래도 2013년엔 본선 마지막 한 문제 직전에서 떨어졌는데, 작년엔 워낙 ‘쟁쟁한’ 선배들이 많아 더 일찍 탈락했다며 아쉬움을 보였다.
“1학년 때는 역사과목이 없어서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몰랐는데, 3학년 땐 역사시간에 근현대사를 다 배우니까 집중적으로 공부하면 좋은 성적을 낼 것 같아요.”
민서는 대회에 나가기 전까지만 해도 ‘통일’하면 떠오르는 게 이산가족 밖에 없었는데 북한에 대해 알게 됐고, 통일을 왜 해야 하는 지도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래도 통일이 생각만큼 쉽진 않을 것 같아요. 저희 또래도 보면 북한은 안 좋다고 보는 애들이 많거든요. 통일을 하려면 먼저 많이 알아야 할 것 같아요.”
성식이는 퀴즈왕대회가 게임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여러 학교 학생들이 모이는 장소에도 처음 가봤고 머리싸움을 하면서 계속 올라가는 게임을 해봐서 재미있었단다. ‘인생의 나침반’인 김민선 선생님을 존경하고 자신도 역사교사가 되는 게 꿈이라는 성식이는 점심시간과 방과 후 수업을 활용해서 근대사를 더 배웠을 정도로 역사에 관심이 많다.
“전 통일이 빨리 됐으면 좋겠어요. 통일이 되면 유럽-시베리아 횡단철도 타고 유럽도 갈 수 있고, 대륙에 진출하면 경제성장도 빨라지잖아요.”
그런데 제법 어른스러운 성식이의 대답에 ‘성식이는 답변을 미리 준비해 왔나봐’ 소곤거리며 다른 아이들이 킥킥대며 웃었다. 누가 뭐래도 중학생은 중학생이었다.
주원이도 만만치 않다. ‘선생님께서 저희를 열정으로 이끌어주셨어요’라는 아부성(?) 말에 모두들 재미있다며 와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주원이는 한국사검정능력시험 3급 자격증을 딸 정도로 역사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남북한 분단으로 이산가족은 아픔과 고통을, 국민들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통일은 한시라도 빨리 되어야 합니다. 통일이 되면 북한의 풍부한 자원과 우리의 기술력으로 강대국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교과서를 읽는 듯한 주원이의 어색한 답변에 모두들 까르르 웃어댔다.
통일이 되면 무얼 하고 싶은 지 묻는 질문에 아이들은 ‘친구랑 평양에서 먹거리 투어를 하고 싶다’고 답하는 등 아직 ‘절절한’ 마음으로 통일을 느끼진 못했지만, 순수하면서도 역사에 대한 열정을 가진 이 아이들의 마음에 앞으로 어떤 역사관이 새겨질지 자못 궁금했다.
교사생활 10년차인 김민선 선생님은 4년 전부터 역사동아리인 ‘향토사’의 지도교사를 맡고 있다. 평소 아이들과 함께 역사현장 답사나 박물관 견학 등을 자주 다니고, 학생들에게 역사관련 대회 출전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수업시간에 하는 역사는 딱딱하다 재미없다고 느끼는데, 이런 활동을 통해 친근하게 느낀다는 것.
“역사·통일퀴즈왕 대회에 그냥 한 번 나가본다는 생각이었는데 의외로 아이들이 재미있어 했어요. 커다란 공간에서 여러 명이 함께 하니까 축제처럼 느껴진대요. 자기는 떨어져도 선배들을 응원하며 즐거워 하고, 아는 문제가 나오면 안타까워하면서도 계속 문제를 풀더라고요. 수업하는 것보다 생동감 있는 교육이 되는 거지요.”
김민선 선생님은 대회 전 공부할 자료 모아서 주고 같이 문제도 풀어보는 등 기본적인 공부법을 잡아줬더니 나중에는 스스로 공부하고 필요한 것을 캐치해낼 수 있게 된것 같다고 했다. 비록 2학년 가운데 입상한 아이들은 없었지만, 실망하는 기색도 없이 ‘내년에도 꼭 나가요. 재밌어요. 더 공부 열심히 해올게요’라고 말해 선생님을 기쁘게 했다고.
김민선 선생님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우리 역사와 통일에 대해 좀 더 친근하게 느끼고 능동적으로 공부하려는 의지가 강해졌다고 말한다.
“사실 우리 아이들 세대엔 통일이라는 문제가 그다지 절박하거나 피부와 와 닿진 않아요. 학교통일 교육도 동기부여가 상당히 약하고요. 하지만 이런 대회를 계기로 통일에 대해 자기 의견을 말하거나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균형감 있는 통일관을 형성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김민선선생님은 평소 건강한 역사관, 통일관을 중요시한다. 역사란 암기과목이 아니라 탐구과목이라는게 지론이다.
끝으로 김민선 선생님은 아이들과 함께 개성엘 가보고 싶다며, 아이들에게 ‘이번엔 선죽교를 같이 보고 오자’라고 말할 수 있는 시대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기자희>